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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계가 잔뜩 화가 났다. 지난 29일 오후 4시경 서울 견지동 조계사 입구에서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이 탄 승용차가 조계사를 나가려고 할 때 경찰이 차 앞을 가로막았다. 수배자들을 찾아내려던 경찰이 지관스님 일행의 차를 검문한 것. 조계사에는 지난 6일부터 경찰의 수배를 받고 있는 촛불시위 관련자 6명이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총무원장이 문을 열고 자신을 밝혀 신분이 확인된 뒤에도 차량 트렁크를 뒤지는 등의 검문이 이어졌다고 한다. 심지어는 검문하던 경찰이 총무원장의 차이기 때문에 더 철저히 수색해야 한다고까지 말했다고 한다. 대한불교 조계종은 이 사건을 간과할 수 없다며 30일 관계자 문책과 함께 어청수 경찰청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조계종 기획실장 겸 대변인인 승원스님은 30일 경찰이 ‘불교 역사를 어떻게 폄훼하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낸 사건’이라며, ‘정부의 진실한 참회와 책임 있는 사과, 경찰청장을 포함한 관련 책임자를 파면할 것’을 촉구했다.

 

우문수 종로경찰서장의 사과와 김석기 서울지방경찰청장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불교계는 대대적인 종교편향 종식을 위한 시국법회를 계획하는 등 벌써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총무원장 지관스님은 불교 최대 종단인 대한불교 조계종의 대표일 뿐만 아니라 전종단의 협의체인 한국불교종단협의회 회장이다. 불교계의 입장에서 보면 불교계의 최고수장을 경찰이 함부로 대한 것이다. 총무원장에 대한 결례는 불교계 전체에 대한 결례라는 것이 불교계의 입장이다. 그래서 그 파문이 심상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종교 편향’이란 말을 듣는 이유

 

인간은 이성의 동물인 한편 감정의 동물이다. 감정을 건드리면 이성적으로 생각하기에 앞서 주먹을 불끈 쥐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이런 작금의 사태와 불교계의 반응이 다르지 않다. 그간의 사태들이 정부가 말하듯 실수일 수 있다. 그러나 조그만 실수도 거듭되면 의도적이라 아니할 수 없다. 현 정부 들어 벌어지는 불교무시 사태들은 불교도들의 감정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조금 멈춰 서서 생각해 보자. 지도에서 사찰을 뺀 이들과 기독교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지도에서 사찰을 빼고도 조용할 거라 생각했을까? 기독교도이기에 불교사찰을 의도적으로 뺐을까? 그들이 대통령의 눈치를 보는, 소위 ‘알아서 기는 이들’이라, 장로 대통령 눈에 들기 위해 지도에서 사찰을 뺐다면,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고, 어리석기 그지없는 촌극이다.

 

그들이 기독교인이라면 사이비에 버금가는 종교의 추종자들일 게다. 기자가 기독교인으로 불교도들에게 깊이 사과하고 싶다. 그게 유의미하다면 말이다. 그러나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게 뻔하다.

 

만일 천의 하나 만의 하나 기독교 대통령과 한 통속인 당국이 의도를 가지고 작금의 사태들을 만들었다면(그냥 실수이길 빌지만) 그냥 좌시할 문제가 아니다.

 

모름지기 종교는 그냥 종교여야 한다. 권력이 되면 이미 종교는 그 본분을 상실하고 만 것이다. 혹 현 정부가 기독교를 권력의 시녀로 만들고, 타종교를 무시하는 처사로 간다면 정말 이 나라는 희망이 없다.

 

그들을 함부로 기독교도라 부르면 안 된다. ‘종교편향’이란 말을 듣는다면(이미 듣고 있다) 그 빌미를 제공한 것은 누가 뭐래도 현 정권이다.

 

장로 대통령이란 이유 하나만으로도 현 정부는 타종교에 조심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혹 기독교와 불교의 싸움으로 번질까 걱정된다.

 

알아서 기는 자들에게

 

종로경찰서장이 말했듯 ‘우발적인 실수’라면, 그 우발적 실수에 대한 응당한 대응이 필요하다. 불교도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점을 솔직히 시인하고 그 해당자를 벌해야 한다.

 

지금은 사과나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은 듯해 보인다. 이미 총리가 조계사를 방문하여 그런 약속을 했지만 이뤄지지 않았으니 말이다. 대통령의 의도든 아니든 기독교인 대통령이 현재 대통령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이런 사태에 대한 불교계의 요구에 귀를 기울일 때다.

 

잘잘못을 따지거나 진상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할 대로 상한 마음을 쓸어안고 있는 불교계의 요구를 들어야 한다. 이번 사태의 확실한 해결책은 당한 측의 의견대로 하는 것이다. 불교계는 어청수 경찰청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기독교인 대통령 밑에 있는 관리들이 잘못을 저지른다고 기독교가 잘못을 저지른 것이라고 해도 안 되겠지만, 그것은 대통령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말하는 것도 안 될 말이다. 이번 사태로 기독교계 안에서도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장로 대통령이 잘못하면 괜히 기독교인이 욕을 먹는다고.

 

이명박 정부의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스님 모욕 사건은 규탄 받아 마땅하다. 그게 과도한 충성의 결과든, 대통령의 암묵적 지시든, 기독교인 공직자들의 교만이든, 알아서 기는 이들의 과잉된 충성이든 그만 두어야 한다. 불교계에서 다시 ‘종교편향’이란 말이 나오게 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과 대통령의 사람들은 종교편향이란 말이 왜 나오는지 심사숙고하고 반성해야 한다. 이번 사태가 그런 계기가 되길 바란다. 특히 기독교인이 대통령이기 때문에 기독교화 된(기독교인이든 아니든, 공직자가 다 기독교인은 아닐 테니까) 웃지 못 할 코미디를 하는, ‘알아서 기는 자들’은 제발 그 짓을 그만 둬주기 바란다.


태그:#종교편향, #총무원장, #조계종,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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