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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코스 끝났어요!
▲ 모두 수료증을 들고 우리 코스 끝났어요!
ⓒ 정성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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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그랬나 행복할 때 시간은 화살과 같이 흘러간다고. 또 누가 그랬나 나이 들수록 시간은 점점 빨리 흐른다고. 행복해서 그런지 내가 나이가 좀 들어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크리스탈워터스에서의 4개월은 그야말로 날개가 달린 듯 쏜살같이 날아가서 어느덧 7월 15일, 끝을 향했다. 끝을 바로 앞두고 나서야 시간이 빨리 갔구나 느낀 것이 아니었다. 처음 도착한 지 1주가 지났을 때부터 빨리 간다고 느끼기 시작해서 약 4개월간 내내 느꼈다. 이런 놀라운 경험을 하게 해준 우리 코스, 마지막 일주일 여의 여정은 일지로 기록해보자.  

[7월 7일(월)] #비와 리틀비를 떠나보내다

2편에서 #비와 리틀비를 데려올 때를 기억하시는가. 그랬다. 그들은 우리가 젖을 짜는 수업을 하고자 맥스의 친구에게서 데려왔었다. 첫 한 달은 다들 젖 짜는 데 참관하는 데에 열정적이었는데 한 달 반째엔 우구가, 두 달째엔 브렌단이, 두 달 반째엔 알리샤가 세 달째에는 내가 떨어져 나가고 성천이와 맥스만이 소젖 짜는 파트너로 남았다.(그 둘은 지금 아주 젖 짜는 데 프로다.) 리틀비를 특별히 사랑했던 나는 새벽 젖 짜기에 참관하고자 나름 안간힘을 썼지만 안간힘이 부족했다.

왜 안간힘이 부족했을까 후회는 뒤로 하고 이제는 #비와 리틀비를 보낼 때. 그 임무는 소팀인 나와 브렌단, 그리고 주인인 에디가 맡았다. 맥스도 여정의 일부에 참석했다. 우리가 처음 애들을 데려올 때는 리틀비를 줄로 묶어 끌어 #비를 유인했지만, 이제는 우리가 리틀비를 끄는 게 아니라 리틀비가 우리를 끈다. 애가 한창 자라는 나이라 젊은 혈기가 넘친다. 고로 이번에는, 그나마 성정이 안정된 #비의 뿔을 묶어 끌어 리틀비를 유인했다.

 
▲ #비와 리틀비, 집으로 
ⓒ 신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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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리틀비,아마 다음에 만날 때에는 리틀비 네가 리틀리틀비를 낳아서 젖을 먹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치?

[7월 8일(화)] 브렌단 여자친구 도착

10월 출산을 앞둔 브렌단의 여자친구 타마라가 런던에서 날아왔다. 타마라는 마지막 한주를 머물고 브렌단과 함께 떠날 거다. 이날 브렌단은 코스 기간 중 두 번째로 면도를 했다.

[7월 11일(금)] 마지막 디자인 프로젝트 결과 발표

크리스탈워터스에 있는 동안 우리 다섯 명은 디자인 프로젝트를 세 번 맡았다. 첫 번째는 맥스의 뒤뜰 디자인, 두 번째는 맥스의 피칸 나무들 옆에 연못을 조성하는 디자인 프로젝트, 그리고 세 번째가 바로 이 것, 크리스탈워터스 안의 부지에 작은 타운을 만드는 거다.

크리스탈워터스 마을 사람들의 우편함은 한 곳에 모여 있다. 이 우편함들이 있는 건물은 예전에는 공동체 센터로서 마을 사람들이 모이는 구심점 구실을 하던 곳이었는데, 이 근처에 공동부엌이 지어지면서 그 역할은 공동부엌으로 옮겨지게 됐다. 그러나 우편함은 여전히 이곳에 남아 현재는 우편함만이 이 구역에서 제 구실을 하고 있는 상태. 나머지 부분은 잘 사용되지 않고 관리도 안 되고 있다. 건물 주변의 넓은 부지도 손질이 잘 안 되는 것은 마찬가지.

위: 오른쪽 우편함을 제외한 건물 나머지 부분은 썰렁, 아랫사진은 건물 주변>
▲ 우리가 디자인할 장소 위: 오른쪽 우편함을 제외한 건물 나머지 부분은 썰렁, 아랫사진은 건물 주변>
ⓒ 신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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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는 이 구역을 재활성화시키기 위한 디자인 프로젝트를 우리에게 맡겼다. 이 쉬고 있는 부지에, 20~30가구가 들어와 살 수 있는 공간을 창조하라! 이 프로젝트가 실현된다면, 현재 다소 안정되어 고착된 크리스탈워터스의 분위기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 거다. 이 부지는 협동조합의 것이니, 잘 진행된다면 협동조합 재정에도 도움이 될 테고.  

우리는 코스 마지막 2주간 이 디자인에 매달렸다. 그리하여 금요일 결과 발표. 우리의 디자인에 따르면, 총 24가구를 위한 이 ‘크리스탈워터스 속의 작은 마을’은 한 가구 당 빗물탱크 하나씩 확보해 물을 자급할 수 있고, 공동부엌과 공동세탁기 등 공공시설을 두어 이웃과의 친목을 꾀하기도 쉽다.

청중은 맥스와 트루디, 타마라 셋.
▲ 열심히 같이 일해, 마침내 발표하는 우리들 청중은 맥스와 트루디, 타마라 셋.
ⓒ 정성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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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디자인은 우리가 떠나고 난 후 맥스가 협동조합 회의에서 제의할 거다. 코스 초기에 나는, 우리가 이 부지를 디자인하는게 최종 프로젝트가 될 거라는 말을 듣고 잘 못 들은 줄 알았다. 나는 헛웃음을 쳤다. 저걸 어떻게 디자인하나 하고. 그런데 물론 나 혼자 한 것만이 아니라지만 어쨌든 결국 했다. 내가 코스 기간 동안 대단히 많이 배워서가 아니라, 디자인이라는 게 예상 외로, 그렇게 별세계의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7월 13일(일)] 성천이 생일

 
▲ 알리샤가 만든 생일케잌을 들고 
ⓒ Alicia Marv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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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 기간 끝에 아슬아슬하게 걸린 성천이 생일. 알리샤는 케이크를 구웠고, 브렌단과 타마라는 카드를, 맥스와 트루디는 비누와 책을, 나는 만둣국을 준비했다. 성천이는 특히 생일날 직접 구운 케잌을 받아보는 건 처음이라고 흥분했다.

[7월 15일(화)] 비디오 시청, 마지막 밤 파티

크리스탈워터스에서의 마지막 날, 타마라를 포함한 우리 여섯명은 에코센터에서 밤을 보냈다. 성천이가 준비한 ‘사진으로 구성한 4개월’ 동영상을 관람하고, 서로 메시지를 주고받았고, 윷놀이와 카드게임을 하고 이야기했다.

샘까지 포함된 이 사진은 3월 27일날, 크리스탈워터스 부근의 열대우림에 놀러갔던 날 찍은 것.
▲ 이제는 우리가 잠깐 헤어져야 할 시간 샘까지 포함된 이 사진은 3월 27일날, 크리스탈워터스 부근의 열대우림에 놀러갔던 날 찍은 것.
ⓒ Max Lindeg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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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천이는 맥스와 트루디 네서 최소한 한 달은 더 우프(WWOOF:일하면서 숙식 해결)를 하며 머물거다. 코스 기간 중 맥스가 일손이 필요할 때 가장 도움이 됐던 게 성천이다. 우리 사이에서는 ‘맥스 주니어’로까지 불렸던 성천이, 맥스와 트루디의 든든한 식구가 될 거다.

성천이 빼고는 우리 모두 이 다음날 크리스탈워터스를 떠난다. 알리샤는 바로 미국 집으로 돌아간다. 두 달간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9월에는 인도의 다국적 공동체 오로빌에서 세 달간 또다른 코스를 밟고, 내년에 복학할 거란다. 브렌단은 타마라와 함께 시드니로 간다. 새로운 집에서 새 직장을 찾고 새 생활을 시작할 거다. 10월에는 새식구도 맞겠다.

우구는 브리즈번에서 한 달 더 머물고, 포르투갈로 날아가 가족과 2년여만에 상봉할 거다. 동티모르 프로젝트는 현재 자금 모금 중이라, 실질 행동은 약간 쉬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기간이란다. 우구가 브리즈번에서 한 달 더 머무는 이유는 그 곳에서 사랑을 만났기 때문! 그리고, 샘은 끝내 돌아오지 못했지만, 다행히도 샘의 아버지는 많이 회복되셨단다. 지금은 집에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단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께 보내는 코스 참가자들의 마지막 한 마디>

마지막 밤, 나는 한국 독자들에게 한 마디씩 하라고 애들에게 노트를 돌렸다. 한 마디만 하라 그랬는데 애들이 할 말이 좀 많았던 것 같다.

닭들에게 모이를 주고 있는 브렌단.
▲ 브렌단 펀 (Brendan Fearn) 닭들에게 모이를 주고 있는 브렌단.
ⓒ Alicia Marv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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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한국! 엄머(내가 하도 감탄사로 “엄마!” “엄머!” 남발을 해서 브렌단이 따라한다) 4개월이 이렇게 빨리 갈 줄 누가 알았겠어요… 정말 마법과 같은 시간이었고 우리는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그중에도 중요한 것은 우리가, 자기 음식을 가꾸는 것이 얼마나 쉽고 할 만한지를 배웠다는 것이고, 또 자연이 어찌나 아름다운지를 봤다는 거죠!

텃밭의 채소들을 위해 홈메이드 비료를 퍼내고 있는 우구
▲ 우구 올리베이라(Hugo Oliveira) 텃밭의 채소들을 위해 홈메이드 비료를 퍼내고 있는 우구
ⓒ 신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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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안녕 한국! (아무래도 브렌단 꺼를 보고 시작한 것 같음)
평화, 사랑과 조화로움이 여러분과 함께 하기를…
이 코스는 오늘로 끝났어요. 정말 놀라운 경험이었죠. 우리는 세상을 치유할 수 있어요…
기억하세요. 그건 어렵지 않아요…
자기의 음식을 직접 가꾸는 것, 건강하고 역동적인 공동체를 만드는 것, 그리고 우리의 삶을 세계화가 아닌 지역화시키는 것이,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어요. 우리 주변만이 아니라 멀리멀리까지요. 우리는 모두 하나의 큰 가족이에요, 북-남, 동-서, 흰색-갈색, 황색-녹색…

크리스탈워터스 20번째 생일파티에서 아이들을 맡아 종이로 제비접기를 가르쳐주고 있는 성천이
▲ 정성천 크리스탈워터스 20번째 생일파티에서 아이들을 맡아 종이로 제비접기를 가르쳐주고 있는 성천이
ⓒ 신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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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거 영어로 쓰려면 한 달 걸리는데… 그래서 한글로 씁니다 하하.(고맙다 성천아) 아버지의 추천으로 참가하게 된 이 코스, 처음엔 뭐가 뭔지도 몰랐는데 4개월이란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네요. 첫 외국여행, 영어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지만 여러 나라에서 온 좋은 친구들과 지낸 4개월은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을 겁니다. 크리스탈워터스라는 공동체 속에서, 구멍가게 자원봉사도 하고 크리스탈워터스 20번째 생일파티도 준비부터 마무리까지 마을 사람들과 함께 하며 ‘정’을 느낄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사랑합니다! ♡

2차 디자인 프로젝트, 연못 디자인을 위해 부지의 등고선을 재고 있는 알리샤
▲ 알리샤 마빈(Alicia Marvin) 2차 디자인 프로젝트, 연못 디자인을 위해 부지의 등고선을 재고 있는 알리샤
ⓒ 신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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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아름다운 사람들! 4개월이 순식간에 흘렀네요 정말 놀라운 시간이었어요! 그리고 혜정이는 이것들을 모두 기록할 정도로 친절했죠! 제가 한국말을 읽을 수 있기만 한다면… 음… 여러분 모두가 이 경험에 관해 읽는 것을 즐기시길 바라요. 내가 그 순간을 사는 걸 즐겼던 만큼!

그리고 그 중에 특별히 여러분을 끌었던 것들이 있다면 여기에서 그치지 말고 관련 정보를 더 찾아보시기를 추천해요. 세상은 곰곰이 생각하는 영혼을 필요로 한답니다!

소들에게 진드기 방지 스프레이를 뿌려주는 맥스
▲ 맥스 린데거 (Max Lindegger) 소들에게 진드기 방지 스프레이를 뿌려주는 맥스
ⓒ Alicia Marv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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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변화를 막기 위해 뭔가를 하고 싶다면 당신의 텃밭을 일구세요.
우리는 다른 사람의 습관을 바꿀 수 없지만, 우리의 길만은 바꿀 수 있습니다.



<크리스탈워터스에서 만난 사람들 ⑧ 신혜정 >

맥스, 알리샤, 우구, 브렌단, 샘의 옷자락까지 나름대로 골고루 들어있는 단체 사진.
▲ 안녕하세요 많이 보셨겠지만 신혜정입니다. 맥스, 알리샤, 우구, 브렌단, 샘의 옷자락까지 나름대로 골고루 들어있는 단체 사진.
ⓒ 신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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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시도하는 셀프 인터뷰다. 말이 멋있어서 셀프 인터뷰지 사실상 혼자 질문하고 혼자 대답하기다. 쑥스럽지 않나.
"조금."

-왜 셀프 인터뷰를 계획하게 되었나.
"한 번 쯤은 인터뷰를 받아보고 싶었다. 아무도 안 요청하면 내가 하는 수밖에 별 수 있나. 최선을 다해 임하겠다."

-크리스탈워터스 코스에 대해 질문하겠다. 어떻게 크리스탈워터스에서 열리는 이 ‘생태마을 디자인 코스’에 대해 알게 되었고, 올 결심을 했나?
"자연을 위해 뭔가를 하고 싶다고 결심한 것이 작년의 일이다. 그 결심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아 세계 곳곳에 있는, 물론 우리나라에도 있는 생태마을, 생태공동체들의 존재를 알게 됐다. 대학을 졸업하기 전에 외국에서 몇 개월 정도 생활하며 영어도 익히고 다른 문화도 경험해보고 싶었기에 좋다, 외국의 생태마을로 가보자 마음을 굳혔다. 마음을 굳힌 가장 큰 요인은, 내가 여기에서, 미래에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였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관련 정보를 찾다가 이 코스를 발견하고 지원했다."

-어느덧 4개월이 흘러서 코스가 끝났다. 코스는 어땠나? 할 만 했는가?
"아주 좋았다. 즐거웠다. 많은 것을 배웠다. 그러나 뭘 배웠냐고 물으면 쉽게 대답할 수는 없다. 자잘자잘한 사항들을 열거하자면 몇 페이지는 나올 테니까. 그러나 그 모든 배움과 경험들이 합쳐져 내 안에 큰 변화를 만들어낸 것은 확실하다. 일단, 나는 서울에서만 20여년을 살아온 도시내기인데, 텃밭 가꾸기나 가축 돌보기 등 실생활의 일들을 직접 내 손으로 하면서, 나도 이런 일을 할 수 있구나 하는 자신감을 키웠다. 사실 그전까지는 중요한 줄 몰랐던 일이다. 그런데 채소에 물주고 닭에 모이 주는, 이런 일이 정말 중요한 일일 수도 있겠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자연이 생기롭게 살아있는 곳’에서 산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겠다는 것도 다시금 느꼈다."

-코스를 하며 힘든 점은 없었나?
"그다지 생각은 안 난다. 아, 영어! 난 4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영어 영화 자막 없이 보면 50프로는 추측해서본다. 수업 내용도 군데군데 빼먹은 데가 많아서 원어민인 알리샤랑 브렌단이 부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럽지 않기도 하다. 내가 처음부터 영어가 완벽했으면 여기에서 늘 부분도 없었을 테니까.
그룹 디자인을 세 번 했는데, 서로 안 맞는 부분이 있어 팀 내 갈등이 일었던 적도 있다. 두 번째 연못 디자인할 때 특히 그랬는데, 디자인 발표하고 서로 얘기하고 갈등 풀고 했다. 해서 세 번째 디자인 때는 팀워크가 좋았다. 이 디자인 프로젝트가 가장 기억에 남을 듯."

-코스의 다른 팀원들과는 영영 헤어지는 건가?
"다시 만날 거라고 믿는다. 성천이 한국 오면 성천이네 농장에 놀러 갈 거고, 브렌단은 내년 쯤 결혼식을 올릴 때 날 초대할 거다. 아마도 남아프리카에서 할 것 같은데 여력이 되는 한 가보고 싶다. 알리샤 보러 미국에도 놀러가고 싶고. 우구는 자기가 잘 돌아다니니 한국에 언제 한 번 오지 않을까 싶다. 내가 세계여행 언젠가는 한 번 할 거라 맘먹으니 다들 언젠가는 볼 것 같다."

-코스를 하면서 기사를 쓰기로 결심한 이유는 뭔가?
"'이런 곳도 있었구나'하고 내가 신기해서 다른 사람들한테도 소개해주고 싶었다. 같이 보고 느끼고, 이런 삶은 어떨까도 같이 생각해보면 좋겠다 생각했다. 무엇보다, 처음에 코스 지원할 때 지원서 질문 중 ‘코스에서 배운 지식과 경험을 어떻게 쓸 겁니까’라는 사항에 ‘기사를 써서 퍼뜨리겠습니다’라고 답을 한터라 빼도 박도 못했다."

-이번이 마지막 기사다. ‘기사쓰기’에 대한 소감은?
"쓰기를 잘 한 것 같다. 보람찼다. 다만 끝판에 열정이 조금 사그러들었던 것 같아 아쉽다. <크리스탈워터스에서 만난 사람들> 코너는 처음에는 코스 사람들만이 아니라 크리스탈워터스 거주자 인터뷰를 위한 것이기도 했는데, 내가 고만 인터뷰를 요청하는 데에 질려버리는 바람에 더 이상 나아가지 못했다. 읽어주시는 분들께 죄송하다."

-코스 얘기로 다시 넘어오자. 처음에 기대했던 대로, 이 코스에서 미래에 무엇을 할 수 있을지는 찾았나?
"인생이 생각한대로만 되는 건 아니다. 구체적인 직업상은 여전히 아직 못 찾았다. 언젠가는 찾겠지. 직업은 아니더라도 하고 싶은 것 하나는 확실히 발견했다. 나는 세계여행이 언제나 꿈이었는데, 세계여행의 테마를 문득 잡은 것. ‘생태여행’. 세계의 생태마을, 생태공동체라든지 오래된 전통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부족사회, 마을을 돌아보며 자연과 공존하는 지혜와 아이디어를 얻고 싶다."

-그럼 일단, 코스 후의 가까운 미래의 계획을 소개해 줄 수 있는가?
"8월 중순에 한국에 돌아가서, 일단 집에 있는 자그마한 텃밭을 잘 가꾸는 것이 첫 번째 계획이다. 그리고 9월엔 국어국문과 학생으로 복학할 예정이다. 졸업은 1년 남았다. 그전에 중국에 가서 중국어를 배울 수 있는, 돈 거의 안 드는 기회가 있으면 몇 개월 다녀오고 싶다.

일단 현재는 크리스탈워터스에서 30분 정도 떨어진 지역 농장에서 우프를 하고 있다. 아침부터 늦은 오후까지 콩이며 감자며 브로콜리며 닥치는 대로 따고 뽑으며 다소 빡세게 일하고 있다. 일주일도 안됐는데 지문이 닳기 시작했다.(웃음) 여기에서 2주 쯤 머물고, 한국에 돌아갈 때까지는 근처의 농장에서 돈을 버는 것이 목표. 내가 이전껏 살며 통장에 저금했던 모든 돈을 크리스탈워터스 코스에 쏟은지라 통장이 거의 비었다. 가열 차게 채워 넣을 때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4개월 동안 아주 소중한 경험을 했다. 모두에게 고맙다. 특별히 기사를 초점 삼아 말하자면, 내 기사의 일부분이 되어준 우리 코스 사람들, 크리스탈워터스에 고맙고, 특히 사진 제공에 많이 협조해준 성천이랑 알리샤 고맙다. 알리샤는 포토샵을 가르쳐줘서 사진 올리는데 기술을 유용하게 썼었다.

기사 넣으면 깔끔하고 매력적이게 손봐주시는 오마이뉴스 편집부에게도 고맙다는 말 크게 전하고 싶다. 끝으로, 기사 읽고 글로든 마음으로든 성원해주신, 관심가지고 기사 지켜봐주신 분들 정말로 고맙습니다."



태그:#크리스탈워터스, #생태마을, #오스트레일리아, #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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