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난 밤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아침부터 나의 인터넷메신저는 여기저기서 물어오는 질문으로 인해 불이 났다. 여러 지인들이 물어왔지만 질문을 정리하면 대략 두 가지이다.

 

'대구 밤문화가 그렇게 죽여?'

'주성영 지역구가 대구라며?'

 

내 주변에서 위의 두 질문을 하게 된 배경은 지난 19일 MBC <100분토론> 때문이다. 토론에서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은 "특정 지도세력의 '전술'에 의해 정권퇴진을 외치는 촛불집회는 천민민주주의"라고 했고, 이에 진중권 교수는 "국감기간에 피감기관과 폭탄주 마시면서 화끈한 대구의 밤문화, 광란의 밤을 보내는 것은 귀족문화고, 촛불을 들고 밤을 지새우는 문화는 천민문화"냐며 과거 주성영 의원의 행적을 가지고 맞받아쳤다.

 

또 주성영 의원은 지난 12일 <100분토론>에서 시민논객으로 출연한 이른바 '고대녀'라 불리는 김지윤 학생을 "고려대에서 제적당해서 학생신분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곧 김지윤 학생이 직접 MBC에 전화를 걸어 복적 사실을 밝혀와 주성영 의원의 말은 거짓말로 탄로 났다.

 

이런 토론을 지켜본 내 주변 사람들은 '국회의원이 즐기는 대구의 광란적인 밤문화는 무엇인지'와 함께 '그런 밤문화를 즐기고, 거짓말을 일삼는 사람을 어떻게 대구는 또 다시 국회의원으로 당선시켜 주었는지'에 대한 질책성 질문을 대구에 살고 있는 나에게 던진 것이다.

 

나 역시 <100분토론>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면서 대구에 사는 사람으로서 얼굴이 화끈거렸는데 다른 지역에 사는 지인들이 그렇게 물어보니 괜히 내가 면목이 없었다.

 

주성영 의원은 과거에도 음주와 거짓말로 큰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다. 2005년 피감기관인 대구지검 검사들과 술판을 벌인 일 외에도, 1991년 춘천지검 검사시절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되었음에도 오히려 경찰에게 기합을 준 일도 있었다. 또 1998년 전주지검 검사 시절에는 전북도지사 비서실장을 술병으로 내려치기도 했었다.

 

그리고 지난 2004년에는 열린우리당 이철우 의원을 '대둔산820호로 북한의 지령을 받아 '암약'하는 간첩'으로 몰아세우는 거짓말을 했다가 큰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다.

 

사실 그동안 나는 주성영 의원의 음주문제를 제외하고 그가 보여준 돌출발언들은 다분히 의도적인 면이 있다고 생각했었다. 주성영 의원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될 만한 말을 하는 것은 여론의 중심에 떠올라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고, 또 '싸움닭', '저격수' 같은 캐릭터를 형성함으로써 한나라당내 자기역할을 만들어 가기 위한 정치적 '전술'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서는 주성영 의원의 돌출발언을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이면에는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제일 어렵고 힘들다는 사법고시라는 검증시스템을 통과했고, 또 그를 두 번이나 당선시켜준 대구 동구 유권자들의 판단을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성영 의원이 <100분토론>에서 보여준 몰상식은 그런 나의 일말의 믿음을 여지없이 날려버렸다. 특히 토론과는 전혀 상관도 없는 고려대 여학생의 사진과 프로필을 공중파를 통해 공개한 것은 물론, '학생이 아니다'라는 거짓말까지 버젓이 한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었다.

 

아무리 주성영 의원이 여당인사로서 이명박 대통령 구하기에 나섰다고 하지만 힘 있는 국회의원이 힘없는 여대생의 과거까지 들추며 악의적인 공격을 퍼붓는 것은 치사, 치졸을 넘어 잔인한 행동처럼 보였다. 

 

그렇지 않아도 대구하면 폐쇄적이고, 보수적인 이미지가 강한데 대구를 지역구로 둔 주성영 의원마저 공중파를 통해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거짓말과 행동을 해 버리니 제 주변에서 '주성영 당선은 대구니까 가능한 일'이라며 조롱해도 달리 할 말이 없었다. 그저 내가 대구 사람인 것이 부끄러울 따름이었다.

 

직장동료들과 대구 친구들도 주성영 의원의 말을 문제 삼는 것을 보면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은 비단 나 뿐만은 아닌 듯하다.

 

의도야 어찌되었던 어제 <100분토론>에서 주성영 의원은 결과적으로 대구를 망신주기 위해 '암약'한 꼴이 되어버렸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대구 동구 유권자들은 음주와 거짓말로 점철된 주성영 의원을 77%라는 전국 최고 수준의 지지율로 당선시켰다. 대구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간절한 바람이 있다면 앞으로는 대구 시민들이 사람 좀 보고 투표했으면 하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암약 : 암중비약(暗中-飛躍 )과 같은 말로 어둠 속에서 날고 뛴다는 뜻, 남들 모르게 맹렬히 활동함을 이르는 말. <출처 다음 국어사전>


태그:#주성영, #진중권, #100분토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