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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의 논조가 흔들리고 있다. 국정지지율이 형편없고 현 정부가 실정(失政)  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보이니, 아무리 뜻이 맞는다 해도 펜이 너그러울 수 없는 탓이다. 하지만 자신들을 바라볼 때는 여전히 그 '특유의 고집'을 버리지 않았다.

 

<동아일보> 정성희 논설위원은 19일(목)자, 오피니언 면 '횡성수설' 꼭지에 '인터넷담당 비서관'이란 제목의 글을 실었다.

 

"'2MB'는 이명박 대통령의 약자다. 그런데 이 약자는 컴퓨터 프로세스에서 엄청나게 느린 속도를 의미... 재미있게도 2MB는 좌파단체가 만든 조어가 아니다.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이... 만들면서 사용하기 시작... 한나라당의 인터넷 감각이 얼마나 떨어지는 짐작..."

 

재미있는 지적이다. 이런 걸 두고 '자승자박'이라고 한다.

 

"최근 '뼈의 최후통첩'이란 제목의 패러디 동영상이 대히트... 논리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그 동영상의 기발함과 통렬함에 웃음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통령의 탄핵을 주장해 일주일 만에 130만 명의 서명을 받아낸 장본인은 한 고등학생이었다."

 

물론 본인과 현재 인터넷 상에 상정된 아젠다 간 논지가 맞지 않는다고는 밝히고 있지만, <동아일보>에서 이런 식의 시각으로 현 정국을 풀어보는 기사를 10일만에 처음 본 탓에 당황했다. 거기에 인터넷담당 비서관을 두고, 경찰청에서 '인터넷 정보분석 전담팀'을 두는 것에 대해 "인터넷도 소통의 한 통로일 뿐이므로 지나친 의존이나 규제 모두 역풍을 맞을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을 움직이는 것도 결국 사람이다"라고 주장했다. 펜이 날카로운 것도 아니고, 사람들이 모르는 발굴기사도 아니었지만 <동아일보>였기에 그 내용이 더욱 빛났다.

 

하지만, 좋은 시도는 딱 여기까지였다. 4면 톱기사 '"동아 조선 중앙 광고 끊어라" 조직적 공세'에서는 부제로 '이름 - 전화번호 인터넷 올려 "숙제하자 선동, 기업측 "전화부대가 매뉴얼따라 움직이는 듯"'이라는 내용을 다루며 또다른 배후설을 제기했다. 기사의 도표에는 '광고주 협박 행위와 관련한 법률 위반 항목'이 서슬퍼렇게 실려있었다.

 

정부 역시 자신들의 논지를 고의적으로 밀어붙이다가 범 국민적인 저항에 부딪혀 좌초하고 있는 형국이다. <동아일보> 또한 이런 정부의 상황을 인지하며, 떨어지는 인터넷 감각 탓에 일을 더 크게 만들고 이제 와서 규제하려 하면 또다른 문제가 생긴다는 식의 글을 다루고, 정작 자신들의 문제에선 거대한 '명박산성'을 구축하고 있었다. 즉, 자신들이 왜 이렇게 국민들로부터 탄압받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은 없고, '끊임없는 배후'와 '특정 세력이 그럴 것'이라는 희망적인 관측만 내놓고 있는 것이다.

 

 

경향신문은 ''사실상 뉴타운' 꼼수 쓰는 서울시'란 사설을 통해 "서울시가 재개발 규제를 풀어 '사살상의 뉴타운'을 확대하려는 편법이 그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지난 총선 때부터 말이 많았던 뉴타운 공약, 결국 이번 서울시의 정책으로 일대 부동산 값은 벌집 쑤셔놓은 듯 올라갈 것이고, 세들어 사는 서민들은 올려달라는 전세금의 압박에 시달리기 시작할 것이다.

 

그 후, 인근 집값이 모두 상승하여 이사도 여의치 않을 텐데, 오세훈 시장 출범 후 갈피를 잡지 못하는 뉴타운 정책 탓에 모든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부자와 서민을 편가르는 것이 아니다. 정책을 폄에 있어서 서민들의 시각에서 바라봐야 하는 게 중요한데, 정치란 그런 것이 아닌가보다.

 

 

<한겨레>는 8면 톱기사 ''존재감 없는 민주당' 이래야 산다'에서 민주당의 정체성에 칼날을 겨누었다.

 

"국민들은 민주당이 미운게 아니라 관심도 없다. 자기 진화를 못하면 '호남자민련'으로 전락할 수 있다." - <한귀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연구실장>

 

"과거 권위주의 시절 야당은 80석이 안됐지만, 필요할 땐 제 역할을 했다. 의석이 적다는 말은 알리바이다." -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

 

필요할 때 제 역할을 하는 것은 5석의 민주노동당과 의석이 아예 없는 진보신당 같고, 민주당은 이미 '호남자민련'으로 회귀한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더군다나 12.9%의 당 지지율을 가진 야당이 수많은 계파 진흙탕에서 아전투구하고 있으니 국민들이 바라볼 때 얼마나 한심할지는 더 말하지 않겠다.

 

마지막으로 지속적인 편가르기에 생소한 단어만을 고집하는 <동아일보>를 살펴보자.

 

 

'아이들을 좌파 홍위병으로 키우는 전교조'란 사설을 보자. '홍위병'은 무엇이고 '좌파'는 무엇인가? <동아일보>에 기사엔 유독 '좌파'라는 단어가 많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 어느 기사에서도 '좌파'의 실체를 언급하거나, 그들이 누구인지 지칭하지 않는다. 그저 '좌파'는 '친북'과 연결되고 '전교조' 같은 노동조합 혹은 시민단체 등과 함께 연결된다. 우리 사회 지식인들은 '좌파'와 '우파'에 대한 정의를 내리는 일부터, 그들을 지칭하는 일까지 항상 논쟁해도 명확한 해답을 못내리는데 <동아일보>는 뚜렷하다. '좌파'는 나쁜 것이다.

 

그렇다면 '홍위병'은? '중국 문화혁명의 추진력이 된 학생단체인데, 마오쩌둥을 지지한 단체'라고 한다. 물론 사설에서 다룬 것처럼 '한 교사가 가정통신문을 보내 자신의 수업 내용에 동의하면 신문광고를 위해 2000원씩 보내달라'는 내용은 접근이 잘못됐을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전교조로 연결시키고, 이 전교조가 아이들을 의식화 시켜 홍위병을 키우고, 사용하는 단어와 말투에서 친북반미가 묻어나오단다는 전개는 뭐라고 표현해야 할런지 모르겠다.

 

자신들의 논지와 다른 집단과 사람들을 아직도 친북이네, 반미네 연결시키는 그들의 시대착오적 발상이 자라나는 꿈나무들에게 얼마나 편협한 세상만을 보여줄지 모를 일이다. 아이들이 사고하고 성장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창의력'이다. 창의력이는 자유롭게 사고하고, 상상하고, 접하는데서 발현된다. 이런 식의 논지는 그런 길을 원천적으로 봉쇄한다는 것을 <동아일보>는 인지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casto와 푸타파타의 세상바라보기(http://blog.daum.net/casto)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CASTO, #동아일보, #한겨레신문, #경향신문, #인터넷담당 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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