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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저녁 10시 30분경 '조중동 반대 공영방송 지키기 촛불문화제 및 거리행진'이 모두 끝난 시청광장은 한산했다. 하지만 군데군데 친구와 가족끼리 촛불을 켜고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이 더러 있었다.

 

가장 눈길이 간 곳은 늦은 저녁인데도 아이와 아빠가 촛불을 켜고 조용히 대화를 하는 모습이었다. 다음날 아침 직장과 학교를 가야 하는 두 사람이 늦게까지 앉아 대화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궁금하기도 해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바로 강동구 고덕동에서 촛불시위에 나온 정동현(37)씨와 딸 하빈(8, 강덕초등학교 1학년)양 이었다. 지난 금요일(6월 13일) 아내 김호영(37)씨, 하빈(8)·다함(2살)과 함께 가족 모두가 여의도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두 번째인 이 날은 아버지와 큰딸만 나온 것이었다.

 

"다빈이가 친구 '종혁'이 하고 오늘 촛불집회에 나오기로 했는데, 종혁이의 가족 사정으로 인해 약속이 깨졌어요. 그래서 제가 함께 나오게 된 것이지요."

 

독실한 기독교 신자(집사)인 정씨는 차분하고 조용한 성격인 듯했다. 아이와 대화한 내용을 물었다.

 

"어린 다빈이가 촛불시위를 이해하기에는 아직 이성적 사고가 힘들다. 그래서 과격한 싸움을 하지 않고 촛불로 진정한 마음을 전한 것이라고 얘기했다. 미국에서 소가 풀을 먹어야 하는데 빨리 키우려고 육류를 먹인 것은 하나님의 뜻에도 어긋난 일이라고도 했다. 그리고 공권력과 싸우지 않고 촛불로 마음을 전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했다. 옳은 일이기 때문에 참여해야 한다고 했다."

 

반도체 설계와 금형일에 종사하고 있는 정씨는 미군 장갑차에 치여 죽은 효순이 미선이의 아픔과 고통을 촛불 시위로 승화했듯이 평화적으로 재협상을 요구해야 된다고 말했다. 그는 집회에 나온 '탄핵'이라든지 '타도'라는 단어가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까 걱정됐다고도 했다.

 

"지난 금요일 촛불집회는 '타도', '탄핵' 등의 구호가 외쳐졌다. 나는 어른이기 때문에 이해를 했지만 아이가 어떻게 받아드릴까 솔직히 걱정했다. 하지만 오늘 집회는 다행히 그런 구호가 없어 좋았다. 그리고 아이하고 차분히 얘기해보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정씨는 "국민의 소리를 잘 들어야 할 대통령이 듣지를 않아 걱정"이라면서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귀를 잘 기울이는 대통령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20일 시한까지 대통령이 재협상 같은 대안을 내야 한다. 국민에게 불신을 준 것만큼 책임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생각 없이 일처리를 했으니까 이제 돌리는 수밖에 없다."

 

그는 "딸과 내가 시청광장 촛불집회에 나온 것은 대통령이 생각 없이 일처리 한 것을, 이제 재협상으로 화답을 했으면 하는 뜻에서 촛불로 마음을 전하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정씨는 "30개월 이상이 된 소는 미국에서도 개와 고양이에게 먹이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미국 국민도 안 믿는 것을 우리 국민에게 믿으라고 하면 되겠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연계된 식품들이 많고, 우리 쇠고기 유통경로도 정확치 않아 의심스러운 부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대통령은 안 먹으면 된다고 하지만 미국산 쇠고기를 사용한 화장품, 스프, 다시다 등도 연계돼 있다. 만약 수입이 될 경우 단체급식 등에서 원가절감을 위해서 쓸 수도 있다. 유통 경로가 복잡해 미국산인지 아닌지 모르고 먹을 수도 있다. 알면서 속고 모르면서 속을 수도 있다."


태그:#광우병 쇠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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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미디어에 관심이 많다. 현재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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