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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세상이 됐다. 기상청이 3일 "올해 장마가 언제 끝날지 예보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최근 몇 년 사이 장마가 끝난 뒤인 8월에 더 많이 비가 내려 장마 예보가 큰 의미가 없어졌다"라는 게 이유다. 사실상 인간이 기후변화에 항복 선언을 한 사례 중 하나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무서운 일이다. "지구 환경에 관한 한 지금은 전시 상황"이라는, "우리는 지금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자연의 문지방'을 넘어섰다"라는 경고를 실감나게 하는 뉴스다. 일찍이 <워싱턴 포스트>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로 지목한 레스터 브라운의 경고다.

 

세계적인 환경운동가이자 저술가로 저서 <플랜 B>로 유명한 레스터 브라운(74) 지구정책연구소 소장이 우리나라를 방문한다. 환경재단 기후변화센터(이사장 고건)의 초청으로 방한하는 레스터 브라운은 오는 8일부터 11일까지 일반 시민들은 물론, 사회 저명인사, 시민단체 등을 대상으로 강연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상자기사 참조) 

 

레스터 브라운은 누구인가?

'위대한 환경운동의 스승', '지속 가능 발전' 개념 도입

 

1934년 가족 경영방식 농가에서 태어나 젖소를 기르던 '농부' 레스터 브라운을 '위대한 환경운동의 스승'으로 만든 출발점에는 '인도'가 있었다. 연간 45만 킬로그램의 토마토를 수확하는 대형 농장 경영주였던 레스터 브라운, 21세 때 농업종사자 인도 농업 교환 프로그램을 다녀오면서 세계 식량 문제에 눈을 뜨게 된다.

 

이를 계기로 1959년부터 10년간 미국 농림부에서 국제 분석가로 일했고, 이후 월드 워치 연구소를 창립하여 기후변화, 자원감소, 인구와 빈곤 문제 등에 대한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1984년부터 매년 지구환경보고서를 펴내고 있으며, 월드워치연구소에서 26년 간 소장직을 맡았다.

 

그 후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미래를 설계하고, 이를 위한 로드맵을 제시하는 지구정책연구소를 2001년 5월에 설립했다. 오늘날 널리 쓰이는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 개념 역시 레스터 브라운의 '작품'이며, 미국 의회도서관이 기록보관소에 보관할 그의 연구 및 저술 목록을 요청했을 정도로 학술적인 업적도 인정받고 있다.

 

이제까지 50권이 넘는 책을 펴내거나 공동집필 했으며, 4년 전에 출판된 플랜 B를 시작으로 '플랜 B 2.0' 그리고 최근에는 '플랜 B 3.0(한국어판, 도요새)'을 출간했다.

 

CNN 테드 터너가 세계에 배부한 <플랜 B>는 무엇인가

전 지구적인 정치·경제·사회 시스템 개혁

 

레스터 브라운은 세계를 향해 플랜 B 동참을 촉구하는 '월드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그럼 도대체 플랜 B는 무엇일까. CNN 창립자 테드 터너가 3600권을 구입해 각 나라 수반과 각료들, <포춘> 선정 500대 기업 최고 경영자, 세계 억만장자 672명 등에게 배부했다는 '플랜 B'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까. 이번에 한국어판으로 출간된 <플랜 B 3.0>을 통해 레스터 브라운의 강연을 미리 '예습'해본다.

 

플랜 B는 한마디로 석탄과 석유에 의존하지 않는 새로운 에너지 경제를 의미한다. 플랜 B 경제의 핵심 목표는 202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80퍼센트 줄이는 것으로, 전 세계의 정치, 경제, 사회 시스템 개혁이 따라야 가능한 목표다. 따라서 레스터 브라운은 "특정한 몇 나라의 노력으로 달성될 수 있는 목표가 아니며, 전 지구 차원의 공동 노력과 예산 투입이 요구된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레스터 브라운의 문제 의식은 자연스럽게 인구 문제와 교육, 기아, 질병, 건강 관리 등 사회문제로 확대된다. "석탄과 석유를 원료로 하는 발전 전체를 재생 에너지원으로 교체하는 것" 못지 않게 에너지 낭비를 막는 경제 체제 구축 또한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양극화 해소가 '절대 필요 조건'이란 것이다. "기아와 질병에 시달리는 사회를 개선해야, 지구 환경을 소생시킬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플랜 B 예산은 연간 1900억 달러

 

하지만 플랜 B의 '미덕'은 "책 속의 이론이 아니라 '행동의 경제학'"이라는데 있다. 객관적인 수치와 연구 결과로 자신의 주장에 힘을 싣고, 구체적인 목표까지 아주 꼼꼼하게 제시한다. 예를 들면 플랜 B에서 2020년 재생 에너지 목표는 6140기가와트다. 풍력, 옥상의 태양전지 시스템, 태양광 발전소, 지열 등 재생 에너지 발전용량 합계다.

 

"다행히 우리는 지금 기후를 교란시키지 않고, 공기를 오염시키지 않고, 태양만큼 오래 지속될 수 있는 새로운 에너지 경제를 세우는 기술과 자본을 갖고 있다"는 것이 레스터 브라운의 평가다. "사용 가능한 풍력 에너지의 5분의 1만 활용해도 현재 세계 전력 사용량의 7배를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 지구 차원에서 투입해야 하는 예산 역시 구체적이다. 초등교육 의무화 100억 달러, 44개 최빈국을 위한 학교 급식 프로그램에 60억 달러, 콘돔 부족 해소 30억 달러 등 플랜 B의 사회 개선 예산은 770억 달러다. 그리고 나무 심기, 어업 회생, 생물 다양성 보호, 지하수면 안정화 등 지구를 소생시키는데 직접 필요한 예산을 1130억 달러로 제시한다. 연간 1900억 달러(약 190조원)가 바로 플랜 B 예산이다.

 

"플랜 B 예산, 세계 군사비 6분의 1도 안 된다"

"환경 재난으로 몰락할 것인가, 지금은 결심의 시간"

 

결코 적은 돈은 아니다. 한국 정부의 2004년 총 세입(1500억 달러)보다 많으며, 올해 세계 생활가전 전체 시장 규모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UAE의 2007년 국내 총생산(GD)이 1900억 달러였으며, 사우디 아라비아가 작년에 벌어들인 '오일머니'가 1900억 달러다. 중국 무역 흑자 규모 또한 1900억 달러다.

 

이는 "전 세계 지도자들이 그 많은 돈을 누가 낼 것이냐는 말로 문제를 회피"하는 핑계가 된다. 물론 레스터 브라운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지금은 결심의 시간"으로 "새로운 형태의 국방 예산으로 봐야 한다"라는 주장이다.

 

레스터 브라운은 "플랜 B 예산은 세계 군사비 지출 1조2350억 달러의 6분의 1도 채 되지 않는다"라며, 석유를 확보하기 위해 이라크를 점령한 미국이 2007년까지 직접 지출한 군사비가 모두 4500억 달러였다는 점도 환기시킨다. 덧붙이자면 올해 부시 행정부가 의회에 요청한 전비지출 금액도 1900억 달러였다.

 

"이라크 전쟁의 총비용은 약 2조달러에 이른다고 계산했다. 이라크 전쟁은 인류 역사에서 가장 값비싼 잘못이었음이 입증될지도 모른다. 재정지출 때문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기후변화를 비롯한 문명에 대한 위협에서 세계의 관심을 멀어지게 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결심의 시간이다. 환경재난으로 마침내 몰락하는 것을 지켜보거나, 아니면 경제 발전을 지속하는 새로운 길로 옮겨갈 수 있다. 어떤 행동도 실제로는 쇠퇴와 몰락의 길에 머무르기 위한 결단이 아니다."

 

기후변화 시민포럼, '기후변화, 탈출구는 있는가' 강연

레스터 브라운 방한 일정

 

오는 6월 8일부터 11일까지 한국에 머무르게 될 레스터 브라운의 행보가 '빡빡하다'. 환경재단 기후변화센터(이사장 고건) 초청으로 방한하는 레스터 브라운은 9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 7층 레이첼 카슨 룸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것으로 공식 일정을 시작한다. 9일 오후 4시에는 한승수 국무총리 접견이 예정돼 있다.

 

9일 저녁 6시 30분부터는 프레스센터 20층 프레스클럽에서 '기후변화 리더십 과정'에 참석해 특별강연을 한다. 기후변화센터 해외이사이기도 한 레스터 브라운과 우리나라 사회 저명 인사들의 '특별한 만남'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고건 기후변화센터 이사장은 물론,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 엄기영 MBC 사장, 최열 환경재단 대표 등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날(10일)에는 '기후변화, 탈출구는 있는가'란 제목으로 서울프라자호텔 별관 지하1층 그랜드볼룸에서 오후 2시부터 '기후변화 시민포럼' 강연을 하고, 저녁 6시 30분부터는 환경재단 136포럼 및 만분클럽 만찬강연을 할 예정이다. 만찬강연에는 박종식 삼성지구환경연구소 소장, 양길승 녹색병원 원장, 윤준하 환경운동연합 공동 대표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기후변화 시민포럼' 참가 자격에는 제한이 없으며, 별도 참가비도 필요 없다. 더 자세한 내용은 환경재단 기후변화센터 홈페이지(www.climatechangecenter.kr)를 참조하면 된다.

 


태그:#기후변화, #브라운, #플랜, #최열, #환경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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