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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도를 웃도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27일 요란한 소리를 내며 포클레인 한 대가 한 농촌 실개천에서 공사를 하고 있다. 포클레인의 바가지(버켓)가 움직일 때마다 무성하게 자라있던 물풀이 힘없이 뽑혀 나간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물풀로 무성했던 실개천은 조금씩 제 모습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하천이 조금씩 깨끗하게 정비되고 있는 한편에서는 마을 주민 한 분이 족대(충청도에서는 '활치'라고도 부른다)로 하천을 휘저으며 물고기를 잡고 있다. 위쪽에서 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물고기들이 아래로 내려올 것을 감안해 아래쪽에서 물고기를 잡고 있었다. 상류의 깨끗했던 모습과는 달리 아래쪽은 흙탕물과 상류에서 떠내려 온 각종 부유물로 인해 지저분한 모습이었다.

 

아저씨는 아직까지 남아있는 물풀 사이를 장화발로 밟아대며 물고기를 족대 안으로 유인했다. 한참 동안을 물풀 속에 발을 넣고 쑤시더니 이내 족대를 들어올린다. 들어 올리는 모습을 보니 제법 물고기가 잡힌 듯 했다.

 

아저씨는 물고기를 족대에서 꺼내 한 마리씩 곁에 있던 양동이에 담고 있었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던 난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아저씨에게 말을 붙였다.

 

"(물고기) 많이 나와유?"

"붕어도 잽히고 피라미도 조금씩 잽히네유. 이런 거는 흙탕물에서 잘 잽히거든유."

"얼마나 잡았시유? 양동이 좀 보여주시지?"
"아직은 몇 마리 못 잡았시유. 그래서 보여주기가 뭐한디?"

"그래요? 그럼 많이 잡으세유."

 

실개천 공사현장에서 대운하의 모습을 보다

 

아저씨와 말을 마치고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려는데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바로 아래 하류에 떠 있는 부유물들이 보였다. 수많은 거품과 함께 막걸리병, 스티로폼 등 상류에서 떠내려 온 것들로 보였다. 순간 수많은 반대론자들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추진하려는 대운하 생각이 떠올랐다.

 

'일개 실개천 하나 공사하는데도 이 같은 부유물은 물론 흙탕물로 인해 하천이 더러워지는데 대운하 공사를 한다면 그 여파는 도대체 어느 정도가 될까?' 하고 생각하면서 하류 쪽으로 계속 내려가는데 물풀로 둘러싸여 있어 둠벙처럼 생긴 곳에 상류에서 떠내려 온 부유물들이 한데 모이고 있었다.

 

'저렇게 물이 흐르지 않고 머물러 있으면 오염될 텐데….'

 

우리나라 옛 속담에 '고인 물은 썩는다'는 말이 있다. 일개 실개천에 물이 고여 썩게 되면 냄새는 물론 파리, 모기가 들끓는 원상지가 되는데, 강이 썩는다면 어떨까?

 

대운하를 건설하는데 있어서 많은 문제점이 있지만 그 중 하나는 수위가 얕은 곳에 배를 띄우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물 양을 확보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댐을 쌓아서 흐르는 물을 막아 수위를 높이는 방법과 얕은 강바닥을 파내서 배가 떠다닐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결국 대운하를 건설하려면 실개천 공사처럼 땅을 파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환경오염은 물론 그로 인해 최종에는 생태계 파괴까지 올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점이며, 환경이 오염되고 생태계가 파괴된다면 국민들에게도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도 있다.

 

우연찮게 들른 한 농촌의 작은 하천 공사였지만 공사현장을 둘러보며 한반도 대운하의 심각성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깨닫는 의미 있는 하루를 보냈다.


태그:#대운하, #실개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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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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