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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역사를 바꾼 건 동생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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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난 반항아 - 출생 순서, 가족 관계, 그리고 창조성 | 플랭크 설로웨이 지음 | 정병선 옮김 | 사이언스북스 | 874쪽 | 4만원

870쪽이 넘는 분량의 이 책은 하나의 질문에서 출발하고 있다. 코페르니쿠스 혁명, 종교 개혁, 프랑스 대혁명, 진화론, 상대성 이론 등 인류 역사의 근본적인 혁명의 과정에서 왜 어떤 사람들은 낡고 잘못된 사고방식을 신속하게 폐기하며 대변혁을 가져오는 반면, 왜 또 어떤 사람들은 열광적으로 현 상태를 옹호하고 유력한 정설을 집요하게 고수하는 것일까.

과학사학자이자 진화생물학자인 저자는 그 해답을 출생순서에서 찾았다. 그리고 121개의 역사적 사건과 28가지 과학 혁신, 6566명의 전기적 자료를 바탕으로 인류 역사를 바꾼 주역들은 후순위 출생자, 즉 가족 내 동생들이며, 그 반대편에 선 인물들은 맏이였음을 밝히고 있다. 또 이런 개인의 성격, 사회적 위치의 차이는 장구한 인간 진화의 역사 동안 자연선택에 의해 연마된 출생 순서 효과에 따른 것임을 증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가정은 행복의 요람이 아니다. 그곳은 매일매일 치열한 생존 경쟁이 벌어지는 또 다른 밀림이다. 형제들은 부모의 보살핌이란 동일한 자원을 놓고 경쟁을 벌이며 성장해가면서 자기만의 독특한 지위를 구축하려고 노력하고, 그 결과로 첫째들은 권력 및 권위와 자신을 강하게 동일시해 체제 순응적이고 보수적인 반면, 동생들은 모험적이고 창조적이며 현재에 의문을 제기하는 반항적인 성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부록과 후주·참고문헌·색인만도 360여 쪽에 이르는 치밀한 연구 작업이 놀라우면서도 갑자기 엉뚱한 의문이 든다. 그럼, 외아들·외동딸이 많은 이후 세대에는 혁명은 없는 것일까.

'이스탄불의 작가'가 기록한 이스탄불의 슬픈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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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탄불 - 도시 그리고 추억 | 오르한 파묵 지음 |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520쪽 | 1만8000원

2006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저자는 터키 이스탄불에서 태어나고 성장했을 뿐 아니라 지금까지 발표한 소설의 공간적 배경도 대부분 이스탄불이다. 스웨덴 한림원도 노벨상을 수여하며 "파묵은 고향인 이스탄불의 음울한 영혼을 탐색해 가는 과정에서 문화간 충돌과 복잡함에 대한 새로운 상징을 발견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그 '이스탄불의 작가'가 자신이 태어나고 성장해서, 한때 화가가 되기를 꿈꾸었으나 결국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기까지의 개인사를 터키의 현대사와 이스탄불의 변천사에 녹여 때로는 아프게 때로는 행복하게 들려준다.

저자가 동로마 제국과 오스만 제국의 영광이 무너져 방치돼 있는 도시 이스탄불을 바라보는 시선엔 기본적으로 '비애'가 배어 있다. 그렇기에 "이 회상록은 자신에 대한 고백인 동시에, 너무나 허망하고 빠르게 허물어져 가는 - 곧, 너무 빠르게 새로워져 가는 - 이스탄불의 소멸에 대한 저항의 기록('옮긴이의 말'에서)"으로도 읽힌다. 터키의 유명 사진작가들이 세상과 멀어져 변방도시로 남아버린 흑백의 세월을 찍은 이스탄불의 풍경과 저자의 어린 시절 흑백사진 200여 점이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슬픔을 더 짙게 한다.

절망적인 죽임의 시대, 무슨 꿈을 꿀 수 있을까

라일락 향기 - 김영현 소설집 | 김영현 지음 | 실천문학사 | 302쪽 | 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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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80년대 암울한 시대를 글과 몸으로 부딪쳐 살아왔고, 90년대 문단에 '김영현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중견 작가가 10여 년 만에 내놓은 소설집. 1999년에 발표한 '개구리'를 제외하고 모두 지난 5년여에 걸쳐 쓰인 단편 7편을 묶었다.

작가의 말에서 밝히고 있듯이 "한시도 내가 철학도라는 사실을 잊어본 적이" 없는 작가는, 고문으로 정신분열증을 앓는 절친한 친구 '이공'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개구리', 김신용 시인의 '몽유 속을 걷다'를 소설로 옮긴 '나는 몽유하리라', T. S. 엘리엇의 '황무지'를 패러디(?)한 '라일락 향기' 등 7편의 문학적 서술을 통해 "존재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 해명"을 시도하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작가는 꿈을 꾸는 존재이다. 그런데 꿈이란 아무리 아름다운 것이라 해도 현실적 기준으로 볼 땐 늘 불온한 것이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작가가 시대와 불화를 가지는 것은 어쩌면 운명적인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문명은 하나의 덫이며 시간의 흐름은 모든 고통의 시원이다. 냉전이 끝난 지구는 증오와 학살, 자기와 타자의 절망적인 죽임을 반복하는 테러의 연속이다. 어디에서 무슨 꿈을 꿀 수가 있단 말인가."('작가의 말' 중에서)

위안부 할머니가 그린 12편의 그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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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으로 들어간 소녀 - 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를 위한 대필 작가의 독백 | 배홍진 지음 | 멘토 | 224쪽 | 1만원

이 책의 저자는 대필 작가다. 일본식 영어로는 유령작가(ghost writer). 어느 날 한 장의 영정사진을 받아든 작가는 사진 속 인물의 영혼을 따라 의뢰받지 않은 대필 작업을 시작한다. 그 인물은 1997년 폐암으로 세상을 떠난 강덕경 할머니. 태평양전쟁 당시 위안부로서 소녀의 꿈을 짓밟혀야 했던 그녀도 그 때문에 해방된 조국에서 집에서도 쫓겨난 채 유령처럼 살아야만 했다.

작가는 할머니의 흔적을 찾아 국회도서관,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그리고 한국영상자료원 자료실 등을 뒤지고, 그녀의 강탈당했던 삶을, 그녀의 수치와 비명과 고독과 희망을 오롯이 되살려놓았다. 저자 특유의 시어(詩語)도 그렇지만, 책에 함께 실린 암울했던 과거의 기억을 붓으로 토해낸 할머니의 그림은 그 어떤 웅변보다 훨씬 더 강렬하다. 소녀의 꿈을 꾸던 '고향-진주 남강'부터 '성노예'의 절규가 들리는 '빼앗긴 순정', 그리고 자신의 바람을 담은 '새가 되어' 등까지 12편의 그림이 절절하다.

발랄하고 유쾌한 지구별 생존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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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지구에서 살아남는 유쾌한 생활습관 77 | 데이비드 드 로스차일드 지음 | 환경운동연합 옮김 | 추수밭 | 236쪽 | 1만원

"'뜨거운 공간(hot spot)' 지구를 '희망의 공간(hope spot)'으로 바꾸기 위한 모험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온실가스에 따른 지구온난화로 20세기 들어 지구의 기온은 0.74℃ 상승했고 해수면도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톡톡 튀는 상상력과 기발함이 돋보이는 생활 속 77가지 실천 방법을 통해, 무겁게만 느껴졌던 환경 문제를 쉽고 재밌게 풀어냈다.

몇 가지 실천 방법을 살펴보면 '밀짚으로 친환경 건축' '재택근무족으로 변신하기' 등 다소 어려운 것도 있지만, '전원 플러그 뽑기' '스웨터 입고 온도 낮추기' '장바구니 사용하기' 등 대부분은 누구나 돈과 시간을 많이 들이지 않고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이다.

그래도 온난화를 막을 수 없다면? 최악의 경우 마지막 방법으로 '지구온난화형 인간으로 진화하기'를 제안하며 그 모습을 그림으로 보여준다. 체온을 쉽게 방출할 수 있는 당나귀 귀에 작은 곤충을 사냥하기에 적합한 뾰족뒤쥐의 입, 또 사막의 뜨거운 모래 위에서 생활하기 편한 모래고양이의 발과 광합성이 가능한 초록빛 피부…. 선택은 지금 당장 당신의 작은 실천에 달려 있다.

사회주의 체제의 나이트클럽에서도 부킹이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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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민중문화 - 20세기 러시아의 연예와 사회 | 리처드 스타이츠 지음 | 김남섭 옮김 | 한울아카데미 | 464쪽 | 3만원

'소련'이라는 사회주의 체제 하의 러시아 보통사람들은 어떤 문화를 즐기며 살았을까. 톨스토이 소설을 읽고, 볼쇼이 발레를 즐기고, 쇼스타코비치 교향곡을 듣고, 에이젠슈타인의 영화만 보며 살았을까. 아니다. 스탈린 시대에도 사회주의 리얼리즘만 있었던 건 아니다. 그들 역시 대중가요, 재즈, 록, 싸구려 소설, 서커스, 디스코, 부기우기, 로맨스영화, 텔레비전쇼 등을 즐겨 듣고 보고 읽고 춤추며 혁명과 전쟁, 억압과 테러, 자본주의 국가와의 긴장이라는 고단한 일상을 위로받고 견뎌냈다.

미국 조지타운대학 역사학 교수인 저자는 30여 차례의 소련 방문에서 나이트클럽, 레스토랑, 버라이어티쇼 극장, 팝콘서트, 필름보관소, 노동자클럽, 영화관 같은 곳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러시아 보통사람들의 삶과 어우러진 하급문화와 연예문화를 샅샅이 찾아 정리했다. 책은 1900년부터 현재까지의 모든 시기를 다루고 있는데, 특히 1967-1990년 기간의 상당 부분은 그 같은 저자의 개인적인 관람이나 청취에 바탕을 두고 있다.


타고난 반항아 - 출생 순서, 가족 관계, 그리고 창조성

프랭크 설로웨이 지음, 정병선 옮김, 사이언스북스(2008)


태그:#이주의 새책, #이스탄불, #타고난 반항아, #김영현, #지구온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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