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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호호 정말 부처님 머리처럼 생겼네.”

 

산동네 낮은 담장 너머로 머리를 내민 새하얀 꽃송이가 탐스럽다. 지나가던 젊은 여성 두 사람이 탐스럽고 예쁘다며 바라보고 있었다. 11일 오후 서울 성동구 사근동 골목길에서다.

 

꽃 이름이 무엇인지 아느냐고 물으니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내가 ‘불두화‘라고 가르쳐주자 무슨 그런 꽃 이름이 다 있느냐고 되묻는다. 그래서 절에 가면 많이 볼 수 있는데 잘 생각해 보라고 하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손뼉을 딱 친다.

 

“맞아! 맞아! 곱슬곱슬 부처님 머리야!”

“호호호호 그래서 불두화구나. 호호호호.”

 

꺄르르 웃는 젊은 여성들의 웃음소리가 꽃향기처럼 골목길로 퍼져나간다.

 

꽃모양이 둥근데다 마치 부처의 머리처럼 곱슬곱슬하다. 꽃피는 시기가 부처가 태어난 4월 초파일을 전후해 꽃이 만발한다고 하여 불두화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부처의 머리모양을 닮은 꽃이어서 승려들이 좋아하기도 한다. 그래서 절 마당에 정원수로 많이 심는 꽃이 불두화다.

 

그 불두화가 가난한 산동네 불럭 담장 안에서 환한 얼굴로 지나는 사람들에게 미소를 보내고 있었다. 이 불두화는 처음 피어날 때는 연초록색을 띠고 있다가 활짝 피면 하얀색으로 변하여 더욱 탐스러운 모습이 된다.

 

불두화가 활짝 핀 건너편 담장에는 이제 피어나기 시작하는 꽃봉오리들 중에서 먼저 활짝 핀 장미 몇 송이가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싶어하는 눈치다. 5월은 장미의 계절이다. 그런데 장미보다 먼저 피어난 불두화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으니 장미가 시샘하는 것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불두화, #이승철, #찔레꽃, #장미꽃, #석탄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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