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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이달 임시국회에서 경기 진작용 추가경정 예산을 편성하겠다는 방침을 27일 철회했다.

 

이는 정부의 추경안 편성에 반대해 온 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의 '판정승'으로 해석되지만, 같은 당 안상수 원내대표가 28일 이 의장의 역할에 제동을 걸고 나서 '정책 혼선'의 후유증이 계속되고 있다. 당·정 갈등이 당내 갈등으로 옮겨붙는 양상이다.

 

18대 국회에서 정부와 코드를 맞추려는 인사가 정책위의장이 될 경우 이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안상수 "원내대책회의에서 결정 나기 전에 발표 자제해달라"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28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한나라당과 정부가 발표하는 정책에 무슨 이견이 있는 것처럼 보여서 국민들이 걱정하는 것 같다"며 "당과 정부의 정책을 국민이 불신하는, 좋지 못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어서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추경안 편성을 둘러싼 당·정 갈등을 이르는 말로, 특히 '대책'이라는 표현이 눈길을 끈다.

 

이명박 대통령이 13일 기자회견에서 "초과 세수를 예산(으로) 쓸 수 있도록 5월 국회가 열리면 상의해 내수 촉진시키는 일에 쓸 수 있도록 하려 한다"고 말한 이후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4조9000억원 규모의 추경안 편성을 추진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18일 이후 세 차례 열린 당정협의회에서 "공무원들이 노무현정권의 좌파 정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당을 망하게 하려면 그렇게 하라"는 격한 발언을 쏟아내 정부를 당황케 했다. 이 의장은 공식회의 외에도 라디오 인터뷰에 수시로 출연해 "추경안이 아니라 감세로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지론을 설파하는 데 주력했다.

 

이 의장은 28일 오전에도 3개 방송사의 라디오 인터뷰에 출연하느라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했는데, 안 원내대표의 경고성 발언은 이런 상황에서 '기습적'으로 나왔다.

 

"정부는 중요 정책을 발표하기 전에 당과 미리 정책을 협의하고 조율해서 시행착오를 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번에 추경예산이 조율이 미리 필요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한나라당도 정책위의 의견이 당의 전체 의견으로 국민에게 비쳐서 혼선이 일어나는 일이 가끔 있다."

 

안 원내대표는 "앞으로 당의 주요정책은 정책위에서 제안한 것을 원내대책회의에서 최종적으로 점검하고 결정하겠다. 원내대책회의에서 결정이 나기 전에는 중요 정책의 외부 발표도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당의 정책을 총괄하는 위치에 있는 이한구 정책위의장이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발언을 하는 것을 막아서 당·정 갈등의 불씨를 없애겠다는 의도로 읽혀졌다.

 

이한구 "대선·총약 공약으로 다 나온 얘기... 왜 회의에서 얘기 하나"

 

그러나 이한구 의장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대선과 총선 공약으로 다 나왔던 얘기를 한 것인데 뭐가 문제냐?"고 반문했다. 그는 안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서도 "그런 얘기는 나한테 하면 되지, 회의에서 할 필요가 있냐"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 의장은 18대 국회에서 자신이 설령 정책위의장을 그만둔다고 해도 지금의 기조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작은 정부는) 당의 핵심공약이었는데, 이게 보통 문제가 아니라 당의 정체성이 걸린 문제다. 이게 흔들리면 우리 당으로서는 굉장히 정치적인 문제가 된다."

 

- 기획재정부에서는 이 의장의 행보에 불편한 기류가 있는 것같다.

"많겠지, 거기 뿐이겠나? 당내에서도 재정 기초를 확대하길 바라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이 의장은 한국은행의 금리인하를 유도하려는 기획재정부에도 비판적인 입장을 거듭 밝혔다. 이 의장은 "시중은행의 금리 인하를 유도하는 것은 괜찮다고 보지만, 한은의 정책금리는 한은이 스스로 결정할 사항"이라며 "한은의 권한을 존중해주고 정부는 다른 정책수단을 고민해야지, 정부가 자꾸 압력을 넣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태그:#안상수, #이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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