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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거제도 고향집 가는 길, 가며 오며 산행을 하기로 했다. 거제도에 가끔 갈 때마다 거제도에 있는 산 한두 개씩은 등반하기로 했던 우리가 이번에 택한 산은 대금산이다. 거제도 가는 길에 대금산으로 간다. 대금산의 유래는 신라시대 때 쇠를 생산하던 곳이라 하여 대금산이라 부른다고 한다. 하지만 이조 중엽 때에 와서 비단 같은 풀이 온 산을 뒤덮고 있어 크게 비단을 두른 아름다운 산이라 하여 대금산이라 부르고 있다.

 

너무 빠르거나, 너무 늦었거나

 

지난주까지만 해도 대금산은 진달래 축제로 진달래와 사람들 물결로 가득한 것을 신문이나, 인터넷 등에서 확인했었던 터라 설마 그 사이에 진달래가 다 졌을라구, 이제 꽃은 절정, 잎이 어느 정도 돋아나고 있겠지, 하고 낙관했다. 하지만 어쩌랴, 우리의 바람은 서운케 무너졌으니. 어느새 대금산 진달래는 다 져버리고 인적 또한 없는 조용한 산행을 하게 될 줄 누가 알았으랴. 밀물처럼 대금산 꼭대기까지 밀려들었던 수많은 사람들 그리고 진달래 그 붉은 꽃불은 썰물처럼 빠져나가버리고 우리 둘만이 대금산에 섰어라.

 

어쨌든 그렇게 되었다. 하지만, 꽃 지고 없어 못내 서운했지만 대금산은 또 다른 선물을 우리들에게 안겨주었으니 어찌 그 발걸음이 헛되랴. 양산에서 출발, 마산까지는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마산에서 거제까지는 국도를 타고 대금산으로 향했다. 거제 대교를 건너고 고현을 거쳐 연초를 지났다. 연초 명상버든 마을에 진입했다. 가끔 고향에 다녀갈 때마다 연초를 지났지만 연초에서 명상마을로 빠지는 오른쪽 길은 한 번도 가보지 않았다. 쭉 큰 도로 쪽으로만 갔던 나는 연초 명상마을은 처음이었다.

 

고요한 마을 길 옆 물을 댄 논 안에 하늘이 내려앉아 있고 그 위에 햇빛이 놀고 있었다. 명상마을을 지나 반깨고개에 도착했다. 낮 1시 25분이었다. 대금산 진입로 앞 주차장에는 대형관광버스가 5대나 세워져 있어 역시, 아직도 진달래꽃으로 절정을 이루고 있나 보다, 지레짐작했다. 막 등산로를 걸어 올라가기 시작하자 초등학생 2, 3학년 쯤 되어 보이는 아이들이 우르르 쏟아질 듯 활기차게 걸어 내려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아이들이 명랑한 목소리로 "안녕하세요!" 반갑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하며 처음 보는 사람에게 인사성이 밝은 것이 너무 이뻐 즐겁게 화답을 해 주었다. 하도 사랑스러워서 "어디서 왔니?" 하고 물었더니 "장승포 초등학교에서 왔어요" 하고 대답했다. 현장학습 나왔다가 돌아가는 길이라 했다. 아이들의 인사를 받고 산으로 향하는 길은 계속 흐렸던 하늘이 열리고 환하게 햇살 퍼져 나가듯 즐겁게 했다. 반깨고개에서 농장을 지나 안부까지는 임도로 되어 있었다. 처음부터 약 200미터까지는 시멘트 길, 그 다음부터는 흙길로 되어 있었다.

 

무난한 임도를 따라 약수터를 지나 안부에 도착, 안부에서 대금산 정상까지 진달래 군락으로 되어 있었지만 허무하게도 꽃은 다 지고 잎이 무성하게 돋아나고 있었다. 아니 이럴수가. 해도 해도 너무 하네, 지난주까지만 해도 꽃천지였다는데 하루, 이틀 사이에 이렇게 꽃이 다 져버릴 수가 있단 말인가. 창원 천주산 진달래 군락지를 찾았을 땐 너무 일찍 찾아 꽃봉오리만 겨우 보고 왔고, 거제 대금산은 너무 늦게 찾은 까닭에 꽃 지고 잎만 무성할 때 찾았구나, 너무 빠르거나, 너무 늦거나! 해서 이번 봄엔 진달래꽃을 맘껏 보지 못했다.

 

진달래꽃 지고 없어도, 빼어난 자연경관

 

안부에서 대금산 정상까지는 진달래 군락, 정상에 올라보니 2시 20분. 진달래 꽃구름은 보지 못했지만 대금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전망은 아주 탁월했다. 대금산 정상 앞에는 산불초소가 있었다. 날은 흐려서 을씨년스러웠다. 정상 앞에 펼쳐진 바다와 산들. 가덕도가 저 바다 앞에 보이고 거가대교 밑둥이 바다 한가운데 꽂혀 있는 것도 보였다. 산산이 둘러싸거나 펼쳐져 있는가 하면 크고 작은 섬들이 바다를 수놓고 있어 아기자기하면서 부드럽고 넉넉하고 아늑하게 하늘아래를 아름답게 수놓고 있었다.

 

바다를 향해 내리뻗은 산 끝자락에는 크고 작은 사람 사는 집들이 마을을 이루고 여기 저기 모여 있었다. 화창한 날씨라면 더 푸른 바다색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대금산 정상에서 마주 내려다보이는 시루봉으로 향했다. 시루봉(358미터)에 도착하니 3시 5분. 정상 표시석은 없고 돌무더기가 쌓여 있었다. 대금산은 산 그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주변 경관은 더욱 아름다웠다. 빗방울이라도 금방 떨어질 것 같은 구름 낀 날씨, 산 아래 내려다보이는 섬과 산들, 섬 끝에 마을들. 시루봉 돌무더기 위에 앉아 고요한 풍경 속에 잠겼다.

 

거제도 산들의 특징은 한 마디로 어떤 산이든지 바다를 끼고 있다는 것이다. 바다와 함께 바다를 배경으로 바다와 손잡거나 어깨동무를 하고 있거나, 안거나, 안기거나, 쪽빛 바다와 함께 있다. 쪽빛 바다에는 또 점점이 크고 작은 섬들을 수놓아 섬에 대한 환상을 불러일으킨다. 그 섬에 닿고 싶게 만든다. 이제 또 내려간다. 어쨌든 여행은 다시 돌아가기 위한 것이다. 시루봉에서 안부에 도착했다. 이제사 하늘이 열리고 햇살이 비쳐 바다에 색이 입혀지고 산 빛은 생기를 찾았다.

 

김영삼 전 대통령 생가

 

출발지였던 반깨고개에 도착, 여기서 멀지 않은 김영삼 전대통령 생가를 찾기로 했다. 고갯길 너머 차로 얼마 동안 달려 외포로 향했다. 외포마을 가는 길에 흥남해수욕장이 보였다. 김영삼 전 대통령 생가 바로 옆, 한 길 너머에는 마을 안쪽까지 들어온 바다가 한눈에 보이고 바다는 끝없이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고 있었다.

 

우리는 거친 레이스를 만들며 물보라를 일으키는 것을 보며 생가로 향했다. 김영삼 전대통령 생가 앞에는 마을 사람들이 좌판을 펼쳐놓고 청정해역에서 잡은 멸치, 문어, 홍합, 굴 등을 말려서 팔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생가는 깨끗하게 아주 잘 보존해 놓고 있었다. 예전에도 거제도 갈 때면 옥포, 장승포 등을 거쳐 갈 때 이쪽 외포를 지나갈 때도 있었지만 생가가 있다는 말만 들었을 뿐 일부러 찾지는 않았었다.

 

대금산에서 생가가 멀지 않은 곳에 있어 차로 가면 몇 분 걸리지 않는 거리라 찾았던 것이다. 작지만 아담하고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는 생가에는 드문드문 사람들이 찾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거제시 장목면 외포리 1383-3번지인 이 생가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13살 때까지 성장한 곳이라 한다. 현재 생가는 존재하지 않고 그 자리에 신축 건물로 복원한 것이다.

 

대문 안으로 들어가자 마당 왼쪽엔 김영삼 전 대통령의 흉상이 있고, 오른쪽에는 작은 화단과 우물 등이 보였다. 장목소학교 시절부터 민주화를 위해 23일간의 단식에 들어갔던 당시의 모습, 서울대학교 4학년, 이화여자 대학교 3학년이었던 청년 김영삼, 처녀 손명순의 모습, 1960년 5월 24일 밤 9시경에 공비가 쏜 총에 쓰러져 돌아가신 고 박무련 여사의 사진 등이 방 안에 사진으로 걸려 있었다.

 

방명록에는 이곳을 다녀간 많은 사람들의 이름들이 기록되어 있었다. 방명록에 서명을 했다. 거제도 대금산을 등반하거나 가까운 흥남 해수욕장이나 몽돌해수욕장 등을 찾는 이가 있다면 김영삼 전 대통령 생가를 함께 둘러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집을 둘러보고 나와 거제도 고향집으로 향했다.

 

쪽빛 바다와 어우러진 대금산과 대통령 생가를 함께 여행할 수 있어 좋았다. 대금산은 가족산행, 바다산행, 진달래 산행으로 좋다. 아이들과  함께 손잡고 산행과 함께 또한 김영삼 전대통령 생가, 해수욕장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대금산(해발437.5미터) 주요 등산로:1. 영상버든 마을-대금산마을-정골재-약수터-진달래군락지-정상(3.6ㅣ로미터.1시간55분)
2.반깨고개-벽개등-약수터-진달래군락지-정상(1.6킬로미터. 55분)
3.정골마을-진달래군락지-정상(1.8킬로미터.1시간)
4.상포마을(임도입구)-정골재-약수터-진달래군락지-정상(4.1킬로미터.2시간5분)
5.정골마을-정골재-약수터-진달래군락지-정상(1.6킬로미터.55분)

김영삼 전대통령생가: 거제시 장목면 대금리,율천리와 연초면 명동리에 걸쳐 있다.


태그:#대금산, #김영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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