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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한미정상회담으로 한미간 신뢰가 회복됐다고 하는데, 부시 행정부는 그동안 취해왔던 입장에서 바뀐 게 하나도 없다. (정권교체에 따라) 우리 입장만 바뀌어서 미국이 수용한 것이고... 이것을 국가간 신뢰라고 하면 국민을 오도하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안보실장과 외교통상부장관 등을 지내며 외교안보정책을 이끌었던 송민순 통합민주당 비례대표 당선자가 이번 이명박-조지 부시 대통령간 한미정상회담을 보고 쓴소리를 던졌다.

 

송 당선자는 민주당 한반도전략연구원이 22일 오후 국회도서관에서 연 '한미정상회담, 평가와 전망' 토론회에서 "한미간 전략동맹, 자유무역협정(FTA),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비자면제 협정 등 이번 정상회담의 결과물들은 지난 10년간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가 추진해온 내용들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라며 "이제는 이명박 정부가 '한미관계 복원'이나 '잃어버린 10년' 같은 말은 쓰지 말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현 정부는 지난 두 정부 정책의 계승발전이 목표라고 솔직하게 말하고, 이를 국내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그는 "부시 대통령 초기에 ABC(Anything But Clinton, 클린턴의 정책 외에는 어떤 것이든 좋다)정책을 쓰면서 한미관계가 훼손됐었다"면서 "그 뒤 우리가 북한 핵문제와 한반도 장래에 대해 우리의 구도를 미국에 제시하고 미국이 수용하면서 9·19공동성명, 2·13합의가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시가 전략동맹 설명하면서 왜 중국을 언급했겠나"

 

송 당선자는 특히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합의된 '21세기 전략동맹'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부시 대통령이 전략동맹에 대해 설명하면서 "중국 문제가 한미 양국이 건설적인 방식으로 협력할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21세기 동맹관계에서 대단히 중요하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미국이 이렇게 짚고 있는 것을 주의깊게 봐야 한다, 한미 전략동맹의 대상을 중국으로 설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양국의 이해관계를 맞춰보자는 '전략대화'와 세계적인 차원에서 이해를 같이한다는 '전략동맹'은 반딧불과 번갯불 차이"라며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의 딱 중간에 있는 우리가 완전히 어느 한 쪽에 서면 위험성이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이것이 한미일 동맹으로 연결되는 상황까지 이명박 정부가 생각해봤는지 모르겠다"면서 "부시 대통령이 7월에 방한하니까 이때 한미동맹 비래비전을 만들자는 수준이 아니라, 깊이 있는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미국과 마찰이 있었음에도 같이 갈 수 있었던 것은 공동설계를 했기 때문"이라며 "이명박 정부는 미국이 설계하면 우리가 시공하겠다는, 시공업자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설계자가 될 것인지, 시공자로 남을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과 비슷한 시기에 미국을 방문한 영국의 브라운 총리가 (대선후보들인) 매케인, 힐러리, 오바마와 같이 걸어오는 세 장의 사진을 봤다"면서 "이명박 대통령이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미국을 방문한 것인지를 생각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임기를 불과 7개월 남겨놓은 부시 대통령에게만 주력했다는 지적이다.

 

"우리 정부 협상력 현저하게 줄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과 토론자들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보인 정부의 태도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홍 연구위원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보면 이명박 대통령이 아니라 부시 대통령이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강조하고 있다"며 "우리가 목소리를 안내겠다는 것은 북핵문제를 북미관계에 맡기겠다는 것인데, 이 같은  남북관계 소홀로 한국의 외교협상력이 현격하게 줄었다"고 말했다.

 

'한미동맹 복원' 주장에 대해서도 "노무현 정부에서 이라크 감축, 미군 후방이전, 전략적 유연성, 한미FTA를 다 들어줬기 때문에 신뢰가 손상된 게 거의 없다, 미 행정부가 노 대통령을 좋아할 정도로 이미 미국에 너무 많이 양보했었다"고 비판했다.

 

'한미전략동맹'에 대해서는 "미국의 동북아 전략과 우리의 이익이 일치하는 것이냐"면서 "지금 미국이 중국을 겨냥한 MD(Missile Defense)를 포기하겠나, 지금 미국에 잘못 치중하면 중국과의 관계에서 우리에게 심각한 시련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토론자들 발언 요약.

 

[이대근 경향신문 정치·국제에디터]- 부시가 좋아하면 성공이고 화내면 실패인가

 

부시 대통령이 좋아하면 한미관계가 성공이고 화내면 나쁜 것인가. 한미간에 갈등이 있으면 우리에게 나쁜 것인가. 이런 전제는 잘못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미국산 쇠고기 전면개방과 관련해 "낙농업자는 소수"라고 했다. 또 한미정상회담 뒤에 아프간에 우리 경찰을 파견하기로 했다는 말이 나왔다. 이번에 역설적으로 부시 대통령이 웃는 게 우리에게 좋은 게 아니라는 점을 국민들이 학습하는 계기가 됐다.

 

참여정부 때 한미동맹은 미국의 요구가 관철된 친미적인 동맹이었고, 이명박 정부는 그보다 더 미국적 가치와 이익을 고려하겠다는 것이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 과거 정상회담 수준보다 후퇴

 

북한을 크게 자극하지도, 그렇다고 전향적이지도 않았다. 지금은 북핵문제가 호전되는 상황이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 때였으면 이런 국면에서 북핵상황을 더 촉진시키려 했을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노무현 정권 때 "한국전쟁 종식하는 평화협정에 서명할 수 있다"고 했던 부시 대통령이 김정일을 만나지 않겠다는 수준으로 후퇴했다.

 

남북연락사무소 제안은 진정성 없는 형식적 면피용이다. 지난해 정상회담 이후 총리급 등 각 실무회담이 있다. 이미 구성돼 있고 합의한 바 있는 각종 회담을 가동하면 되는데, 연락사무소 설치 제안은 뜬금없었다.

 

[전성훈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노무현 정부 대미정책 과제 일거에 해결

 

노무현 정부는 한미관계에서 자주라는 명분도 실리도 잃었다. 한미간에는 문제가 있을 수 있는데, 이것을 동맹에까지 파급시키면서 지난 5년간을 끌어왔다.

 

한미관계는 이혼 직전이었다. 지난 5년간 성과가 있었다. 그런데 그 성과를 측정할 때 목표달성 자체도 있지만, 어느 정도 효과적이었느냐를 갖고도 판단해야 한다. 노무현 정부는 효율성에서 문제가 있었다. 이번 정부는 노무현 정부가 남긴 과제를 일거에 해결했다.

 

연락사무소는 단순 제안이 아니라 남북정상간의 상시채널을 강조한 것으로 본다. 또 당근과 채찍을 같이 구사할 수 있음을 국제사회에 선보였다.

 

이제는 진보-보수, 여야를 떠나 남북대화에 대한 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남북대화가 중단되면 무슨 일 나는 것 같은 분위기가 있는데, 남북대화 자체가 아니라 어떤 결과를 얻는가 하는 성과로 판단해야 한다.

 

[구갑우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소장]-전략동맹은 한미상호방위조약 위반

 

현 정부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이번 정상회담의 키워드는 캠프데이비드라고 했다. 부시는 방문자의 등급을 크로포드, 캠프데이비드, 백악관 등으로 나눠 1, 2, 3 등급으로 표현하고 있다. 한미정상은 친구처럼 행동했지만, 그 내용은 위험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제안한 전략동맹은 한미관계 한미상호방위조약 위반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외부의 위협을 동맹의 존재 이유로 설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중국에 대해 두개의 한국을 두개의 지렛대로 쓰려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이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쇠고기 시장 전면개방 사례에서 나타나듯, 스스로 협상 여지를 없애고 미국적 가치를 공유하겠다고 약속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이념외교에, 부시 대통령은 이익외교, 실용외교로 대응했다.

 

 

[박선원 전 청와대 안보전략비서관]-이명박 외교정책의 천박성 보여줬다.

 

'캠프 데이비드'가 이번 정상회담의 키워드라는 것은 이명박 외교정책의 천박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캠프 데이비드를 가고 골프카트 같이 타는 것이 동맹 복원이란 시각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이번 회담은 예외적인 경우다. 보통 임기 초 정상회담은 공동성명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그것이 기조가 돼서 남은 시기를 규정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공동성명이 없었다. 목표가 불분명한 정상회담이었다.

 

이명박 정부는 미국에 대해 전략동맹 수준으로 가자고 일방적으로 선포했다. 그런데 미국은 전략동맹 수준으로 보지 않는다. 미국이 중동문제를 우리와 이야기 할 것인가? 우리도 중동에 대해서는 우리와 관계된 사안만 보는 것이다. 앞으로 이라크 등 중동에 영국 수준으로 파병하겠다는 것인가?


태그:#송민순, #한미정상회담, #전략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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