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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지 못하는 사람들이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고 노래하는 것이 정말 가능할까?


한때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던 중국 무용수들의 작품 '천수관음'을 보고 그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에 깜짝 놀란 기억이 있다. 더 놀란 것은 그들이 소리를 듣지 못하는 농아인들로 이루어진 장애인 예술단이었다는 것이다.


듣지 못하는 그들이 어떻게 음악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아름다운 공연을 할 수 있었을까. 궁금하던 터에 장애인 예술의 불모지와도 같은 우리나라에도 15년 전부터 수화 뮤지컬을 무대에 올리는 장애인 예술단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농아인들과 비장애인들이 함께 모여 만들어가는 K.수화뮤지컬 예술단(www.ksignart.co.kr). 장애인의 날이었던 20일, 경기도에 위치한 한 교회에서 장애인의 날 기념 공연을 준비 중인 K.수화뮤지컬 예술단을 만났다.


"93년부터 예술단에 참여하게 되었어요. 처음엔 교제모임으로 시작했지만 김현호 단장님을 만나면서 제 속에 있는 재능을 발견하게 되었지요. 농아인이나 장애인들도 비장애인들과 동등한 입장으로 공연도하고 저들에게 감동과 재미를 줄 수 있다는 것에 긍지를 가지고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벌써 15년째 수화 뮤지컬단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정수님(43)씨에게 수화뮤지컬은 아주 특별하다.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장애 때문에 소외되고 억눌린 삶을 살아오던 그녀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준 것이 바로 수화뮤지컬이기 때문이다.


수화 뮤지컬 예술단을 이끄는 김현호 단장은 대학 때 수화통역 동아리에 들면서 농인들과 특별한 인연을 맺게 되었다고 한다.


"농인친구가 있었어요. 그 친구와 대화를 하려니 자연히 수화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결국은 사회복지사, 수화통역사가 되었지요. 농인들과 가깝게 지내보면 그들이 다른 사람들과 달리 손재주가 뛰어나다는 걸 알게 됩니다. 말을 손으로 표현하다보니 손의 기능이 남다르게 발달된 것이지요. 그래서 그들의 재능을 발휘할 뭔가를 찾다가 뮤지컬 단을 만들게 된 것 입니다."


김현호 단장의 아내 역시 수화뮤지컬단 단원이다. 청각장애 1급으로 전혀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상태지만 스피커를 가슴에 안고 스피커의 울림을 느끼며 연습에 매진한 결과 지난해엔 제2회 대한민국 장애인 문화예술 대상에서 대중문화예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고.

 

 

현재 약 30여명의 단원이 활동하고 있는 K. 수화뮤지컬단의 특징은 농인은 물론 비장애인들도 함께 무대를 만들어간다는데 있다. 아직은 수줍음이 많아 사람들 앞에 서기가 부끄럽다는 은지는 청각장애인부모를 둔 14세 여중생이다.


"어릴적부터 엄마, 아빠를 따라 수화 모임에 참석하다가 예술단 활동을 하게 되었어요. 제 꿈이 발레리나인데 아주 어리 적엔 학원에서 배우기도 했지만 지금은 형편이 여의치 않아 학원에 다니지는 못 하구요. 일주일에 한 번 뮤지컬 단에 와서 연습하고 공연하고 그러는 것이 전부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꼭 발레리나가 되고 싶어요."

 

부모가 모두 농인이라 생활하는데 불편함은 없었느냐고 물으니 아주 어릴 적엔 다른 사람들도 다 자기처럼 사는 줄 알았기 때문에 불편하다고 생각하지 못했고, 조금 자란 지금은 워낙 익숙해져서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참 곱고 예쁜 딸이 아닐 수 없다.


일반인들에게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K. 수화뮤지컬 팀의 공연 무대을 찾는 사람들이 적지 않아서 국내 각 지역은 물론 미국, 유럽, 동남아지역 등 해외공연까지 적지 않은 횟수의 공연을 무대에 올렸다고 한다. 하지만 정부나 단체로부터 재정적인 지원이 거의 없는 터라 대부분의 단원이 낮에는 일을 해서 생활비를 벌고 밤에 모여 연습을 해야 하는 아직은 열악한 상황에 있다.


하지만 김현호 단장은 절망하거나 실망하지 않는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지난 15년 동안 뮤지컬 팀을 키워온 것처럼 앞으로도 그들은 단단하게 뭉쳐 그들의 무대를 지켜 갈 것이라고 다짐한다. 


"우리가 처한 상황을 힘들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자비를 내어 연습하고 공연하러 다니지만 우리에게 이런 무대가 있고 우리를 찾는 사람들이 있으며 우리를 통해서 그들이 감동받고 기쁨을 누린다면 보람 있는 거죠. 바람이라면 농인문화센터를 설립하고 싶은 것입니다. 농인들이라면 누구나 와서 쉬고, 놀고, 배우고, 가르치는 그런 종합문화센터 설립하는 것이 제 꿈입니다."


태그:#장애인의 날, #수화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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