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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도시 재검토' 논란이 연일 가열되고 있다.

 

지난 15일 <조선일보>가 감사원 감사 보고서를 근거로 "노무현 정부가 혁신도시 사업을 밀어붙이기 위해 175개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효과를 크게 부풀렸다"고 보도한 뒤 혁신도시 논란이 불붙었다. 

 

혁신도시 백지화가 기정사실화되는 듯 싶었고 이에 대한 지자체들의 반발이 극심해졌다. 그러자 17일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한국표준협회 주최 최고경영자 조찬회에서 "현재 혁신도시가 제대로 작동되고 실효성 있게 되도록 고민하고 있다"며 "혁신도시 재검토는 없다"며 파문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들까지 "더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며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일부 언론들은 기사와 사설 등을 동원해 '혁신도시 백지화'에 앞장서고 있어 국민들의 정부·언론에 대한 불신만 키운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국토부 장관의 뒤늦은 해명 "혁신도시 재검토 없어"

 

국토부는 이날 정 장관의 발언과 관련해 "혁신도시를 전면적으로 백지화하는 방향의 재검토는 아니고, 혁신도시 등 지방발전정책이 실질적으로 작동하여 실효성 있게 추진하는 방향으로 재검토 중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도 16일 저녁 CBS라디오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 인터뷰에서 혁신도시를 유치한 지자체들의 반발 움직임에 대해 "혹시 혁신도시가 안 되는 것으로 생각해서 지자체에서 반발한 게 아닌가 싶다"며 "도시 건설은 하되 다만 거기에 자족도시로서의 기능, 도시 경쟁력 기능을 갖도록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정부가 노무현 정부의 국토균형발전 계획을 뒤엎을 목적으로 친여 매체에 관련 정보를 흘렸다가 여당 소속 국회의원들과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반발하자 내부 방침을 철회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있다.

 

여권의 기류 변화는 여당 대변인의 논평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조윤선 대변인은 16일에는 감사원 보고서를 근거로 "참여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정책이 허구였음이 드러났다"며 "잘못된 정책에 집착하지 말고 처음부터 재검토하여 미래의 손실을 최소화할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고 논평했다.

 

그러나 조 대변인은 17일 오전 논평에서는 "한나라당은 정부가 과거의 잘못된 정책에 집착하지 말고 문제점을 완전히 해소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며 "한나라당과 정부는 지방균형 발전에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으며, 18대 국회에서도 이를 실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토부 장관이 이날 오전 "재검토는 없다"고 말한 뒤 여당 대변인도 전날 "처음부터 재검토"에서 다음날 "문제점을 완전히 해소할 수 있는 대책 마련"으로 표현을 바꾼 것이다.

 

한나라당의 논평은 정부여당이 혁신도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려는 것으로 해석됐는데, 이 문제의 주무부처 장관은 그 다음날이 돼서야 "재검토는 없다"고 파문의 진화에 직접 나선 꼴이다.

 

<조선일보> 첫 보도에 청와대 비서관도 "문제많은 사업" 맞장구

 

혁신도시 논란은 지난 15일 <조선일보>가 감사원 전략감사본부의 보고서를 근거로 "노무현 정부가 혁신도시 사업을 밀어붙이기 위해 175개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효과를 크게 부풀렸다"고 보도한 뒤 표면화됐다.

 

청와대의 모 비서관도 문제의 기사가 나온 날 춘추관에 잠시 들러 "처음부터 문제 많은 사업이었다, 문제점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대안 마련에 고심 중"이라며 '혁신도시 백지화' 논란의 군불을 지폈다.

 

이튿날 정부가 수도권 규제를 먼저 풀고 혁신도시들의 주택공급을 보류하기로 했다는 얘기가 국토부에서 흘러나왔고, 정종환 국토부 장관은 같은 날 오후 참석하기로 예정된 부산 혁신도시 건설 기공식에 불참했다. 이재균 국토부 제2차관이 기공식에 대신 참석했는데, 그는 기자들의 질문에 "나는 담당 차관이 아니라서 업무를 잘 모른다"고 답했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은 이명박 정부가 비 수도권을 육성하는 정부의 균형발전 정책을 뒤엎고 수도권 편향의 발전 전략으로 회귀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토지보상비로 2조4천여억원이 벌써 지급되고, 혁신도시 10곳 중 6곳의 공사가 이미 시작된 상황에서 혁신도시 재검토가 무모한 발상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가운데 부산과 대구, 울산, 진주(경남), 김천(경북), 원주(강원)는 한나라당이 지방정부를 맡고 있는데, 해당지역 자치단체장과 국회의원들은 일제히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유승민 "한나라당도 찬성한 정책... '말 바꾸기'로 비칠 수밖에"

 

특히 총선 과정에서 '혁신도시의 차질 없는 추진'을 약속했던 한나라당 의원들은 혁신도시가 백지화될 경우 제2의 '뉴타운 사기극' 논란까지 감수해야 할 상황이다.

 

이계진 한나라당 의원(강원 원주)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원주의 경우 토지보상 비율이 87%에 이르고, 예정지 주변 땅값이 다 올랐는데 지금 그만두면 혼란을 어떻게 감당하려고 하느냐"며 "정권은 바뀌어도 정부 정책은 연속성을 가져야 믿을 수 있는 나라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여야는 혁신도시를 지원하기 위해 지난 2006년 12월 22일 혁신도시지원특별법을 국회에서 통과시켰는데 한나라당이 집권 뒤 입장을 바꾼 것에 대해서도 설명이 필요하다. 당시 찬성 133표 중 35표가 남경필·유승민·전여옥 등 한나라당 의원들이 던진 것이었다.

 

유승민 의원은 "혁신도시는 한나라당이 노무현 정부 시절에 국회에서 찬성해준 정책이다, 이것이 무산되면 그 당시 어떤 이유로 표를 던졌든 한나라당에도 책임이 돌아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대선을 치를 때도 혁신도시의 재검토·전면수정 얘기를 전혀 하지 않았고, 인수위도 혁신도시는 그대로 하겠다고 했다"며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서 이번 일은 한나라당의 말 바꾸기로 비칠 수밖에 없다. 정책 신뢰의 문제가 제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혁신도시가 들어설 진주의 김재경 한나라당 의원도 "10년만의 정권교체로 들어선 정부가 왜 이렇게 미숙한 모습을 자꾸 보이는 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한편, 10개 혁신도시가 들어서는 전국 14개 시·군·구청장으로 구성된 전국혁신도시협의회(회장 박보생 경북 김천시장)도 17일 성명을 내고 "최근 일부 언론이 혁신도시 조성에 대한 원칙적 논제를 뒤흔들어 안타깝다"며 "규모의 축소 또는 백지화 등이 논의된다면 전국 10개 혁신도시 지역에서는 강력한 저항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태그:#정종환, #혁신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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