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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으로 분류해주시면 행복하죠."

 

'친이냐, 친박이냐'는 물음에 한 한나라당 총선 당선자가 했다는 말이다. 18대 국회에 입성할 당선자들 사이에서 '박근혜계'가 상한가다. 중립으로 분류됐던 '예비배지'들도 "박근혜의 힘을 새삼 느꼈다"며 박근혜 전 대표를 치켜세운다.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며 박 전 대표가 우회적으로 지목한 공천 책임자들이 줄줄이 낙선하고 당 안팎 친박 후보들이 대거 당선한 까닭이다.

 

예비배지들 "나도 친박이었다"

 

국회에 첫 입성하는 한 예비배지는 "굳이 분류하자면, 나도 친박"이라며 자신의 계파를 못박았다. "대선후보 경선 때 박 전 대표의 당선을 위해 운동하지는 않았지만 박 전 대표를 높이 평가해왔다"는 것이다.

 

친박 쪽에서는 이런 이들을 일컬어 "박 전 대표는 알지 못하는 친박"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중립으로 알려졌던 당선자들도 박 전 대표를 다시 봤다고 말한다. 수도권의 한 당선자는 "나는 계파를 초월한 사람"이라면서도 "박 전 대표는 훌륭한 지도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박 전 대표의 영향력이 크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며 "(박 전 대표의 공천 비판 이후) 후보는 한나라당을 찍어도 당은 '친박연대'를 찍겠다는 분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한나라당 안팎 "친박" 성향 당선자 명단

한나라당(35명)

친박연대(14명)

친박무소속연대(12명)

진영(용산) 이혜훈(서초갑) 이성헌(서대문갑)
구상찬(강서갑) 김선동(도봉을) 허태열(부산 북·강서갑) 서병수(부산 해운대·기장갑) 현기환(부산 사하을) 허원제(부산 진갑) 이종혁(부산 진을)
주성영(대구 동갑) 유승민(대구 동을)
서상기(대구 북을) 윤상현(인천 남을)
이학재(인천 서·강화갑) 구본철(인천 부평을)
정갑윤(울산 중구) 김성수(양주·동두천)
김영선(고양 일산서) 손범규(고양 덕양갑)
김태원(고양 덕양을) 박보환(화성) 황진하(파주)
유정복(김포) 이범관(이천·여주) 김학용(안성)
이계진(원주) 송광호(제천·단양) 최경환(경산·청도) 김성조(구미갑) 정희수(영천) 안홍준(마산을)
김학송(진해) 김옥이(비례) 이정현(비례)

박대해(부산 연제)
홍사덕(대구 서구)
박종근(대구 달서갑)
조원진(대구 달서병)
홍장표(안산 상록을)
김일윤(경주)
양정례(비례)
서청원(비례)
김노식(비례)
송영선(비례)
김을동(비례)
정하균(비례)
정영희(비례)
노철래(비례)

김무성(부산 남을)
유기준(부산 서구)
이진복(부산 동래)
유재중(부산 수영)
이해봉(대구 달서을)
이경재(인천 서·강화을)
한선교(용인·수지)
김태환(구미을)
이인기(성주·고령·칠곡)
정해걸(군위·의성·청송)
성용환(상주)
최구식(진주갑)

 

'전향' 한 의원도 있다. 한나라당을 탈당한 최구식(경남 진주갑) 의원이 그런 경우다. 최 의원은 당내서 대표적인 중립성향이었다. 대선후보 경선 때에는 경선관리위 대변인을 맡기도 했다.

 

하지만 공천 탈락에 반발해 당을 떠난 뒤엔 '친박 무소속 연대'에 합류했다.

 

낙천이 확실해 진 뒤 그가 사흘간이나 공천심사위 회의장 앞을 지켰던 일은 유명하다. 최 의원은 공심위원들을 일일이 붙잡고 '재심 청구서'를 쥐어주며 '구명'을 호소했다.

 

이 와중 이방호 의원에게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바삐 회의장을 나서는 이 의원을 붙잡고 "총장님, 저 (재심에서 공천) 안됐나요"라고 호소하듯 물었지만, 이 의원은 귀찮다는 듯 "다시 또 (재심) 신청해보든가"라고 쏘아붙였다.

 

최 의원은 지난 달 탈당을 선언하면서 "이번 공천은 이방호씨가 농단했다. 영남은 더욱 그랬다"며 "(이번 공천은) 간신의 사사로운 원한과 술수로 수많은 사람이 도륙당한 조선시대 사화에 비견해 '무자사화'라고 하는 분도 있다"고 이 의원을 맹비난했다.

 

중립→친박 전향의원도 등장

 

불과 20여일 뒤 상황은 뒤바뀌었다. '친박 무소속 연대'의 수혜를 입은 최 의원은 재선에 성공했고 이 의원은 강기갑 민주노동당 후보에게 패했다.

 

최 의원은 11일엔 친박연대·친박 무소속 연대 소속의 당선자들과 박근혜 전 대표를 만나기 위해 대구 달성군으로 향했다. 최 의원은 "이번 선거에서 박사모(박근혜를사랑하는모임)와 (친박의 좌장인) 김무성 의원에게 큰 은혜를 입었다"며 "박 전 대표에게 감사를 표하러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흐름에 대해 당내 한 친박 의원은 "이번 총선으로 민심이 '박근혜'에 있다는 것을 당선자들도 알게 된 것 아니겠느냐"며 "민심을 따라 오겠다면 언제든 환영"이라고 반겼다.

 

한나라당 안팎의 당선자 중에서 친박으로 분류되는 인사는 61명이다(표 참조). 그러나 친박진영에서는 "겉으론 '중립'이지만 속은 '친박'인 이들까지 합하면 70명은 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역시 당선자들 가운데 절대 다수는 친이성향이다. '살아있는 권력'이 이명박 대통령인 까닭이다.

 

수도권에서 당선된 한 정치신인은 "국민들은 사실 계파에는 관심 없지 않느냐"면서도 "나를 '친이'로 분류해도 이의를 달지 않겠다. 이명박 대통령이 하는 일을 돕겠다는 생각으로 출마를 결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태그:#친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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