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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빛 가득한 고궁풍경 세계문화유산인 종묘와 조선왕실의 세 과부 대비들을 모시기 위해 성종이 세운 창경궁은 서로 다른 용도와 건축물의 모양 이상으로 찾는 사람들의 모습도 달랐다. 그래도 고궁들은 노인과 상춘객들이 많이 찾아 봄빛 가득한 고궁의 풍치에 젖어 있었다.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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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4월 4일) 오후 종로에 나갔다가 문득 종묘로 들어섰다. 정문을 들어서자 조그만 연못 가운데 있는 작은 섬에 함초롬하게 핀 진달래꽃 그림자가 연못에 드리운 모습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주변에는 몇 명의 노인들이 앉아 따뜻한 봄볕을 쬐고 있었다.

서울에 고궁들이 없으면 얼마나 삭막할까? 더구나 도심에 자리 잡고 있어서 접근성이 좋을 뿐만 아니라 도시의 푸른 풍치를 더해주는 고궁들, 경복궁·창덕궁·창경궁·덕수궁·경희궁, 서울의 보배는 바로 이 옛 궁궐들이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종묘도 빼놓을 수 없는 보배 중의 보배다.

종요 영녕전 옆 문 앞에 핀 진달래
 종요 영녕전 옆 문 앞에 핀 진달래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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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묘 앞 종묘공원은 여전히 노인들의 천국이었다. 앉을만한 공간은 거의 빈틈없이 노인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장기나 바둑을 두거나 몇 명씩, 또는 몇십 명씩 둘러서서 이야기꽃을 피우는 모습이 주변에 피어난 꽃들과 묘한 대조를 이룬다.

종묘 안으로 들어서면 이곳저곳에서 낯선 일본말들이 난무한다. 일본인 관광객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들끼리 나누는 대화도 많지만 안내를 맡은 우리 도우미들이 그들의 말로 설명하는 목소리들이다.

종묘 정전 입구에도 진달래 한 그루가 활짝 꽃을 피웠다. 그 앞에서 노인들 몇이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보여 다가가 보니 역시 일본인들이다. 영녕전 안에 들어가 두 손을 가슴에 모으는 노인들도 일본인들이었다.

커다란 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서서 녹음 짙은 여름이면 서울의 허파구실을 하는 종묘의 숲도 아직은 잎이 피지 않아 조금은 허전한 모습이다. 그러나 영녕전 옆문 앞에 흐드러진 진달래꽃이 담장과 지붕의 선으로 어우러진 모습이 한 폭의 멋진 그림처럼 선명하다.

창경궁으로 들어서자 풍경이 조금 달라진다. 건물의 모습보다도 사람들의 모습이 더 다르다. 건물도 용도가 달랐기 때문에 형태도 상당히 다른 모습이었지만 노인들이 대부분이던 종묘와는 달리 창경궁엔 젊은이들이 많았다.

창경궁 춘당지 풍경
 창경궁 춘당지 풍경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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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그늘에 나란히 앉아 밀어를 나누는 젊은 커플의 모습이 유난히 정다운 모습이다. 친구들과 어울린 젊은이들도 보인다. 어느 젊은 부부는 아이들 손을 잡고 고궁 나들이를 나온 모습이다.

“이 창경궁은 성종 임금 때 세조비 정희왕후와 예종비 안순왕후, 덕종비 소혜왕후 이렇게 세분의 대비를 모시려고 세운 궁이야. 본래는 세종임금이 상왕으로 물러난 태종을 모시려고 마련했던 궁이었지.”

한 곳에선 나이 들어 보이는 아버지가 젊은 아들에게 창경궁의 유래를 설명해주고 있었다.

“그럼 왕실의 세 과부가 살던 곳이네요?”
“그런 셈이지. 어쩌면 세 과부들의 한이 서린 궁이었다고 할 수도 있지. 실록에 의하면 이곳에서 안순왕후와 소혜왕후 즉 인수대비는 폭군으로 소문난 연산군에게 상당한 고통을 당한 곳이기도 하고.”

부자간의 역사이야기를 듣다가 춘당지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흐드러진 개나리꽃
 흐드러진 개나리꽃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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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볕이 따사로운 춘당지는 봄바람에 잔물결이 일고 있었다. 물가의 실버들이 연초록 잎을 피우고 줄줄이 늘어진 모습이 꽃보다 더 아름다운 모습이다. 물가에는 엄마 옆에서 비둘기와 참새에게 모이를 던져주는 아기의 모습이 귀엽기 짝이 없다.

“새들아, 이리와 모이 먹고 나랑 놀자.”

엄마가 가르쳐주는 데로 아기는 새들에게 모이를 던져주며 마냥 즐거운 모습이고, 모이를 쪼는 참새와 비둘기들도 봄날 오후의 따스한 햇볕에 젖어 있었다.

작은 춘당지로 가는 길에는 일반 돌탑과는 모양이 매우 다른 7층 석탑이 역시 고즈넉한 모습이다. 식물원은 아직도 수리 중이어서 굳게 잠겨 있었지만 그 앞에 서있는 두 그루의 소나무가 넓고 풍성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화단에는 눈 속에서 꽃을 피운다는 복수초가 포근한 봄볕에 잎이 자라 노란 꽃송이를 피우고 있었지만 역시 예쁜 모습이다. 궁궐 건물을 배경으로 흐드러진 진달래꽃이며, 커다랗고 색다른 모습의 백송 밑에서 꽃을 피운 개나리와 진달래의 모습도 봄빛 가득한 고궁의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이승철, #종묘, #창경궁, #고궁, #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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