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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영 합참의장 내정자가 국회 청문회에서 북한의 핵공격 시 대처 방법에 대한 질문을 받고 "제일 중요한 것은 적이 핵을 가지고 있을만한 장소를 확인해 타격하는 것"이라며 '북한 핵기지 선제타격론'을 주장한 것에 대해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이 지난 3월 27일 오후 서울 용산 합참본부 앞에서 항의하며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김태영 합참의장 내정자가 국회 청문회에서 북한의 핵공격 시 대처 방법에 대한 질문을 받고 "제일 중요한 것은 적이 핵을 가지고 있을만한 장소를 확인해 타격하는 것"이라며 '북한 핵기지 선제타격론'을 주장한 것에 대해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이 지난 3월 27일 오후 서울 용산 합참본부 앞에서 항의하며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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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측의 부적절한 발언과 해명이 북측의 과도한 반응과 맞물리면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양측의 문제 해결 의지와 능력도 잘 보이지 않고, 갈등 중재자도 없어 보인다. 앞으로가 더 걱정되는 까닭이다.

북한은 4월 3일 남한에 전화통지문을 보내 남한이 2일 보낸 전화통지문 수용을 거부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남측의 어제 입장은 변명이며 군 대응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전통문이 핑퐁처럼 왔다갔다하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남한 군 당국은 2일 전통문에서 "우리측은 남북간의 불가침 합의를 성실히 준수해 왔으며 이러한 입장은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우리측은 항상 남북간 평화와 긴장완화를 위해 대화할 준비가 돼 있음을 알린다"고 말해, 추가적인 상황 악화 방지와 대화 재개를 희망한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그러나 "우리측 인사가 발언한 내용을 귀측이 임의대로 해석해 문제를 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면서 "이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귀측의 자의적 비방과 긴장조성 행위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이러한 일련의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북한이 김태영 합참의장의 발언을 문제삼으면서 발언 취소와 사과를 요구한 것을 거부한 것이다.

일부에서는 남한이 '불가침 합의' 준수 의지를 밝히고 대화를 희망하는 내용을 전달함으로써, 소모적인 비방전과 군사적 긴장이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이 3일 전통문을 통해 남한의 입장을 '변명'으로 규정하고 군 대응 조치를 경고하고 나섬으로써, 이러한 기대감은 물거품이 될 것이 확실시된다.

김태영 의장 발언, 어떻게 볼 것인가?

현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논란의 발단이 되고 있는 김태영 합참의장의 발언을 다시 한 번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부에서는 이명박 대통령까지 나서 "김 합참의장의 발언은 국회의원이 물으니까 당연히 한 것으로, 그 정도 선에서 일반적인 대답"이라며 "다른 의미가 없는 대답을 갖고 그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북한이 김 의장의 발언을 '선제타격론'으로 규정하고 사과를 요구하고 나선 것은 '떼쓰기'라는 것이다.

그러나 김 의장의 발언은 결코 "국회의원이 물으니까" 당연하고 일반적으로 답변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여기에 언론의 부정확한 보도의 문제점이 드러난다. 대부분 언론은 김 의장의 발언이 논란을 일으키자, '북한이 소형 핵무기를 개발해 남한을 공격할 경우 어떻게 대처하겠느냐'는 한나라당 김학송 의원의 질문에 김 의장이 답변한 것으로 보도해왔다.

이에 따라 적의 핵공격이 임박했을 때, 자위적 차원에서 선제타격을 통해 핵무기를 파괴하는 것은 군 책임자로서 당연히 할 수 있는 발언이라는 해석을 낳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일종의 정당방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법적으로도 상대방의 공격이 임박했을 때, 먼저 행동하는 것은 위법이 아니라는 해석도 나온다. 유엔헌장 2조에서는 심각하고 임박한 위협이 없는 상태에서 무력 사용을 위협하는 것을 금지하면서도, 51조에서는 자위권을 인정하고 있다. 둘 사이의 해석상의 논쟁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참고로 일반적으로 '선제공격론'으로 알려진 '부시 독트린'은 엄밀히 말해 선제공격론이라기보다는 '예방전쟁론'이라고 할 수 있다. 선제공격론은 적의 공격이 임박하고 확실할 때 적용되는 개념인 반면에, 예방전쟁론은 이러한 상황이 아니더라도 미래의 위협을 미리 제거한다고 할 때 적용되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보유시'인가, '핵공격시'인가?

이명박 대통령은 김태영 합참의장의 '북핵 선제타격' 발언에 대한 북한의 사과 요구에 대해 '별다른 의미가 없는 대답을 갖고 그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사진은 청와대에서 보직신고를 하고 있는 김태영 합참의장과 이명박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은 김태영 합참의장의 '북핵 선제타격' 발언에 대한 북한의 사과 요구에 대해 '별다른 의미가 없는 대답을 갖고 그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사진은 청와대에서 보직신고를 하고 있는 김태영 합참의장과 이명박 대통령.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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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국회 속기록과 방송을 보면, 대다수 언론이 보도한 김학송 의원의 질문, 즉 '북한이 소형 핵무기를 개발해 남한을 공격할 경우 어떻게 대처하겠느냐'를 찾아볼 수가 없다. 속기록의 내용 일부를 그대로 인용하면 아래와 같다.

김학송 의원 :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다 가정을 해 보았을 때 우리의 대비책은 무엇입니까?"

김태영 의장 : "우선 제일 중요한 것은 적이 핵을 가지고 있을 만한 장소를 빨리 확인해서 적이 그것을 사용하기 전에 타격하는 것이고 그것이 저희 쪽에 사용되지 않게끔 하는 것, 그 다음에 또 지금 말씀하신 저희가 미사일에 대한 방어 대책을 강구하는 것, 이런 것을 통해서 그 핵이 우리 지역에서 작동되지 않도록 하는 그런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상식적인 얘기겠지만, 북한이 '소형 핵무기로 공격할 때'와 '핵무기를 가지고 있을 때' 사이의 대비책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당연히 답변도 차이가 있어야 했다. '우리 정부는 6자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 해결에 노력하고 있고, 군도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답변하는 것이 "당연하고 일반적"이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김 의장의 답변은 일단 대단히 부적절하고 과도한 것이었다.

이와 관련해 김 의장은 김학송 의원의 질문을 '북한의 핵무기 보유시'가 아니라 '북한이 소형 핵무기로 공격하려고 할 경우'로 받아들였던 것으로 보인다. 질의의 전후 맥락이나 김학송 의원이 사전 질의서를 통해 '북한의 소형 핵무기 공격에 대한 대비책'을 물었기 때문이다. 합참 관계자 역시 필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김 의장은 북한의 '핵보유시'가 아니라 '핵공격시'에 대한 대비책으로 답변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남북 양측이 조금이나마 오해의 소지를 풀 수 있는 여지는 마련될 수 있다. 김태영 의장의 발언을 면밀히 모니터링 했을 북한은 액면 그대로 '핵보유시'로 간주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더구나 김 의장이 공군력과 해군력 강화를 통해 전략적 공격 능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고 말한 부분은 북한을 더욱 자극했을 것이다.  

발언 취소하고 유감 표명해야

상황이 이렇다면, 이명박 정부는 발언을 취소하고 사과까지는 아니더라도 유감을 표하는 것이 더 이상의 소모전과 긴장 고조를 차단하는 길일 것이다. 이미 북한은 군 대응조치를 언급한 상황이다. 이미 경고한 것처럼, 남측 당국자의 군사분계선(MDL) 통과를 차단하는 수준이 될 수도 있지만, 남측의 선제공격론에 대한 자위 차원이라고 우기면서 예상을 뛰어넘는 대응이 나올 수도 있다.

이러한 남북한의 갈등은 안보 딜레마의 전형을 보여준다. 안보 딜레마란 자신의 안전을 증진시키기 위해 취한 조치가 상대방의 반작용을 야기해 자신의 안보를 오히려 위태롭게 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김태영 합참의장은 북한의 핵무장 및 핵사용 가능성에 대비해 결연한 국방의지를 과시하고자 강경한 발언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정부의 이후 대응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안보는 상대가 있는 게임이다.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2백만 가까운 군대가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되는 '상식'이다.

현재의 상황은 결코 '군의 논리'로 풀 수 없다. 정부 차원에서 나서 '정치 논리'로 풀어야 한다. 특히 앞서 언급한 것처럼 '말한 이'와 '들은 이'의 엇박자가 있을 공산이 대단히 크다. 오해를 야기하는 표현으로 상대방을 자극했다면, 결자해지 차원에서 남측이 먼저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요구는 이래서 나오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정욱식 기자는 평화네트워크(www.peacekorea.org)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태그:#김태영, #선제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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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제문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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