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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자율·경쟁을 기초로 한 시장경제논리가 국민건강보험에도 미칠 태세다. 2월 20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새 정부가 출범한 뒤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를 완화해 성형이나 피부 미용 등 여러 건강보험 적용 외 의료서비스만 제공하는 병원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3월 10일 기획재정부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의료서비스의 국제 경쟁력 강화 및 민간의료보험 활성화를 위한 방안으로 영리의료법인 도입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질병 정보를 민간보험회사와 공유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강력한 반대 의견에 의료보험 민영화 의도 감춘 정부·여당

 

그러나 3월 25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보건복지가족부는 당연지정제 폐지, 민영의료보험 활성화 등의 보고를 일체 하지 않았다. 앞서 기획재정부 업무보고에서도 언급된 민영의료보험 문제를 주무부처인 보건복지가족부에서 거론조차하지 않은 것에 대해 언론은 ‘총선을 의식한 처사’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전부터 꾸준히 논의됐던 당연지정제 폐지, 민영의료보험 활성화 등의 정책에 대해 보건복지가족부가 말을 아끼는 것은 여론의 반발 때문일 공산이 크다. 당연지정제 완화 방침이 전해지자 네티즌들 사이에서 당연지정제 완화 및 폐지를 반대하는 온라인 서명 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졌다. 시민단체에서도 이명박 정부의 의료 정책에 항의를 표했다.

 

통합민주당도 24일 발표한 총선 공약에서 한나라당 공약과 다른 점을 비교하며 ‘건강 양극화 방지’를 들었다. 민주노동당도 역시 병원의 영리법인화, 민간의료보험 확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는 의료 양극화를 심화 시키고 공적 보험 제도를 붕괴시킨다며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창조한국당은 당연지정제 폐지가 국민 건강 양극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보건 의료 공공성 강화를 강조했다. 심지어 한나라당 내부에서조차 말이 많다. 최고위원을 지낸 전재희 의원조차 “당연지정제는 폐지할 수 없다는 게 당론”이라고 말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반응에 새 정부의 이른바 ‘의료산업 선진화 방안’은 슬며시 꼬리를 감췄다. 그러나 방침을 철회한 것은 아니다. 3월 25일 보건복지가족부 보고를 받은 이명박 대통령은 “보건복지는 복지와 산업이라는 양면을 갖고 있다”며 “복지를 통한 산업을 성장시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즉 의료 산업화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이야기이다. 정부 측에서 쉬쉬하고 있지만, 총선 이후 다시 쟁점화될 가능성은 상당히 크다.

 

방송3사, 의료보험 민영화 관련 보도에 소극적

 

정부는 민간의료 보험 활성화를 통해 건강보험재정을 안정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험사끼리 경쟁하게 되면 진료비가 낮아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건강보험 재정도 안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건강보험 재정 악화는 ‘행위별 수가제’, ‘국가 보조금 미지급’ 등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원인과 동떨어진 해결책으로 국가에게 부여된 책무를 기만한 채, 건강보험 영역을 축소시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러나 방송 3사의 보도는 ‘의료산업 선진화 방안’을 전달함에 있어 소극적인 보도 태도를 일관하고 있다. 인수위의 당연지정제 완화 추진 발표 이후 ‘의료산업 선진화 방안’ 관련 보도는 MBC 4건, KBS 3건, SBS 1건 뿐이었다. (<표 1> 참고)

 

 

공약 검증 돋보이는 MBC, 사실 전달에만 그친 KBS, 책임을 방기하고 있는 SBS

 

MBC는 모니터 기간 동안 4꼭지로 상대적으로 가장 많은 보도를 냈다. 보도 내용 역시 민영의료보험에 집중된 주제로 사실전달과 문제점 지적이 돋보였다.

 

당연지정제에 대한 설명과 함께, 당연지정제 완화가 가져올 문제점과 시민단체의 우려 등 다각도로 사안을 점검했다. 특히, 3월 26일 정책 점검 연속기획의 첫 번째 보도로 의료보험 민영화와 관련한 <실속 없는 보험>을 내는 등 세밀한 관심을 보였다.

 

한편 KBS는 당연지정제에 대한 정치권의 발언들을 언급하거나 논란 형식의 보도로 다루는 데 그쳤으며 SBS는 사안을 다룬 보도가 한 건도 없었다. 3월 23일 각 당 총선행보를 다룬 <총선 승리 다짐>에서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한양대 병원을 찾아 환자들을 위로하고 현 정부의 의료정책은 의료서비스 양극화를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고 언급한 내용이 보도의 전부였다.

 

국민건강을 지키는 일은 정부와 언론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

 

‘의료산업 선진화 방안’이란 명목으로 내놓는 당연지정제 폐지를 비롯한 의료보험 민영화에 대한 우려가 많다. 한나라당이 의료정책과 관련한 사안을 총선 정책에서 제외시킨 이유도 국민들의 판단에 대한 두려움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 판단된다. 또한 일련의 정책들은 이미 참여정부 시절 ‘영리법인 의료기관 허용’, ‘요양기관 당연지정제 폐지’, ‘민간의료보험 도입’ 등은 예측효과가 불투명하고 의료양극화 심화를 이유로 검토가 중단된 바 있는 사안으로 구태여 또 다시 끄집어내겠다는 점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고 보기 힘들다.

 

그런데 더욱 문제인 것은 이미 가시화된 정책 방향을 진행시키면서도 국민의 의사를 직접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총선 공약에서 배제함으로써 국민주권 국가의 민주주의 선거와 걸맞지 않은 행태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누구에 의한,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를 검증받기 위해서는 구체적이고 떳떳하게 정책을 밝히고, 총선에서 공론화하는 것이 마땅하다.

 

언론 또한 영리의료법인 도입, 당연지정제 완화, 민간보험 활성화 등이 도입되었을 시 발생할 상황에 대해 적극 전달하고 이에 대한 당의 입장을 정리하여 유권자가 적절한 판단을 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국민의 건강한 삶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적극적인 보도가 요구되는 사안에 대해 이처럼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은 언론으로서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다.

 

KBS는 의료 선진화의 문제점을 간략하게 언급하고는 있지만 당의 입장을 비교해 총선 쟁점으로 이끄는 노력은 기울이지 않고 있다. MBC만이 26일부터 공약 점검 연속기획을 내보내며 민간의료보험 활성화를 뼈 있게 꼬집어, 공약 검증의 노력을 기울였을 뿐이다.

 

3월 26일로 후보자 등록이 끝나고 본격적인 총선 선거 운동 체제에 돌입했다. 방송 3사가 정당의 정책만을 쫓아가는 꽁무니만 따라다니는 형태의 보도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총선 의제를 이끌어나가는 보도를 하기를 촉구한다. 특히 방송은 국민의 건강 및 복지와 맞닿아있는 의료서비스 정책을 총선 의제로 가시화시켜 함께 논의하고 풀어나가는 공론장의 역할을 수행하기 바란다. 유권자가 알아야 할 정보를 선별하여 심층적으로 접근해 전달하는 것 그것이 국민이 방송에 기대하는 ‘올바른 총선보도’이다

덧붙이는 글 | 모니터 전문은 총선미디어연대 홈페이지(http://www.vote2008.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태그:#총선미디어연대, #민언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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