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의원도 한나라당 출신이"-"한나라당 독주 막아야"-"지역사정 잘 안다"
ⓒ 박정호

관련영상보기

"당이 아니라 인물입니다."

- 무소속 신계륜 후보 홍보용 플래카드 문구.

 

"인물? 나 역시 기자생활을 하며 쌓은 전문성과 과학에 대한 관심과 지식이 있다."

- 인터뷰 중 통합민주당 박찬희 후보의 답변.

 

"생긴 걸 말하는 게 인물은 아닐 것이다. 사람의 됨됨이, 인격, 사회적 네트워크 측면에서라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 인터뷰 중 한나라당 김효재 후보의 답변.

 

18대 총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27일. 서울 성북을 지역구에 출마한 국회의원 후보자들은 공원에서 새벽 운동을 하는 유권자들과 악수를 나누고, 경찰서와 소방서의 철야근무자들을 격려하고, 출근을 서두르는 시민들에게 명함을 돌리는 등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냈다.

 

이 지역은 '금고형 이상 확정자는 공천하지 않는다'는 통합민주당 공천배제 기준에 해당돼 공천을 받지 못하고 탈당한 후 무소속으로 출마한 신계륜 전 사무총장이 3선을 한 곳.

 

신 전 총장은 이번 공천 배제가 "인간적 신의를 저버린 행위"라며 "반드시 당선돼 '인간의 얼굴을 한 정치'가 복원되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며 "죽을 각오로 싸우겠다"란 말로 배수진을 치고 있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을 겨우 이틀 앞두고 공천이 확정된 통합민주당 박찬희 후보의 각오도 이에 못지않다. 27일 아침에서야 부랴부랴 선거사무소를 마련하고 인터넷 전용선 설치를 하는 등 어수선한 가운데서도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박 후보.

 

그는 "성북을은 오래 전부터 민주당이 강세인 지역이다. 출근길에서 만난 주민들의 눈빛과 손길이 따뜻했다"며 이번 선거가 힘겹지만은 않을 것이라 전망했다. 종암동에 위치한 선거사무소에서 진행된 인터뷰가 끝날 무렵엔 "국회에서 만납시다"라며 기자의 손을 잡기도 하는 등 자신감도 넘쳐보였다.

 

"정부와 당이 마주한 악재 탓에 실망감을 보이는 국민들이 많아졌고, 당 지지도가 하락해 힘들다"면서도 "이명박 정부가 일할 수 있도록 도와주자는 민심이 아직은 있다"고 지역 분위기를 전한 한나라당 김효재 후보는 "지역발전을 선거이슈로 삼겠다"는 전략을 내비쳤다.

 

그는 "가장 먼저 현장에 가고, 가장 늦게 그곳을 떠나며, 가장 깊이 고민하는 사람이 되자"는 것이 자신이 기자로 활동할 때부터 금과옥조로 삼아오던 경구라며 "선거기간 중에도, 선거가 끝난 후에도 이런 자세를 견지해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한나라당 김효재] "힘 있고, 실력 있는 국회의원 되겠다"

 

김효재 후보는 27일 새벽부터 경찰서 지구대와 소방서 등을 돌며 고생하는 이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밤샘 영업을 하는 자영업자들을 만나 인사를 나눴다. 그는 "정치신인이라 당의 도움이 절실한데, 최근 당 지지율 하락 탓에 힘겨운 선거운동이 될 것"이라며 긴장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장위뉴타운, 석관뉴타운 기반시설 문제 등을 신속하고 합리적으로 풀어내고, 교통문제를 해소해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는 지역발전 공약을 내세웠다. 성북구에 위치한 서울사대부고의 교육환경 개선도 약속했다.

 

홍릉수목원 등이 위치한 청량산에서 철조망을 걷어내고, 그곳을 주민의 문화향유 공간으로 만든다는 것도 김 후보가 내세운 주요 공약 중 하나. 그는 "힘과 실력을 갖춘 국회의원이 되겠다"며 "선거에는 2등이 없다, 출마자는 최선을 다하고 주민들의 심판을 겸허히 기다려야 한다"고 각오를 밝혔다.

 

<조선일보> 편집부국장과 논설위원을 거친 김효재 후보는 지난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언론특보로 활동했고, 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상임자문위원을 지냈다.

 

지하철 6호선 월곡역 인근에서 만난 정OO(55)씨는 "서글서글한 인상에 능력도 갖춘 것 같다"며 김효재 후보를 호평했다. "지난 선거에선 열린우리당을 찍어줬지만, 지역발전을 위해 별로 한 일이 없다"며 "이번엔 마음을 바꿔볼까 한다"고 말하며 웃었다.

 

[통합민주당 박찬희] "성북구를 교육특구로 만들겠다."

 

성북구에서 태어나 초·중·고교를 모두 이 곳에서 다닌 박찬희 후보는 "공천 확정이 늦어져 부담감이 없지 않았지만, 오늘 아침 나를 대하는 주민들의 반응을 보니 용기와 희망이 생겼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최근 불거진 '돈봉투 사건' 등으로 민심이 한나라당을 떠나고 있는 것도 박 후보에겐 호재로 작용할 듯하다. 그는 "성북은 예로부터 야당색이 강한 지역"이라고 강조했다. 짧지 않은 정당 활동 기간을 거쳤고, 선거를 치른 경험이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면 장점이다.

 

한 때 같은 당에 몸담았던 신계륜 전 총장의 공천탈락 문제 등에 관해서는 극도로 말을 아꼈다. 다만 "표가 분산되면 결국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된다, 통합민주당의 단일대오로 불법 없이 최선을 다해 선거에 임하겠다"는 원칙론을 내세웠다.

 

"(한나라당의 독주를 막을) 견제세력이 있어야 한다는 지역주민들의 정서가 커져가고 있다. 많은 대학이 산재한 성북을 교육특구로 만들고, 강북특별법을 개정해 재개발·재건축 시 고층 제한을 완화하며, 공원 등 시민 편의시설을 확충하겠다는 내 공약을 제대로 알린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하는 박 후보. 그는 <조선일보>와 <한겨레신문> 기자를 거쳐 <국민일보> 정치부장 등을 지냈고, 민주당 대변인과 홍보위원장을 역임했다.

 

박찬희 후보는 한국뇌성마비장애인인권협회 이사이기도한데, 늦게 얻은 아들(11)이 장애를 겪으면서 생긴 장애인 인권에 대한 개인적 관심이 사회적 관심으로 확대되면서 맡은 직책이다.

 

종암동의 한 상가에서 만난 주민 김OO씨는 "20년 전부터 민주당 지지자"라며 "그 어렵다는 민주당 공천심사를 통과한 박찬희가 깨끗한 인물 아니겠는가? 그렇지 않은가"라며 박 후보에 대한 지지 이유를 밝혔다.

 

[무소속 신계륜] "복당 불가? 손학규 대표의 생각일 뿐"

 

신계륜 후보는 이른 시간부터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들과 함께 지역 내 체육공원 등을 돌며 유권자들에게 "당이 아닌 사람을 보고 뽑아 달라"고 호소했다. 오전 9시 20분경 김치찌개로 늦은 아침식사를 하고 있던 그의 표정은 밝았다. 아쉬움과 서운함은 크지만 공천 탈락의 후유증은 잊고 선거에 매진하겠다는 의지로 읽혔다.

 

신 후보는 "나에 대한 믿음은 변함이 없다. 걱정하지 않는다. 무소속 후보지만 인물을 보고 선택해줄 것이다"라며 성북을 주민들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를 강조했다. 손학규 대표가 '공천에 반발해 탈당한 사람은 당선되더라도 당 복귀가 불가하다'고 말한데 대해선 "그건 손 대표의 생각일 뿐, 당선되면 (통합민주당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작심한 듯 "(금고형 확정자라도) 당을 위해 희생한 사람은 구제한다는 공식방침이 지켜지지 못했다"고 당에 대한 '섭섭함'을 토로했다. 그는 "정치적 배신은 있을 수 있지만, 인간적 신의가 무너져선 안 된다"며 "이번 선거에서 인간적 신의를 깬 사람들을 반성케 하기 위해서라도 죽을 각오로 싸울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신 후보 역시 다른 후보들처럼 지역현안에 대해 관심이 높았고, 성북 발전을 위한 복안도 준비하고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장위뉴타운 건설의 신속 추진과 뉴타운 경전철 완공 등. 1992년 민주당 소속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되면서 정계에 입문한 신 후보는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민주당 대통령후보 비서실장(2002년), 통합민주당 사무총장으로 일했다.

 

서울시 정무부시장 시절 서울시장으로 '모셨던' 고건 전 총리의 지원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고 전 총리는 28일 성북을 지역을 방문해 신 후보 지원유세를 벌일 예정이다. 

 

"지난번 선거에서도 신 후보를 선택했다"는 김OO(38)씨. 신계륜 후보의 선거사무소가 위치한 월곡역 부근에서 만난 그는 "파렴치한 비리도 아니고, 개인적으로 치부를 한 것도 아닌데, (신 후보를 공천에서) 탈락시킨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그에게 명예회복의 기회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조선일보>와 SBS가 지난 26일 한국갤럽에 의뢰해 실시한 총선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성북을 지역은 한나라당 김효재 후보가 28.8%, 무소속 신계륜 후보가 24.3%, 민주당 박찬희 후보가 10.3%(조사대상 500여명. 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서 ±4.3~4.4%P. 응답률 12.2%)의 지지율을 얻고 있다.


태그:#격전지, #신계륜, #박찬희, #김효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신라 여자> <아름다운 서약 풍류도와 화랑>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등의 저자. 경북매일 특집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