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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영등포구 공군회관에서 열린 제18대 국회의원선거 한나라당 공천자 대회에서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와 국회의원 출마자들이 승리를 기원하며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20일 오후 영등포구 공군회관에서 열린 제18대 국회의원선거 한나라당 공천자 대회에서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와 국회의원 출마자들이 승리를 기원하며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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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가 걷히고 번갯불이 반짝 하면서 권력 분포도가 드러났다."

'이상득 불출마 거사'를 본 한나라당 내 한 수도권 의원의 관전평이다.

25~26일 총선 후보 등록이 시작됐지만 한나라당의 시계는 벌써 '총선 이후'를 향하고 있다. 7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본격적인 권력투쟁의 소용돌이가 시작된 것이다. '범 이명박계'의 얽히고 설킨 권력 암투도 만천하에 드러났다.

주류의 자리를 내어 준 박근혜 전 대표의 당권 도전 의지, 실세 중의 실세인 이재오 의원의 추락 여부, 건재를 과시한 '상왕' 이상득 국회 부의장의 의중이 관전 포인트다.

[박근혜] "당 바로잡겠다" 투쟁 깃발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은 23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총선 공천을 "한마디로 정당정치를 뒤로 후퇴시킨 무원칙한 공천의 결정체"라며 " 대표와 지도부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은 23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총선 공천을 "한마디로 정당정치를 뒤로 후퇴시킨 무원칙한 공천의 결정체"라며 " 대표와 지도부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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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투쟁의 깃발'을 든 건 박근혜 전 대표다. 그는 지난 23일 공천심사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기자회견에서 "당을 다시 꼭 바로 잡겠다"고 말했다. "당 대표와 지도부가 정치 개혁에 대한 철학과 의지가 없고, 무능하기 때문에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났다"며 현 지도부에 칼을 겨눴다.

대구에서 발행되는 25일자 <매일신문>과 인터뷰에서는 "대운하는 경선 때부터 반대했다. 지금도 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혀 이명박 대통령과도 분명한 선을 그었다.

당내에선 박 전 대표의 이같은 언행을 '당권 도전' 의지로 받아들인다. 박 전 대표의 한 핵심측근 의원은 사견을 전제로 "박 전 대표가 전당대회에 나가려는 생각인 것 같다"며 "그의 말에 계속 복선이 깔려 있다"고 풀이했다.

또다른 측근 의원도 "MB와의 신뢰가 깨졌다는 언급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당권 도전 가능성을 열어뒀다.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의 총선 과반 의석 확보 전망이 어둡다는 예상에 대해서 "기본이 무너져 버리는 바람에 당연히 따라올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결과"라고 밝힌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한나라당이 총선에서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할 경우, 박근혜계에서는 책임론을 제기할 태세이기 때문이다. '총선 책임론'이 힘을 받을 경우, 조기 전당대회 주장이 나오면서 한나라당은 더욱 거센 세력 다툼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 가능성도 있다.

[이재오] '넘버 2'에서 비주류로...?

18대 총선 출마 여부를 고민해온 이재오 한나라당 의원이 긴급 회견을 위해 25일 오전 서울 은평구 구산동 자택에 들어서고 있다.
 18대 총선 출마 여부를 고민해온 이재오 한나라당 의원이 긴급 회견을 위해 25일 오전 서울 은평구 구산동 자택에 들어서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오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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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비주류'였던 이재오 의원의 주류 등극 여부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한때 대통령의 가장 핵심측근으로 당내에선 '실세 중의 실세'로 불렸지만, 이상득 부의장과의 힘겨루기에서 일단 판정패했다. 바꿔 말하면 청와대와의 사이가 멀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부의장의 의중이 곧 대통령의 뜻"(한 핵심당직자)으로 봐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로 가장 당내 입지가 어려워진 건 역시 이 의원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이재오 파워'를 무시하지 못한다. '이상득 공천 반납' 기자회견에 이름을 올린 55명의 총선후보들이 이를 상징한다.

한 당직자는 "이 의원을 측면 지원하는 당협위원장들이 적지 않은 숫자다. 이번에 모인 55명도 '이재오의 힘'이라고 보면 된다"며 "이는 이 의원이 대표 경선에 출마할 경우의 당선 가능성과도 직결된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이 의원이 만약 총선에서 패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이 의원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에게 크게 뒤지고 있다. 당내에선 "측근들 공천에 힘써주고 정작 자신은 배지도 못다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돈다.

그가 낙선할 경우, 당 대표 출마 여부부터가 불투명해진다. 박근혜계에서는 "이 의원이 낙선하면 정치생명도 함께 끝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범 이명박계'의 분화도 이 의원에게는 유리하지 않은 조건이다. '범이계'는 이번 거사로 이른바 '이재오 직계'와 정두언 의원을 중심으로 한 소장그룹으로 갈렸다.

이 의원과 정 의원은 각각 이 대통령의 핵심측근이었지만, 대선 직후 이상득 부의장의 '형님정치'가 시작되면서 공동 견제에 나선 바 있다. 이번 거사 초기에도 두 그룹은 일시 협력했지만, 결국 등을 돌렸다.

정 의원은 지난 25일 "이 부의장의 불출마가 바른 길이고 이 전 최고위원도 불출마하겠다고 해서 소장파가 50명 이상 뜻을 모았던 건데 이제 와서 자신은 출마하겠다고 하니까 다들 황당해하고 있다"며 이 의원을 비판했다.

[이상득] '상왕'의 의중은 과연 어디에

이상득 국회 부의장이 24일 오전 포항 남구 오천읍 노인대학 개교 1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 한 뒤 지역 주재기자들과 간담회를 나누고 있다.
 이상득 국회 부의장이 24일 오전 포항 남구 오천읍 노인대학 개교 1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 한 뒤 지역 주재기자들과 간담회를 나누고 있다.
ⓒ 오마이뉴스 김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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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내 파워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역시 '상왕' 이상득 부의장의 의중이다. 이 부의장은 당에서 유일하게 대통령을 "이명박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다. 대통령도 섣불리 이 부의장의 뜻을 꺾을 생각을 하지 못한다는 게 그간 여권 관계자들의 설명이었고, 이번 '소동'을 통해 여실히 입증됐다.

게다가 이번 공천에서 중진들이 대거 물갈이 된 탓에 당내에서도 최다선 원로가 됐다. 당 지도부조차 이 부의장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이 부의장이 7월 전대에서 과연 누구 뒤에 설지가 주목된다. 한 당직자는 "이 부의장이 7월에 어떤 선택을 할 지 지켜봐야 한다"며 "이 부의장이 지지하는 사람이 곧 대통령이 지지하는 사람이라고 보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부의장이 당장 마음을 정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대신 현재 상황에서 친소 관계는 드러났다.

일단 '불출마 거사'로 이재오 의원과는 사이가 틀어졌다. 이 부의장은 이름을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공천을 망친 사람이 누군데 그러느냐"며 사실상 이 의원에게 불쾌감을 드러낸 바 있다.

반면 박근혜 전 대표에게는 우호적인 감정을 내비친다. 지난 24일 포항에서 기자들과 만났을 때 "이명박·박근혜가 싸울 때도 내가 중재하면 박근혜계에서 받아줬다" "내가 그간 만약 허튼 짓을 했으면, 박근혜 쪽에서 나를 내보내라고 했을 것"이라며 박 전 대표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박근혜계도 이상득 주시... '정몽준 지원설'도 고개

박근혜계에서도 이 부의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의원은 "향후 박 전 대표의 입지는 이 부의장과 어떤 관계 정립을 하느냐에 달려있다"며 "총선이 끝나면 이 부의장의 의중이 서서히 드러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부의장이 박 전 대표 쪽에 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 박 전 대표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거슬리는 존재다. 박 전 대표는 당장, 이 대통령의 '한반도 대운하' 정책에 대해서도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당에서는 그래서 '정몽준 대표론'도 슬며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 부의장이 당내 지분은 적지만 대중성 있는 정 최고위원을 측면 지원해 부드러운 당·청 관계를 만들려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태그:#18대총선, #이재오, #이상득,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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