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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꾸라지 한 마리가 연못을 흙탕물로 만든다는 말이 있다. 연못물은 본래 맑은데 못된 미꾸라지 한 마리가 설쳐서 연못물을 흐린다는 것. 그럴듯한 말이다. 별 생각 없이 들으면 고정불변 진리처럼 들리기도 한다. 가만히 눈 감고 1분만 생각해 보자! 정말 그런가를.

 

그렇지 않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미꾸라지는 본래 맑은 물에서 사는 물고기가 아니다. 진흙탕에서만 사는 물고기다. 진흙탕이 있기 때문에 미꾸라지가 그 속에서 설치고 다닐 수 있는 것이다. 눈치 빠른 분들은 이미 알아 차렸을 것이다. 진흙탕이 무엇이고 미꾸라지가 누구인가를.

 

맞다. 한나라당에서 또다시 터진 '차떼기' 사건을 두고 하는 말이다. 미꾸라지를 들먹인 이유는 "미꾸라지 한 마리가 당을 어지럽혔다"며 물타기하려는 수법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포석이다. 

 

"차떼기 부활"이라며 야당 맹공...여당은 조기 진화에 진땀

 

본 선거 시작하기도 전에 '차떼기'가 부활했다. 강원도 태백·영월·평창·정선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받은 김택기 총선 예비후보와 측근 김모(41)씨가 지난 25일 거액의 돈 보따리를 주고받은 혐의로 경찰에 고발당했다.

 

사건이 터지자마자 야당들은 일제히 "돈 선거의 부활"이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은 논평에서 "김택기씨 개인의 일이라기보다는 부패정당과 차떼기 정당이라는 한나라당의 '생얼굴'이 드러난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동당 강형구 부대변인도 "한나라당이 차떼기 정당의 오명을 이어간 것으로 부패정당의 면모를 벗지 못했음을 증명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나라당은 즉각 진화에 나섰다. 김택기 후보는 이 사건으로 물의가 빚어지자 25일 중앙당에 공천을 반납했고 중앙당은 공천 반납을 즉각 수용하고 새 후보자로 대체하는 등 파문 확산을 차단하는 데 주력했다.

 

비록 공천은 반납했지만 김 후보측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돈을 건네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선거사무실 집기 등을 구입하기 위한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한다.

 

또 김택기 후보 예비선거사무소 측은 "후보자 등록 이후 선거사무원 수당, 선거사무실 집기 구입, 차량 임차비 등 법정 선거비용에 쓰일 자금의 일부를 미리 전달하는 과정이었다" 고 주장했다.

 

이들 주장이 거짓이라는 것은 적발될 당시 정황을 보면 삼척동자라도 알 수 있다. 4천만원이 넘는 돈다발이 자동차 트렁크에서 나왔고 돈 다발은 검정 봉투에 싸여서 전달됐다. 더 의심스러운 것은 돈 다발을 건넨 장소가 강원도 정선 주택가 골목이라는 점이다. 정당한 곳에 쓰일 돈이었다면 마약 밀매하듯이 이런 식으로 전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돈 보따리' 사건 장본인 김택기 후보 과거 행적도 '불법 자금'이라는 사실을 뒷받침해 준다. 김 후보는 1993년 국회 노동위원들에게 돈 봉투를 돌린 혐의로 징역 1년 6월에 집행 유예 2년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 

 

'정치불신' 차떼기 정당에 많은 책임 있다

 

그래서다. 한나라당을 맑은 연못물이라고 볼 수 없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이런 전력이 있는 자를 공천했다는 것이 그 증거다. 한나라당이 맑은 물이었다면 김택기 후보는 감히 공천 경쟁에 뛰어들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노파심에서 다시 얘기한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흙탕물 일으켰다는 핑계는 대지 말기 바란다. 그것은 물타기다. 책임지고 반성하는 자세가 아니라 책임 회피하는 자세다. 미꾸라지 한마리만 잡으면 된다고 주장하지도 말기 바란다. 미꾸라지를 모두 잡으려면 연못물을  갈아야 할 것이다. 연못물을 맑게 해서 미꾸라지가 도저히 살 수 없게 해야 한다.

 

이제 본선거가 시작된다. 투표율 낮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치에 대한 불신이 깊어질 대로 깊어져 투표에 의미를 느끼지 못하는 국민이 많은 탓이다. 이런 세태에 가장 큰 책임을 느껴야 할 것은 바로 한나라당이다. '차떼기' 사태를 보고 누가 투표하고 싶겠는가!

 

이번 일을 계기로 한나라당이 진심으로 '개과천선'하기 바란다. '개과천선'해서 한나라당 후보 더 당선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하는 충고가 아니다. 아직도 한나라당에 기대를 걸고 있는 국민들과 정치 불신 때문에 투표까지 포기하려는 국민들이 가련해서 하는 충고다. 

 

난 지금도 한나라당이 너무 많은 권력을 독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차떼기'사건도 너무 많은 권력이 집중돼서 나타나는 폐단이다.

덧붙이는 글 | 안양뉴스 유포터 뉴스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차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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