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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인터내셔널>에 기고한 우메시 슈레스타 기자의 'Spreading Love, Humanity, Hugs'를 번역한 것입니다. [편집자말]


이 장면은 보수적인 네팔 사회에서 매우 별나고 색다른 광경이다. 얼마 전 카트만두시의 중심부에서 남녀 청년들이 '프리허그(free hugs)'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들은 한국에서 생물학을 전공하고 있는 대학생들이었다. 공공장소에서 애정 표현을 금기시하는 보수적인 네팔 사회와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들을 네팔 사람들은 환영했다.

지금 네팔에서는 사람들의 관심사가 온통 제헌 의회 선거에 쏠려 있다. 정치적으로 과도기인 탓에 이러한 뉴스는 신문에 실리지 않았다. 기자는 이 팀의 일원인 이수빈(21)씨를 만나 질문을 던졌다. <오마이뉴스 인터내셔널>을 위한 간단한 인터뷰였다.

네팔에서 '프리허그'를 하는 '하이, 오폼!' 회원들
 네팔에서 '프리허그'를 하는 '하이, 오폼!' 회원들
ⓒ 우메시 슈레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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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과 팀원들을 소개해달라.
"우리 팀의 이름 '하이, 오폼!'(Hi, OPOM!)은 '또 다른 나에게 인사!'(Hi, other part of me!)라는 의미다. '우리는 모두 하나'라는 생각에서 그 의미를 가져왔다. 당신이 또 다른 나라고 혹은 내가 또 다른 당신이라고 말할 때 우리는 하나됨의 기쁨을 느낄 수 있다.

우리 팀원은 '5·18 기념재단 국제인턴'인 강동훈(26)·조형진(25)·임호동(24)·이수빈(21)·김학재(19)로 다섯 명이다. 팀의 리더인 강동훈은 네팔의 비정부기구인 INSEC에서 국제 인턴으로 일하고 있는데 그가 먼저 프리 허그를 제안했다. 나머지 4명의 팀원도 한국에 있을 때 프리허그를 경험했다.

사실 '오폼'이라는 이름은 다른 사람이 먼저 썼다. <신과 나눈 이야기>라는 시리즈의 저자인 닐 도널드 월시가 팟캐스트에서 이 이름과 그 의미를 설명하는 것을 처음 들었다. 꽤나 인상적이었기 때문에 기억하고 있었는데, 몇 개월 후 우리 팀이 새로운 팀명을 지을 때 '하이, 오폼!'으로 하자고 내가 제안했다."

네팔에서 '프리허그'를 한 '하이, 오폼!' 회원들
 네팔에서 '프리허그'를 한 '하이, 오폼!' 회원들
ⓒ 우메시 슈레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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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프리허그 단체들도 있는데 그들과 다른 점은?
"우선, 그들 대부분은 자기 나라에서 프리허그를 한다. 먼저 자기 나라에 프리허그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서야 다른 나라에서 프리허그를 하는 것은 어떨까 하고 궁금해 한다. 그들은 외국인이고 의사소통이 쉽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기꺼이 프리허그에 응한다. 그러나 우리는 전 세계에서 프리허그를 하기 위해 팀을 이뤘다. 물론 우리도 우리나라에서 프리허그를 한다. 그러나 이 지구상에 프리허그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도 하려고 노력한다.

프리허그
 프리허그
ⓒ 우메시 슈레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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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은 한 사람씩 프리허그를 한다. 프리허그는 그 시초부터 한 사람이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프리허그를 하는 사람들이 그룹이라 하더라도 순서를 기다려 한 사람씩 한다. 그러나 우리는 많은 사람이 함께 할 수 있도록 '프리허그 존'이라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냈다. 이 방식은 단순하다. '프리허그 존'으로 만들 적당한 장소를 물색한 후 10∼20m 간격으로 한 사람씩 떨어져 서서 프리허그를 하면 된다.

프리허그 존은 사람들로 하여금 쉽게 포옹할 수 있도록 해준다. 주저하려는 마음을 떨치고 포옹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또한, 포옹하는 사람들끼리 서로 쳐다볼 수 있어 서로에게 격려가 되고 용기를 주기도 한다. 프리허그 존은 그 지역에서 쉽게 명소가 됨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알고 참여할 수 있게 해준다.

이 프로젝트는 네팔의 INSEC(인권단체)과 인도의 PVCHR(시민인권감시위원회)에서 돕고 있다. 우리가 먼저 이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그들에게 도움을 청했는데 그들은 프리허그를 도와주었을 뿐만 아니라 자원봉사자까지 모아주어 큰 도움이 되었다. 프리허그를 위해 단체가 연합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따뜻하게 안아드립니다
 따뜻하게 안아드립니다
ⓒ 우메시 슈레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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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팔을 선택한 이유는?
"우리는 남아시아의 네팔·인도·스리랑카·몰디브를 택했다. 이 나라들에 포옹의 정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서로 포옹하는 이유는 격려·용서·희망·행복·기쁨·용기·감동·사랑 등을 나눠주고 싶어서다. 누군가를 포옹하는 것은 그 사람에게 마음을 연다는 의미다.

프리허그는 돈이나 성별·국가와 같은 상황을 뛰어넘는 포옹이다. 프리허그를 하기 위해 어떤 이유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누군가를 포옹하는 일에 무슨 상황이나 자격 같은 것이 필요하겠나. 바로 이러한 생각과 정신이 네팔·인도·스리랑카·몰디브에 필요하다.

팀의 리더인 강동훈이 네팔의 INSEC에서 국제 인턴으로 일하고 있기 때문에 네팔의 상황을 잘 알고 있다. 인권 침해·가난·문맹·양극화·대화의 단절… 등. 이런 것들이 네팔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우리가 네팔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프리허그의 정신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거나 닫혀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한 알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원하는 바이고 네팔을 선택한 이유다."

프리허그
 프리허그
ⓒ 우메시 슈레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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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팔은 여전히 공공장소에서 애정 표현을 금기시하는 보수적인 사회다. 카트만두와 포카라를 방문했던 경험을 들려달라.
"프리허그를 할 때는 포옹을 하기 위해 오는 첫 번째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 카트만두와 포카라에서는 그리 오래 기다리지 않았다. 항상 5분 안에 누군가가 다가와 우리가 무슨 일을 하는지 묻고는 같이 포옹했다. 우리도 실제로 프리허그를 하기 전에는 네팔의 보수적인 반응을 걱정했지만 기우였다.

카트만두의 더르바르 광장에서 프리허그를 할 때는 누군가 우리를 격려하기 위해 차를 대접하기도 했다. 따뜻하고 고마웠던 그 차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 포카라에서 프리허그를 할 때는 한 가난한 소년이 우리 팀의 일원인 형진과 포옹한 후 옥수수 몇 알을 나눠주기도 했다. 자신이 가진 옥수수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말이다. 감동한 형진은 지금도 그 옥수수알을 간직하고 있다.

사실 사람들과 포옹하는 모든 순간이 인상적이자 감동적이다. 그 가운데 몇 개만 선택하기에는 너무 많은 이야기가 있다."

네팔에서 '프리허그'하는 모습
 네팔에서 '프리허그'하는 모습
ⓒ 우메시 슈레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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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로 어떤 사람들이 포옹하러 오나?
"나이나 성별에 특별한 경계가 없다. 부랑인에서부터 경찰관에 이르기까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다양한 사람들이 온다. 그러나 여성의 경우 여성 팀원만 포옹할 수 있기 때문에 남자 팀원에게 포옹하러 오는 일은 드물다."

- 네팔과 인도를 비교해보면 어떤 차이가 있나?
"우리가 어디에서 프리허그를 하더라도 장소에 따른 차이는 없다. 그것은 네팔이나 인도나 한국이나 다 마찬가지다. 전 여정을 통해 우리가 느낀 점이다. 우리도 처음에는 네팔과 인도 사람들에게 프리허그의 의미를 느끼게 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그러나 그것은 오해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똑같은 미소·감정·감동·호기심 등을 나타내 보였다. 그리고 거의 모든 사람들은 우리가 그들이 느꼈으면 하고 원하는 바로 그 '사랑'을 느끼고 이해했다.

프리허그
 프리허그
ⓒ 우메시 슈레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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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네팔과 인도 사이에 다른 점이 있다면, 인도는 여전히 옛 카스트제도가 영향을 미치는 사회라는 점이 아닐까 싶다. 때때로 그들은 우리가 달릿 사람과 포옹하는 것에 대해 충격을 받기도 했다. 한번은 바라나시에 있는 달릿 사람들 동네를 방문해 그들과 시간을 보내고 포옹도 했다. 그들의 발을 씻겨주기도 했다.

이러한 것이 모두 프리허그 프로젝트에 속하는 활동들이다. 우리는 이러한 일들이 프리허그의 정신을 이해시키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달릿 사람들에 대한 우리의 활동이 카스트제도의 상류층에는 큰 충격이었고 인도에서 이슈가 되었다. 특히 바라나시에서는 많은 일이 있었는데 주로 카스트제도가 관련된 것들이다."

프리허그
 프리허그
ⓒ 우메시 슈레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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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우선 이 여행을 알리기 위한 동영상과 글 작업을 할 예정이다. 그리고 다양한 인터넷 웹사이트에 동영상을 올려놓아 우리가 경험한 감동을 많은 이들과 나눌 생각이다. 또한, 이번 여행의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이 보고서가 작성되면 우리를 도와주었던 사람들이나 우리의 여행에 관심 있는 이들과 나누려고 한다. 이러한 이야기를 나눌 좋은 도구가 블로그이기 때문에 우리도 조만간 블로그도 정비할 계획이다.

끝으로 프리허그 운동에 있어서 우리의 역할에 대해 논의를 해보려고 한다. 우리가 이 프로젝트의 작은 씨앗이라고 생각한다. 다음 단계로의 발전은 다른 훌륭한 누군가에 의해 이루어져야 되지 않을까 싶다. 지금도 여전히 우리의 역할에 대해 고심 중이다.

우리는 아직 생물학을 전공하는 대학생이라는 점을 기억해 달라. 우리는 단지 세상과 프리허그를 하고 싶었을 뿐이다. 그래서 이 운동의 작은 밀알이 되려고 결심했고 그렇게 하자고 생각했다. 따라서 향후 우리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보고 무엇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아마도 한동안 이 문제에 대해 논의를 해야 할 것이다."

(*번역-조명신)

[영어 원문] Spreading Love, Humanity, Hugs (by Umesh Shrestha)

덧붙이는 글 | 우메시 슈레스타 기자는 네팔에서 활동하고 있는 <오마이뉴스 인터내셔널> 시민기자입니다.



태그:#프리허그, #하이 오폼, #네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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