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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간 연변. 어수선함. 분명 정제된 도시는 아니다. 그러나 불편을 못 느끼고 사는 걸까? 지나간 사람에게 길을 물었다. 알아들을 수 없는 몇 마다가 돌아온다. 도로를 건너기 위해 횡단보도를 찾는다.

 

30m 정도를 가다 횡단보도에 멈춘다. 주변에 아무도 없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여지도 없었다. 당연하다는 생각으로 신호등이 바뀌기를 기다린다. 한 사람이 옆에 선다.

 

신호등이 바뀌었다. 빨리 지나가려고 서둘렀다. 굉음이다. 상당히 먼 거리에서 다가온 택시가 경적을 울린다. 아니다. 이것은 분명 경고다. 빨리 비켜달라는 외침이다. 신호등은 장식일까?

 

 

갸우뚱 거리며 일단 택시를 노려보았다. 또 다시 경적이다. 그리고 재빠르게 나의 등 뒤로 사라진 택시. 두렵다는 생각보다는 입에서 욕이 나왔다. 뒤에서 한 마디. 한국 사람이지요.

많이 듣던 말이다. 곡예 끝에 거리를 건너갔다. 한국에서 왔다는 사람이 설명한다. 그냥 가까운 곳으로 건너가면 된단다. 차를 피하면서.

 

다른 곳을 살폈다. 사실이다. 사람들은 별 거리낌 없이 8차선 도로를 횡단한다. 차를 스스로 살피면서. 신호등이 있지만 그래도 차가 우선인 듯. 경찰이 있어도 상황은 같다. 한 가지를 배웠다는 생각보다는 그래도 불평하지 않는 사람들이 신기했다. 습관이려니 생각하며 잊기로 한다.

 

 

연변에서 제일 크다는 서시장이다. 붐빈다. 발길을 돌리기 불편하다. 한국 대중가요가 확성기를 통해 소음 속에 섞여 나온다. 무조건 값을 반으로 깎으라는 지인의 말을 떠올리며 두꺼운 청색 비닐 문을 두 번 지나자 야채상들이 사방에서 손님을 부른다.

 

없는 것 빼고는 다 있다는 중국. 여러 가지 농산품들이 1층 매장을 꽉 채운다. 좁은 통로를 지나 방울토마토와 감자를 사기 위해 시작한 흥정. 안된다는 말에 그냥 지나치려 하자 다시 부른 소리. 30위안이 20위안으로 다운. 성공이다. 드디어 연변에서 스스로 장보기 성공이다. 판매 단위는 '근'이다.

 

 

몇 발자국 지나자 우리를 기다린 연변 지인이 우릴 반갑게 맞는다. 손에 든 봉지를 보고서 얼마치냐고 묻는다. 대담이 끝나기도 전에 앞에 있던 아는 사람에게 다가가더니 산 물건을 저울에 올린다. 할 말이 없다. 5위안을 받아온다. 또 하나를 배웠다는 생각뿐.

 

 

건물 밖으로 나오자 하얀 수염을 길게 기른 노인이 눈에 들어왔다. 점을 본단다. 카메라를 보더니 못마땅한 눈치다.

 

 

점심을 먹기 위해 도로를 지나야 한다. 몇 걸음 지나자 차들이 몰려온다. 거리 중앙에 서서 여기저기를 살핀다. 들러선 식당. 메뉴는 역시 화려하다. 엄청난 양이다. 여러 가지를 주문해서가 아니라 하나를 주문해도 양이 많다. 절반 이상이 낭비다. 중국 지인도 그렇다고 인정한다. 음식 담는 접시가 점점 커져간다고 했다.

 

 

연변에서 살기 위한 적응실습이 쉽지 않음을 느낀 하루다. 유학생활의 시작이다. 내일은 유치원을 찾아 나서야 한다. 쉽지는 않겠다는 생각이다. 그래도 내일을 설계한다는 것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 아닌가? 


태그:#연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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