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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주>

17일 많은 일간지에는 "한국이 용산기지 이전비용 대부분 부담"이라는 기사가 비중있게 실렸다. 지난 12일 버웰 벨 주한미군 사령관이 미 하원 세출위원회에서 "용산미군기지를 평택으로 옮기는 데 100억달러가 들며 한국이 대부분 부담할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는 한강 이북의 주한 미 2사단 이전비용과 관련 "재원 마련은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며, 하나는 미국의 비용에서 다른 하나는 주둔국의 비용분담금에서 나오도록 대체로 협의해왔다"면서 "50대 50으로 나누는 것으로 합의가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용산기지와 한강 이북 미 2사단을 평택으로 옮기는 데 총 10조원이 소요되며 이 가운데 한국의 부담은 5조 5905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한국 국방부의 설명과 많이 다르다.

 

국방부 "미국이 전액 부담, 다만..."

 

이같은 벨 사령관의 발언에 대해 16일 국방부는 아니라고 부인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국방부 당국자는 "'원인제공자 부담 원칙'에 따라 미국이 2사단 이전비용을 전액 부담키로 한 것"이라며 "'50대 50 배분 원칙'에 따른 비용 분담은 없다"고 벨 사령관의 발언을 정면으로 부인했다.

 

그는 다만 "우리 정부가 제공한 방위비분담금으로 기지 이전 비용의 50% 정도를 충당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 그런 발언을 했을 수 있다"면서 "방위비분담금 전용 문제와 관련해서는 외교부와 미 국무부가 협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논란을 보면서 몇 가지 씁쓸한 생각이 든다.

 

벨 사령관은 미 의회 세출위원회에서 발언했다. 미 의회가 행정부를 견제하는 힘은 예산 심사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 의회 예산 관련 검토는 엄밀하기로 유명하다.

 

이런 미 의회에서 벨이 숫자 하나라도 틀리게 말했다가는 사령관 자리를 유지하지 못할 것이다. 그의 발언을 다른 말로 바꾸면 "주한미군 기지 이전 관련해 한국 정부가 이렇게 덤터기 쓰면서 다 해주는데 나머지 쥐꼬리만한 미국 부담 예산 좀 깎지 말고 의원님들이 잘 봐주세요"라고 말하는 것에 불과하다.

 

'한미동맹'이라는 한 마디로 미국과의 온갖 불합리한 협상을 강행했던 정부나 이를 눈감아 주던 한국 국회보다 벨 사령관의 발언이 훨씬 더 정확할 것이다.

 

한국 국방부 당국자보다 미국 사령관 말이 더 정확한 까닭

 

더구나 벨 사령관의 발언으로 드러난 미국의 입장은 이전의 여러 상황에 비춰볼 때 일관된다.

 

우선 용산미군기지 이전 비용이 10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말은 처음은 아니다.

 

예를 들어 최재천 민주당 의원(당시는 열린우리당 소속)은 지난 2005년 10월 법제처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올 5월 27일 이종석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이 미국 방문 때 잭 크라우치 백악관 국가안보부(NSC) 보좌관을 만나 용산기지 이전비용에 100억 달러(약 10조원)가 소요될 것"이라고 언급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2005년 3월 당시 리언 라포트 주한미군 사령관은 미 의회 세출위원회에 참석해 "주한 미군 기지 이전에 총 80억 달러(우리돈 7조8000여억 원)가 들어가며 이 가운데 미국 부담은 단 6%(4억8000만 달러, 우리돈 3700여억 원)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우린 6%만 부담해도 한국은 높이 평가")

 

벨과 라포트의 발언에서 총액은 차이가 나지만 한 가지 일관된 것은 한국이 대부분 부담하고 미국의 부담은 대단히 적다는 점이다.

 

지난 2007년 1월 17일 벨 사령관은 외신기자 클럽 강연에서 "서울 북부의 미 2사단 기지를 평택으로 이전하는 돈의 절반은 (한국이 제공하는)방위비 분담금에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기사: 미군기지 이전비 미국부담 6% 실현되나)

 

방위비 분담금을 미 2사단 기지 이전에 전용하는 것은 약과다.

 

지난 2007년 4월 25일 시민단체들은 주한미군이 방위비 분담금 등 8000억원을 불법 축적해 이자수익 1000억원을 올리고도 소득세 120억원을 탈루했다며 벨 사령관을 국세청에 신고했다. (관련기사: "방위비 분담금 이자수익 1000억원, 세금은 0원" ) 미군은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으로 이자까지 챙겼다.

 

여기에 미군기지 이전 비용에는 '숨겨진 1인치'가 많다. 예를들어 오염된 미군기지 치유 비용 문제다.

 

미국이 한국에 돌려주기로 한 미군 기지의 오염 정화비용이 5억1500만달러(5000억원)에 이르지만, 한국이 거의 전액 이를 떠맡고 미국은 지하 연료 저장 탱크 제거 등 200만달러(19억4000만원) 선의 미미한 부담에 그칠 것이다. (관련기사: 미군기지 오염 정화비용 5000억/ "미국 19억 부담, 나머지는 전부 한국" )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으로 이자수입까지 올렸다

 

미군기지 이전과 관련해 비용이 계속 문제가 되는 것은 지난 1988년 노태우 정부 때 용산기지 이전을 한국이 먼저 요구했다는 이유로 전액 우리가 부담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노태우 정부 때 이전 요구는 이후 한반도 상황 변화에 따라 유야무야됐다. 그리고 노무현 정부 이후 시작된 용산기지 이전은 지난 2002년부터 시작된 미국의 해외주둔 미군기지 재배치(GPR)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다.

 

그런데도 노무현 정부는 노태우 정부 때 용산기지 이전을 우리가 먼저 요구했다는 것을 끌어들어 비용 전액을 부담하기로 했다. 그리고 한강 이북의 미 2사단 기지 이전 비용은 우리가 제공하는 방위비 분담금으로 채워주기로 했다.

 

아무튼 한국이 용산기지 이전은 전액 부담하기로 했으니 지금 그 비용이 50억달러니 100억달러니 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나중에 설사 용산기지 이전 비용이 1000억달러가 들어간다고 해도 우리가 다 물어줘야 한다.

 

그렇게 하기로 미국과 용산기지 이전 협정을 체결했고 국회에서 통과됐기 때문에 이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지닌다.

 

그래서 미 행정부는 전 세계 GPR 가운데 주한미군 기지 이전이 가장 미국의 이익이 부합되게 이뤄졌다고 모범 사례로 꼽았다고 한다. 이런 용산 미군기지 이전을 노무현 정부는 자주의 사례로 포장했다. 

 

백지수표 내준 용산미군기지 이전... '자주'인가, '동맹 파탄'인가

 

지난 11일 외교부는 청와대에 업무보고를 하면서 지난 정권에서 한미동맹이 훼손됐다며 '복원'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심윤조 차관보는 "(복원이라는 용어를 쓴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양측 신뢰 문제가 있다고 본다"면서 "(지난 정부 한미관계에서) 미군 기지 이전 및 반환 등에 있어 원만하지 못한 점이 있었다"고 사례를 적시했다.

 

용산미군기지 이전은 노무현 정권에게는 자주의 상징이고 이명박 정부에게는 한미동맹 파탄의 상징이다. 그러나 앞에서 죽 살펴봤듯이 미국에게 '백지수표'를 준 것이 어떻게 자주의 상징이 될 수 있나? 마찬가지로 그렇게 미국에 퍼줬는데 어떻게 한미동맹 파탄의 상징이 될 수 있나?

 

해석은 자기 마음대로 하는 것이라지만 정도가 너무 심하다.


태그:#미군기지, #이전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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