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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주요 도시의 특징에 대해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방식 중  '○○는 ○다가 망한다' 라는 형태의 유명한 문구가 있다. 나고야 주민들의 검소함을 빗대어 '나고야는 저축하다가 망한다'고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이다. 이 표현에 간사이 지역의 주요 세 도시인 고베·오사카·교토와 관련된 표현도 물론 존재한다.

"고베는 신다가 망하고(하키다오게), 오사카는 먹다가 망하고(구이다오레), 교토는 입다가 망한다(기다오레)."

고베는 외지의 문물이 가장 먼저 들어오는 곳으로 유행에 민감해 옷은 물론 '신발 신기'까지 신경 쓸 정도로 꾸미는 데에 엄청난 신경을 쓰다는 것을 의미하고, 교토는 현재의 수도인 도쿄보다 더 오랜 세월동안 수도였던 고도(古都)답게 격식을 차린다는 것을 뜻하며, 오사카는 '천하의 부엌'이라는 별칭답게 다양한 산지에서의 온갖 먹을거리가 많고 먹는 데에 신경을 많이 쓰며 음식문화가 폭넓게 발달해 있다는 것을 가리킨다.

그렇다면 오사카에서 가장 잘 먹을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오사카에 다녀온 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물론 오사카에 사는 사람들도 이 질문에 주저하지 않고 미나미(南 : 난바·센니치마에·신사이바시 등 세 지역을 포괄)를 지목할 것이다. 그중에서도 도톤보리는 '구이다오레 거리'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로, 유명한 '맛집'이 가득하다. '맛집'의 질적 수준은, 당연히 일본 최고 수준이라 할 수 있을 정도이며, 근거 또한 상당히 명확하다.

오사카의 도톤보리는 서울의 명동과 비교할 수 있을 것이다. 도시중심부에 위치한 것이나, 꽤 많은 유동인구를 갖고 있는 것, 그리고 인접지에 도심부 타지역이 이어진다는 것 등은 명동과 도톤보리가 가진 근원적 공통점이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명동은 '멋'에 더 무게중심이 쏠리는 반면 도톤보리는 '맛'에 더 무게중심이 쏠리는 정도의 차이일 것이다.
▲ 서울의 명동같은 오사카의 도톤보리 오사카의 도톤보리는 서울의 명동과 비교할 수 있을 것이다. 도시중심부에 위치한 것이나, 꽤 많은 유동인구를 갖고 있는 것, 그리고 인접지에 도심부 타지역이 이어진다는 것 등은 명동과 도톤보리가 가진 근원적 공통점이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명동은 '멋'에 더 무게중심이 쏠리는 반면 도톤보리는 '맛'에 더 무게중심이 쏠리는 정도의 차이일 것이다.
ⓒ 이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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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므라이스'라는 음식이 처음 만들어진 '홋쿄쿠세이', '일본 제일의 오코노미야키 전문점'으로 꼽히는 '치보', 오사카에서 라멘으로 가장 유명한 집으로 도톤보리에만 4개의 식당이 있을 정도로 규모도 큰 '킨류라멘', 킨류라멘과 달리 작고 소박하지만 오사카TV의 라멘 랭킹 3연패 경력에 빛나는 '가무쿠라', 입장료(315엔)가 있다는 것이 단점이지만 '간식테마파크'로서 유명한 '고쿠라쿠 쇼텐카이'까지, 모두 도톤보리 일대에 위치하고 있다.

이처럼 맛집이 많은 도톤보리. 이미 인터넷 상에는 도톤보리의 유명 맛집을 가 본 글들이 넘쳐나고 있다. 그에 대한 왠지 모를 반발심일까? 개인적으로 그런 집들은 사진으로만 찍고 실제로는 인터넷 등에 특별히 공개되지 않은 식당으로 가고 싶었다. 그래서 친구들에게 제안했더니 다행히도 나와 같은 생각들이었다. 결국 우리는 '최대한 덜 알려졌지만 독특할 것 같은 음식점'을 찾아 도톤보리 일대를 뒤져보고야 만다.

금요일 저녁, 화려한 도톤보리 야경과 맛있는 일본라멘 한그릇

오사카의 밤은 일본 그 어느 지역보다도 화려하다. 그중에서도 도톤보리는 오사카의 밤이 어떻게 화려하고 어디까지 화려해질 수 있는지를 최선봉에서 보여주는 곳이다. 도톤보리의 상징은 역시나 TV에서 종종 볼 수 있었던 여러 초대형 간판. 낮에는 그냥 '평범한 대형간판 여러 개'였지만 밤이 되는 순간 도톤보리는 물론 미나미 일대를 별천지로 만든다. 간판의 모습이 '정리되고 깔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러한 무질서함이, 이상오묘하게 잘 조화되는 곳 중 하나가 도톤보리가 아닐까 싶다.

아메리카무라·유럽도리·신사이바시 스지상점가 등을 거쳐 도톤보리에 온 시각은 저녁 20시 쯤. 저녁식사 시간을 꽤 넘겼을 때이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도톤보리의 풍경을 제대로 볼 수 없게 만들 정도로 배가 고팠다. 이미 '마크도나르도(マクドナルド, 이름 유래는 전편 참고)'에서 요기를 하긴 했지만 그래도 배가 많이 고픈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왼쪽 위] 도톤보리의 명물간판 중 제1로 꼽는 '구리코'. 간판의 규모가, 가로 10.85m, 세로 20m로서, 여기에 사용된 네온 등을 일렬로 늘어놓으면 무려 5.1km에 달한다고 한다. 더불어 구리코 측이, 이 위치에 간판을 세운 시기는 지난 1935년. 규모와 역사 모두 도톤보리 간판의 제1이라 손꼽을 만하다. [오른쪽 위] 도톤보리일대에서 최초로 등장한 움직이는 간판인 북치는 소년 '구이다오레타로', 역시 도톤보리의 명물이다. [왼쪽 아래] 건물 안에 도톤보리 상점가의 옛 모습을 재현해 놓은 '도톤보리 극락상점가'. 315엔의 입장료를 내고 승강기를 타고 올라가면 건물 내 음식점(상설)과 공연(부정기)을 볼 수 있다. [오른쪽 아래] 라멘으로 유명한 킨류라멘의 모습이다. 도톤보리에만도 4개의 점포가 있으며, 뛰어난 라멘 맛과 용이 그려진 식당 외관으로 유명하다.
▲ 도톤보리에서 유명한 간판들 [왼쪽 위] 도톤보리의 명물간판 중 제1로 꼽는 '구리코'. 간판의 규모가, 가로 10.85m, 세로 20m로서, 여기에 사용된 네온 등을 일렬로 늘어놓으면 무려 5.1km에 달한다고 한다. 더불어 구리코 측이, 이 위치에 간판을 세운 시기는 지난 1935년. 규모와 역사 모두 도톤보리 간판의 제1이라 손꼽을 만하다. [오른쪽 위] 도톤보리일대에서 최초로 등장한 움직이는 간판인 북치는 소년 '구이다오레타로', 역시 도톤보리의 명물이다. [왼쪽 아래] 건물 안에 도톤보리 상점가의 옛 모습을 재현해 놓은 '도톤보리 극락상점가'. 315엔의 입장료를 내고 승강기를 타고 올라가면 건물 내 음식점(상설)과 공연(부정기)을 볼 수 있다. [오른쪽 아래] 라멘으로 유명한 킨류라멘의 모습이다. 도톤보리에만도 4개의 점포가 있으며, 뛰어난 라멘 맛과 용이 그려진 식당 외관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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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맛집들이 많고 4박 5일의 체류기간 동안 다시 올지 못 올지를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는 어디를 가 볼지 참 많은 고민을 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저녁식사 식당선정 대원칙은 여행 가이드 책은 물론 블로그 등의 여행기에 즐비한 '남들 다 가는 유명한 음식점'이 아닌 '최대한 덜 알려졌으면서도 독특할 것 같은 음식점'을 찾아 가 보자는 것. 우리는 엄청난 인파와 화려한 간판이 가득한 도톤보리 일대를 둘러봄과 동시에 그런 음식점이 과연 어떠어떠한 곳이 존재하고 있을지 찾아보았다.

아무래도 음식점의 분위기와 평판을 파악하는 것은 역시나 어학능력이 있는 친구들의 몫이었다. 그들은 일본어를 못하는 나와 달리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어보기도 하면서 우리의 목적에 부합할 음식점을 찾았다. 비록 나는 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입장이지만 더욱 어학 능력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할 정도로, 그들은 정말 다양하고 많은 정보를 습득하고 있었다. 결국, 약 30분 정도 도톤보리 구석구석을 살피며 결정한 최종목적지는 중심부 길가의 작은 라멘 전문점이었다.

그 라멘 전문점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이 글을 쓰며 뒤늦게 4박 5일간 찍은 4천여장의 사진을 보았지만 그 안에도 없었다. 하지만 다른 라멘 전문점보다 규모가 작았으며(테이블 7개 규모) 식당입구에 아래 사진과 같은 티켓자판기가 존재하였다는 것이 특징이었다. 또한 그 라멘 전문점은 아무리 금요일 저녁이라지만 21시가 다가오는 데도 '들어가기 직전에 사람이 안 나갔으면' 자리가 없을 정도로 꾸준히 사람들이 찾았다. 먹기 전부터 식당에 가득한 사람들만 쳐다봐도 기대 될 정도로 말이다.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다시 한 번 티켓자판기에 가 보았다. 라멘의 가격은 600엔부터 900엔 사이였다. 600엔을 받는 간장라멘·소금라멘 및 650엔을 받는 된장라멘을 기준으로 계란 혹은 야채가 들어가면 각각 100엔·200엔이 추가되었다. 돼지고기라멘은 세 종류(간장·소금·된장) 모두 식당 최고가인 900엔. 그 외에 군만두 300엔, 볶음밥 500엔, 명란밥 300엔, 밥 150엔, 주스 200엔, 생맥주 300엔 등의 버튼도 보였다. '고추장라멘'(750엔) 버튼에도 눈이 가긴 했지만 오사카에서 그걸 먹을 생각은 별로 없었다.

(왼쪽) 사실 해당 음식점의 명칭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테이블 7개 정도 되는 작은 라멘 전문점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작은 음식점이지만 인기가 많은 이 음식점은, 일손을 줄이기 위해서인지, 선불 후 발권되는 표를 지불하면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 있다. 덧붙여, 이 표 자판기에는, 한글·일어·중어 표기가 함께 되어 있다. (오른쪽) 돼지고기된장라면. 이 라멘전문점에서 가장 비싼 라면이다.
▲ 도톤보리 라멘 (왼쪽) 사실 해당 음식점의 명칭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테이블 7개 정도 되는 작은 라멘 전문점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작은 음식점이지만 인기가 많은 이 음식점은, 일손을 줄이기 위해서인지, 선불 후 발권되는 표를 지불하면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 있다. 덧붙여, 이 표 자판기에는, 한글·일어·중어 표기가 함께 되어 있다. (오른쪽) 돼지고기된장라면. 이 라멘전문점에서 가장 비싼 라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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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사이 여행을 간 때는 8월. 여행 직전인 7월 한 달 동안 나는 일본식 라멘을 이틀 걸러 하루는 먹었다. 무언가를 배울 목적으로 역삼동에 위치한 한 학원에 다니고 있었는데 학원 건물의 건너편 건물에 있는 일본라멘전문점이 해당 학원생들에게 큰 폭으로 할인혜택을 줬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양 라멘의 맛을 비교하고픈 욕망은 커져만 갔다.

약 10분 정도를 기다리니 5명의 라멘이 1분 간격으로 하나씩 나왔다. 5명이 주문한 라멘이 각각 달랐던 데다 테이블에 그릇이 올라간 시간까지 순차적으로 차이가 나자 테이블은 순식간의 시식회(?)와 같은 분위기가 된다. 개인적인 느낌은 한국의 일본라멘전문점에서 먹던 라멘과 맛이 같으면서도 약간의 미묘한 차이가 있다는 것이었다. 타 일본 음식에 비해 차이가 적었긴 하지만 역시 '한국인 입맛에 맞춘' 라멘과 '일본인 입맛에 맞춘' 라멘은 어딘가 차이가 있었다. '원조'와의 만남 그리고 비교, 이는 여행 중에 계속 된다.

백엔샵 돈키호테에 가보다

대한민국에도 이미 널리 확산된 유통업태인 '천원샵'. 최근에는 주요 대형할인점과 거점 철도역사에도 천원샵이 입점된 모습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을 정도로 천원샵은 전국적으로 널리 확산된 상태이며 이제 한국인에게도 어색하지 않은 가게로 자리 잡았다.

천원샵의 원조는 다 알다시피 일본의 '백엔샵'이다. 한일 환율을 비교해보면 (물가차이는 있겠지만) '천원'과 '백엔'은 거의 유사한 가치로서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생활용품의 가격이라고 생각했을 때에 '저렴하다'라고 생각할 수 있는 금액이다. 물론 '천원' 혹은 '백엔'이 아닌 물건도 많다. 하지만 한국에서 천원샵을 방문해 본 적이 있는 나는 백엔샵에 기대가 컸다. 한국 천원샵을 통해 '고급 제품은 아닐지라도 가격에 비해 품질이 좋은 제품이 많이 비치되어 있다' 라는 나름대로의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총 6개의 강이 도심을 관통하는 오사카. 그 중 도톤보리강은, 자연하천을 활용하여, 4년간의 공사 끝에 1615년에 완공된 인공하천이다. 또한 도톤보리강은, 오사카 6개의 강 중 미나미 번화가를 동서로 관통하는 하천으로, 미나미 지역에서 신사이바시와 도톤보리를 가르는 기준선이 된다. 동키호테도 이 도톤보리강 강변에 위치하고 있다.
▲ 오사카 도톤보리강 강변 총 6개의 강이 도심을 관통하는 오사카. 그 중 도톤보리강은, 자연하천을 활용하여, 4년간의 공사 끝에 1615년에 완공된 인공하천이다. 또한 도톤보리강은, 오사카 6개의 강 중 미나미 번화가를 동서로 관통하는 하천으로, 미나미 지역에서 신사이바시와 도톤보리를 가르는 기준선이 된다. 동키호테도 이 도톤보리강 강변에 위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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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번 여행 중 '백엔샵을 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떠한 백엔샵이 물건이 좋고 많을지 몰랐고 그래서 '보면 가자'라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일행 중 한 명이 먼저 말을 꺼냈다. 도톤보리 인근에 좋은 백엔샵이 있으니 한 번 가 보자고. 도톤보리에 또 발을 들이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던 우리는 '문 닫기 전에 한 번 가 보자' 라는 생각으로 따라가게 된다. 그때의 시각은 이미 21시 30분을 지나 22시를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그를 따라 우리가 갔던 곳은 '돈키호테'라는 대형 마켓이었다. 도톤보리강 옆에 위치한 이 대형 마켓은 건물 입구에 '激安の殿堂'(무지 싸게 파는 집)'이라고 적혀 있는 것과 동시에 미나미 일대를 살필 수 있는 '에비스 타워'라는 관람차가 건물 내·외부와 일체되어 있다는 점으로 인해 더욱 유명세를 타고 있는 곳이었다. (주 : 티켓 구매와 관람차 탑승은 각각 1층·3층에서 이뤄지며, 1인 승차료는 1000엔이지만, 2인 1200엔, 1박스(최대 4명) 2000엔, 1박스(최대 8명) 3000엔 등 여러 사람이 함께 탈 수록 1인당 승차료는 줄어든다.)

우리는 이곳에서 각자 살핀 후 22시 30분에 1층에서 다시 보기로 했다. 각자 취향이 다를 수 있으니 내린 조치였다. 막상 100엔짜리 물건은 별로 없었다. 대신, 각 물건의 질(質), 양(量), 그리고 일본 물가 등을 생각했을 때 물건가격은 매우 저렴한 편이었다. 1층부터 6층까지 '백엔샵' 치고는 엄청난 규모의 이 건물 내에는 전자제품·의류·화장품·완구·가공식품 등도 판매중이었다. 심지어 구석 부분의 커튼 안 쪽에는 성인용품도 판매중이었다.

도쿄의 유명 MXD(Mixed-use Development)인 '에비스 타워'와 동명인 관람차 '에비스 타워'이다. 대형 저가마켓인 동키호테의 도톤보리점 건물과 일체되어 있다. 자정까지 영업한다.
▲ 도톤보리 동키호테 및 에비스타워 사진 도쿄의 유명 MXD(Mixed-use Development)인 '에비스 타워'와 동명인 관람차 '에비스 타워'이다. 대형 저가마켓인 동키호테의 도톤보리점 건물과 일체되어 있다. 자정까지 영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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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곳에서 방향제·기름종이·디지털카메라(이후 '디카') 메모리 등을 샀다. 방향제와 기름종이의 경우 안양의 큰 향수 판매점에서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던 한 친구에게 물어보아 가격에 비해 상당히 괜찮은 것 같다는 얘기를 듣고 사기로 마음을 굳힌 것이었다. 디카 메모리의 경우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이튿날을 채 못 버티고 디카 메모리가 사진으로 꽉 찰 것 같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노트북을 들고오지 않았고, PC방이 있다 하지만 왔다 갔다 하기에 시간이 부족할 것 같았다. 결국 고육지책성 구입이었던 것이다.

다만 이 테마를 마치며 덧붙일 얘기는 '돈키호테'는 24시간 오픈하는 대형 마켓이란 것이다. 비록 우리는 사전 계획이 철저하지 못했고 도톤보리에 이번 여행기간 중 언제 다시 올 지 몰라 약간 서둘렀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이곳은 연중무휴 24시간 오픈하는 대형 마켓이었다. 금요일 저녁, 기왕이면 야경을 최대한 즐기고 숙소로 돌아가기 직전 한 번 정도 들려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미리 갈 경우 소지품이 많아져 돌아다니기도 힘들곤 하니.

다시 한 번 들른 신사이바시 스지상점가 그리고 난바 지하

돈키호테 구경을 마친 후 우리는 다시 신사이바시 스지상점가 쪽으로 갔다. 슬슬 23시가 다가오고 있던 시각이었기에 우리는 '할인·떨이 판매를 시행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인들과 달리 일본인들은 22시가 넘으면 집에 들어가려고 번화가를 떠나는 경우가 많다는 우리 중 한 친구의 얘기도 도톤보리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신사이바시 스지상점가로의 귀환(?)에 큰 몫을 했고 말이다.

하지만 우리의 예상은 빗나갔다. 금요일 저녁이어서 더욱 그랬는지 신사이바시에는 아직도 사람들로 넘쳐났다. 상점가 중 일부는 문을 닫았으나 아직까지 열려 있던 곳은 활발한 영업을 하고 있었다. 식당·술집·드럭스토어 등은 물론 캐릭터샵·서점·다방 등 많은 가게들이 아직 폐점할 기미 전혀 보이지 않았다. 결국 우리는 '정말 사고 싶은 것'만 구입하고 돌아갈 준비를 한다. 앞으로의 일정 설정을 위해서였다.

신사이바시에서 도톤보리강 북측까지 이어진 긴 상점가인 '신사이바시 스지상점가'. 미도스지로의 한 블럭 안 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상점가 전체는 아케이드화 돼 있어 강우 유무와 관계없이 항상 활발한 영업이 계속된다고 한다. 해당 사진의 촬영은 밤 23시가 채 못 된 시각에 이뤄졌으며, 늦은 시각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것을 볼 수 있다.
▲ 사람들로 가득 찬 신사이바시 신사이바시에서 도톤보리강 북측까지 이어진 긴 상점가인 '신사이바시 스지상점가'. 미도스지로의 한 블럭 안 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상점가 전체는 아케이드화 돼 있어 강우 유무와 관계없이 항상 활발한 영업이 계속된다고 한다. 해당 사진의 촬영은 밤 23시가 채 못 된 시각에 이뤄졌으며, 늦은 시각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것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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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이바시 스지상점가에서 내가 구입한 것은, 책이다. 내가 관심이 많은 철도 분야에 관련된 책 1권과 전공인 건설 분야에 관련된 잡지(정기간행물) 4권이었다. 비록 당장 읽지는 못하더라도 나중에 일본어를 (능숙능랄한 정도가 아닌 기본적 수준 정도라도) 읽을 수 있을 날이 올 수도 있고, 설령 그런 날이 금방 다가오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그림·사진 정도로도 보고 배우고 느낄 수 있을 것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한국에서 사는 것보다 당연히 저렴했다. 또한, 건축설계를 전공하는 학부생 지인들의 경우 외서를 통해 작품구상의 모티브를 얻는 경우도 많기에 외국에 나갔다 오면서 외서를 선물해주면 참 좋아하는 경우를 많이 봐 왔다. 그래서 이번 여행 전 불독(佛獨) 여행 때에도 9월에 도깨비여행 스타일로 다녀온 홍콩 여행 때에도 나는 잡지를 참 많이 샀다. 세 차례의 여행동안 산 건설·교통잡지 수만도 20권이 넘으니.

다른 네 명이 구입한 것은 각각 달랐다. 생활용품·악세사리·캐릭터용품·야식으로 먹을 것까지. 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일본 물가가 크게 비싸지는 않았나' 싶을 정도로 오늘 미나미(신사이바시·도톤보리·난바 등) 일대에서 산 물건들은 생각보다 그다지 비싸지 않았다. 다섯 명 모두 동년배들에 비해 일본에 대해 접한 것이 많았다고 생각했지만 역시나 물가 만큼은 현지에서 살아야 현실을 느낄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우측 위) 독서량이 높다는 매스컴에서의 소식을 증명이라도 하듯, 신사이바시 스지상점가 요지에 있는 서점에서는, 많은 일본인들이 23시가 다가오는 시간에도 책을 읽거나 고르고 있었다 (좌측 아래) Grand Afternoon Tea라는 스지상점가에 위치한 대형 베이커리카페. 고급스러운 외관과 엄청나게 많은 빵의 종류에 이끌려, 들어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결국 이번 여행에서는 방문하지 못하고 돌아온다.
▲ 신사이바시 스지상점가 (우측 위) 독서량이 높다는 매스컴에서의 소식을 증명이라도 하듯, 신사이바시 스지상점가 요지에 있는 서점에서는, 많은 일본인들이 23시가 다가오는 시간에도 책을 읽거나 고르고 있었다 (좌측 아래) Grand Afternoon Tea라는 스지상점가에 위치한 대형 베이커리카페. 고급스러운 외관과 엄청나게 많은 빵의 종류에 이끌려, 들어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결국 이번 여행에서는 방문하지 못하고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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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톤보리와 신사이바시에서의 시간을 마치고 우리는 난바로 돌아온다. 다양한 철도 노선(난카이·킨테츠·JR서일본·오사카시영지하철)과 온갖 대형 쇼핑몰(다카시마야백화점·난난타운·난바파크스 등)은 물론 '비꾸카메라' 등 전문 판매점, 길이만 해도 800m에 달하는 난바워크 등 대규모 지하상가까지 연결된 미나미 최고의 중심부인 난바는 '사전에 동선을 설정하지 않고 출발할 경우 꾸준히 헤메버릴' 수준으로 복잡한 곳이다.

하지만 우리는 별 어려움 없이 JR서일본역으로 찾아갈 수 있었다. 일본어를 잘 하는 친구가 세 명이나 있고 난바 지하부의 교통표지판의 경우 대부분 영어가 병기된 표지판이었지만 그 이전에 한글로 설명된 표지판도 곧잘 보였기 때문이다.

간사이국제공항 내에서도 한글이 많았지만 오사카 시내에서도 한글을 간간이 접할 수 있다는 사실이 괜히 반가웠다. '한국인들이 많이 찾아와 무수한 돈을 쓰고 간다'는 식의 부정적 형태의 해석도 가능할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간사이 지역에서 대한민국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앞으로도 간사이 지역에서의 '한글 접촉' 언급이 있겠지만 이 지역에서 한글은 영어 다음의 언어였다. 우메다도, 고베도, 교토도.

(좌측) '한국인 대환영'이라고 적혀 있다. 실제 이 가게의 종업원 중 한 명은 한국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우측) 한국에도 있는 롯데리아. 물론 '롯데'라는 기업의 특수성이 있긴 하지만, 일본에서도 볼 수 있다는 점이 괜히 반가웠다.
▲ 한국적인 모습을 느껴보다 (좌측) '한국인 대환영'이라고 적혀 있다. 실제 이 가게의 종업원 중 한 명은 한국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우측) 한국에도 있는 롯데리아. 물론 '롯데'라는 기업의 특수성이 있긴 하지만, 일본에서도 볼 수 있다는 점이 괜히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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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가 있는 신이마미야로 돌아온 시각은 대략 자정 무렵이었다. 간단히 씻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후 내 방으로 모여 모두 함께 간단한 토의를 가졌다. 바로, 2~5일차에 어떠한 일을 할 것인가 그 문제에 대해서였다. 여행지에 도착해서 이 문제를 얘기한다는 것도 어찌보면 우습지만 우리 다섯 명 모두 너무 바쁘게 7월과 8월 첫째 주를 보낸 터라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토의는 대략 1시간 가까운 긴 시간 동안 진행되었다.

우리에게는 다양한 선택항이 있었다. 오사카 내부는 물론 오사카 외부에도 히메지·아카시해협대교·고베·다카라츠카·교토·바이칼호수·나라·고야산·와카야마 등 갈 곳이 많았다. 도쿄 쪽보다 드넓게 퍼진 상황. 짧은 날 동안 최대한 많이 보기 위해 우리는 고심했다.

결국 '2일차(토요일) 다카라츠카 및 고베, 4일차(월요일) 교토 및 우메다, 5일차(화요일) 귀국 및 시내' 정도로 큰 틀의 마무리를 지었다. 다만, 3일차(일요일)에 대해서는, 히메지-아카시 그룹과 나라-시내 의견이 팽팽했고, 그래서 3일차는 2일차를 지난 후 다시 얘기하는 것으로 얘기를 마치게 된다. 드디어 이번 여행에서의 첫 잠이다. 열정으로 가득 찼던 몸을 잠시 쉬는 시각, 다행히도 에어콘을 조정할 수 있어 덥지는 않았다.


태그:#일본, #간사이, #라멘, #난바, #오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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