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바다 채소(미역)는 피를 맑게 해서 머리도 맑다

부산은 바다의 도시다. 바다 채소, 미역이 이즈음에는 너무 흔하다. 시장마다 가격 차이가 있지만, 1000원어치만 사도 너무 많다. 생미역은 금방 조리해 먹지 않으면 안된다.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고 안심하다가는 버리게 되는 게 생미역이다.

동구(洞口)의 좌판 채소 장수 할머니의 청에, 미역을 두 묶음이나 샀다. "할머니 너무 많아서 이걸 다 어떻게 먹어요 ? "하고 울상을 지으니, 할머니 말씀이, " 아무 걱정 말아, 동네 빨랫줄에 말렸다가 보관한 뒤 여름에 미역 냉국 해 먹으면 좋아. 미역은 피를 맑게 해서, 머리도 맑아져" 하신다. 그래서 나도 공동 빨랫줄에 미역을 빨래처럼 말렸다.

동네 빨랫줄에 가득 널린 미역
▲ 나도 미역 좀 말리면 안될까요 ? 동네 빨랫줄에 가득 널린 미역
ⓒ 송유미

관련사진보기



할머니들 생활을 화초처럼 가꾸다

돌아가신 어머니는 "얘야, 사랑도 늘 화초처럼 가꾸어야 하지만, 생활이야말로 화초보다 더 아기자기하게 가꾸어야 사는 재미가 새록새록 난다"고 말씀하셨다. 요즘은 직접 만들지 않아도 마트에 가면 없는 것이 없다. 그러나 내가 직접 만든 재료로 음식을 만든다는 행복감은 무엇에 비할 수 없다는 것을, 요즘은 이웃 할머니에게서 참 많이 배운다.

가만히 지켜보면, 어떤 물건도 함부로 버리는 것이 없는 이웃 할머니들. 빈터만 보시면 씨를 뿌리고 가꾸었다가, 그것을 팔다가 다 못 팔면 잘 갈무리 하신다. 내가 직접 씨를 뿌리지 않았지만, 이웃 할머니들이 가꾼 채소들을 사 먹으면서, 할머니들에게서 참 많은 '생활의 기술'을 배운다. 그리고 얻는 기쁨은 내 생활의 권력이 된다.

미역이 얼마나 몸에 좋은데. 피가 맑아져...
▲ 기장 미역이야, 좀 사다 말려 미역이 얼마나 몸에 좋은데. 피가 맑아져...
ⓒ 송유미

관련사진보기


제 아무리 훌륭하고 제 아무리 진실이라 할지라도 실생활에 옮겨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인간을 행복하게 만들지 못한다. <기쁨과 권력>-'반 다이크'

싱싱한 행복의 냄새
▲ 바람에 날리는 미역들 싱싱한 행복의 냄새
ⓒ 송유미

관련사진보기



공동 동네 빨랫줄에 나부끼는 행복 냄새

동네 할머니들이 힘을 합해 만드신 공동 빨랫줄. 이 공동 빨랫줄에는 빨래만 널리는 것이 아니다. 가을에는 고추, 호박 죽순이, 겨울에는 미역, 시래기가 바람에 나부낀다. 내 미역도 몇 가닥 바람에 보기 좋게 나부낀다. 아, 생활의 행복한 권력, 이런 것이 아닐까. 이래서 할머니들 힘든 줄 모르시고, 잠시도 쉬지 않고, 아기자기하게 화초처럼 생활을 가꾸시는가.
겨우내내 집안에 옛 풍경 감상도 하고, 한가닥씩 뽑아서 된장찌개 끓여 먹었는데, 아직 많이 남았어요.
▲ 내가 말린 시래기 겨우내내 집안에 옛 풍경 감상도 하고, 한가닥씩 뽑아서 된장찌개 끓여 먹었는데, 아직 많이 남았어요.
ⓒ 송유미

관련사진보기



생활의 기술, 큰 맛의 기쁨

지난 겨울에는 혼자 사시는 할머니가 혼자 먹기에 너무 많다 하셔서 무청을 주셨다. 할머니가 시래기 엮는 법을 가르쳐 주었지만, 너무 어려워서 내 방법으로 엮어서 햇빛 많은 베란다에 말렸는데, 할머니께서 그늘에 말려야 색깔이 좋다고 해서 생각 끝에 방안에 말렸다.

혹시나 썩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자주 통풍을 해 주고, 전기 드라이로 가끔 말려주었다. 그랬더니 색깔이 내가 말려서인지 너무 곱다. 물에 오래 불렸다가 삶아서, 된장 한 숟가락 넣고, 고등어 통조림을 넣어서 끓였는데 정말 꿀맛이었다.

비닐하우스 재배도 배우는 아이들
▲ 동네 유치원 아이들도 할머니에게 배웠나봐요 ? 비닐하우스 재배도 배우는 아이들
ⓒ 송유미

관련사진보기



태그:#미역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마음이 곧 인간이다고 한다. 지식은 곧 마음이라고 한다. 인간의 모두는 이러한 마음에 따라 그 지성이 나타난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