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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편에서 언급했듯, 이번 일본 간사이 여행은 인하대학교의 '해외학술문화탐방단 지원사업'을 통해 일정 부분 경제적 지원(1인당 70만원)을 받아 이뤄지게 됐다. 탐방기획서에는 '일본 철도운영기관의 사례를 통한 한국 철도운영기관의 부채감축·적자해소 방안의 도출'이라는 주제를 기재했다. 여행의 주는 '교통 탐방'이었고 실제 관련보고서를 제출함과 동시에, <오마이뉴스>에 이와 관련된 칼럼(바로가기)을 실기도 했다.

하지만 '연구에서 시작해 연구로 끝나는' 여행을 만들기는 싫었다. 물론, 본분을 다하는 것이 좋고, 내 경우 교통 및 인접 분야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많았지만, 다른 팀원들은 교통 분야에 대해 관심이 많지 않았다. 하여, 나 또한 '교통 탐방'에 충실하되 당일의 본분에 만족할 수준이라면 적당한 '문화 탐방'도 필요하다고 봤다. 당초 이 프로그램명도 '해외학술문화탐방단'이지 않는가.

여행을 시작하기 열흘 전, 친구들과 한 차례 만나 여행의 일정에 대해 재차 상의해었다. 다들 한 차례 이상 일본을 경험했던 터라 간사이 지역이 상당히 넓은 광역권이란 것을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주요 권역인 고베-오사카-교토(게이한신, 京阪神) 이동에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는데 와카야마, 히메지, 나라 등은 어떻게 갈지에 대해 걱정이 많았다. 4박 5일이라는 짧은 기간은 우리에게 강한 선택을 요구하였다.

그렇지만, 나는 8월 1일부터 7일까지 국내에 없었고, 7월 한 달간을 해외에서 계절학기 교환학생으로 보낸 사람도 한 명 있어, 이에 대한 확실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그래서 일본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이에 대한 얘기를 하기로 했다. 2시간 30분 정도 걸리고, 좌석은 각각 3인이 앞열, 2인이 뒷열 이렇게 설정됐으니 서로 얘기하기 나쁘지 않은 환경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엄청나게 안 좋은 운항환경 때문이었다.

'일본풍'이 느껴지는 간소한 기내식

JL962 항공편(인천국제공항(ICN) 12시 20분 출발, 간사이국제공항(KIX) 14 시 50분 도착)의 기내식이다. 개인적으로는 메인 식사는 그다지 입맛에 맞기 않았으나, 과자인 오쯔마미와 맥주인 에비스맥주는 맛있게 먹었다. 오쯔마미는 더 달라고 할 경우 1인당 1개는 더 준다.
▲ JL962 항공편 기내식 JL962 항공편(인천국제공항(ICN) 12시 20분 출발, 간사이국제공항(KIX) 14 시 50분 도착)의 기내식이다. 개인적으로는 메인 식사는 그다지 입맛에 맞기 않았으나, 과자인 오쯔마미와 맥주인 에비스맥주는 맛있게 먹었다. 오쯔마미는 더 달라고 할 경우 1인당 1개는 더 준다.
ⓒ 이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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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를 탄 사람들이 카메라를 집어드는 순간이 언제일까? 아마도 기내식이 나왔을 때일 것이다. 나 또한, 기내식 사진을 꼬박꼬박 찍곤 하는데,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단 ''2시간 30분짜리' 인천~간사이 항공편에 기내식이 나오긴 하냐'고 반문할 사람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나 또한 한때는 의문을 가졌던 적이 있으니까. 하지만 나온다. JL962편의 경우 낮 12시 20분에 이륙하는 비행기로써 아무리 늦어도 오전 11시 40분에는 탑승해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천국제공항에 대하여 잘 아는 사람일지라도 11시30분까지는 출국장에 들어와 있어야 한다.

집에서 출발하는 시간을 생각하면 더 이른 시간이며, 간사이국제공항에 도착하는 시간은 거의 오후 3시 전후다. 점심시간을 훌쩍 넘기는 것이다. 기내식이 필요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

보통 한국 국적항공사의 경우 특별주문식(종교적 이유 및 건강상 이유로 인한 경우에, 사전주문시 가능)이 아닌 한 이코노미 좌석에서는 두 가지의 기내식 중 한 가지를 고를 수 있다. 하지만 JL962편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오직 위 사진에 보이는 해산물을 중심으로 계란과 야채가 약간 담긴 좀 맛이 없는(?)도시락뿐이었다.

박스 안에 담긴 도시락에는 과자와 요거트가 함께 들어 있다. 과자는 일본항공을 타면 어떠한 항공편에서도 접할 수 있다는, 이미 일본항공을 이용한 대부분의 사람들이라면 알고 있을 '오쯔마미'였다. 하지만 요거트가 정말 의외였다. 타 브랜드의 요거트로 유명한, 한국 ㅂ사의 '스O벨'이었기 때문이다. 이상하고 복잡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맥주는 도시락과는 별도로 개별적으로 배부된다. 기린(KIRIN)과 에비스(YEBISU)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으며, 성인에 한해 1인 1캔(이코노미클래스 기준)만 제공된다. 나는 에비스 맥주를 부탁했고, 기린 맥주를 부탁한 다른 친구들과 함께, 맥주를 서로 조금씩 나눠 마셨다. 어짜피, 입국 후 실컷 마시겠지만, 기내에서의 음용이 왠지 색달랐다.

잠시 생명의 위협을 느끼다

여행을 다니며 사진을 찍을 때 하늘빛 찍기를 참 좋아한다. 수백여장에 달하는 하늘빛 사진 중 간사이국제공항의 하늘빛은 사연이 담긴 하늘빛이라 그런지 더욱 각별하다. 깨끗하고 청명한 하늘빛과 달리, 이 하늘빛을 보기 위해서 하늘에서의 요동침을 겪어야 했기 때문이다.
▲ 간사이국제공항에서 바라본 하늘 여행을 다니며 사진을 찍을 때 하늘빛 찍기를 참 좋아한다. 수백여장에 달하는 하늘빛 사진 중 간사이국제공항의 하늘빛은 사연이 담긴 하늘빛이라 그런지 더욱 각별하다. 깨끗하고 청명한 하늘빛과 달리, 이 하늘빛을 보기 위해서 하늘에서의 요동침을 겪어야 했기 때문이다.
ⓒ 이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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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에 동해상을 통과하는 항공기를 탔다면, 좋게 말해 '아찔한 스릴', 나쁘게 말해 '생명의 위협'을 온 몸으로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을 것이다. 이는, 동해상을 중심으로 열대성저기압이 발달하는 여름 기후적 특성과 한일간 비행항로가 하필 기류가 매우 불안정한 이 구간으로 설정돼 있다는 위치적 특성에 기인한다.

'롤러코스터'를 타게 될 것이라는 것을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 그리고 난 그것이 크게 두렵지도 않았다. 한여름에 한일비행항로에서 종종 접할 수 있는 일이고, 일본항공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항공사 중 하나로서 조종사와 기체 정비 등에 큰 문제는 없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정회의도 있고 이 구간을 처음 지나는 친구들도 있어, '이번엔 제발' 이라는 생각으로 그냥 무사히 통과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기내식을 다 먹고 조금 지났을 무렵이었다. 갑자기 2m 정도 푹 꺼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어 기체의 흔들림이 상하좌우를 가리지 않았다. 그렇게 1분을 '곧 떨어질 듯' 흔들리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조금씩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런 평온은 그다지 오래 가지 않았다. 다시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흔들렸다.

일본인 여승무원 한 명은 기내 천장에 머리를 '쿵' 박더니 앞부분(높다)에서 뒷부분(낮다)으로 미끄럼틀 타듯 쭉 미끄러지기도 했다. 그 상황을 보며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난감해 했던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 기류에 비행기 곳곳이 강한 충격을 받는 것 같은 소리가 나기도 했다. 일부 승객들이 좌석 아래에 놓아둔 몇몇 짐들은 데굴데굴 구르기도 했다. 대규모 테마파크의 '청룡열차' 중 최고난이도를 타는 느낌이었다.

내가 봐도 이건 정말 심각한 수준이었다. 기내는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울음을 터뜨리며 비명을 지르는 사람을 곳곳에서 접할 수 있었다. 두 손을 꼭 붙잡는 노부부와 '하나님 아버지'를 외치며 기도하는 사람들도 여기저기 보였다. 심지어, 격한 흔들림이 있던 기내에서, 유서를 쓰는 것 같은 사람도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날개 부분에서 '쿵' 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비행기가, '쿵' 하는 소리가 들렸던 날개 쪽으로, 급격하게 기울기 시작했다. 순간 비행기는 정적에 휩싸였다. 그제서야 나 또한, '비상탈출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전까지는 '흔히 있는 일이야'라며 친구들을 안심시키고 있었지만, 이제껏 접한 흔들림 중 이토록 장시간에 걸쳐 심하게 흔들린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움직임이 10분쯤 지속됐다.

물론 결과는 무사한 착륙. 그렇지 않았으면 이 글을 쓸 수 없었을 것이다. 기장은 규정('빠른 대처가 필요한 장비 고장 및 관제 교신 등을 먼저 취하는 등 상황부터 타개 후, 기내 승객들에게 방송' 정도의 조종 규정이 있는 것으로 앎)에 맞춰 노련히 사태를 해결했고, 해당 구간을 빠져나간 후로는 '평온하게' 도착한 것이다.

한국어가 서툴지 않은 공항 직원들

(왼쪽 위, 오른쪽 위) 간사이국제공항 주기장 (왼쪽 아래) 간사이국제공항 내 모노레일, 공항 본 건물로 이동할 때 쓰인다 (오른쪽 아래) 입국심사장소로 들어가는 통로로서 이 에스칼레이터를 내려간 뒤로는 사진촬영금지구역이다. 사진촬영의 실수로 앞 사람의 머리가 촬영되었다.
▲ 간사이국제공항 (왼쪽 위, 오른쪽 위) 간사이국제공항 주기장 (왼쪽 아래) 간사이국제공항 내 모노레일, 공항 본 건물로 이동할 때 쓰인다 (오른쪽 아래) 입국심사장소로 들어가는 통로로서 이 에스칼레이터를 내려간 뒤로는 사진촬영금지구역이다. 사진촬영의 실수로 앞 사람의 머리가 촬영되었다.
ⓒ 이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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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인천국제공항이 기존 공항인 김포공항의 수요 포화를 개선하는 것은 물론 아시아의 허브공항으로 자리 잡고자 건설되었다는 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대한민국(남한)에 비해 인구가 3배 정도 많은 일본도 한국과 비슷한 고민을 했다. 국토가 4개의 섬으로 구성된 것은 물론, 올망졸망하지 않고 길게 생긴 관계로 일본은 국내선 항공편도 발달되어 있다.

그렇기에 일본은 1960년대부터 신공항 건설과 관련하여 여러가지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일본의 3대 도시(및 광역권역)인 도쿄·나고야·오사카. 이곳에 있는 기존 하네다공항·나고야공항·이타미공항의 과밀을 개선하는 것은 물론, 각각을 아시아의 허브공항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결국 일본은 나리타공항·주부공항·간사이공항 등 신공항을 건설하였고 현재 세 공항 모두 성공리에 운영중이다.

그 중 고베·오사카·교토 등 일본 제2의 경제권역인 게이한신(京阪神) 권역을 기반으로, 지난 1994년에 개항한 간사이국제공항은 오사카만 한가운데 땅을 매립하여 건설된 공항이다.

영종도와 용유도를 중심으로 현재 영종신도시가 위치해 있는 삼목도·신불도 등을 모두 메우고 연결하여 건설한 인천국제공항과 달리, 간사이국제공항은 1.5조엔이라는 천문학적 투자를 통해 초연약지반을 극복하고 만든 완전한 인공섬에 건설된 공항이다. 다른 친구들과 달리, 토목공학을 전공중이고 교통분야에 관심 있는 나에게는 이 공항만도 상당히 좋은 구경거리였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카메라는 쉴 틈이 없었다.

(왼쪽 위) 입국심사장소 직전의 사진촬영금지 안내문 (왼쪽 아래) 도착 항공편 안내 전광판 (왼쪽 위, 오른쪽 위) 공항 내 안내 표지판
▲ 한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간사이국제공항 (왼쪽 위) 입국심사장소 직전의 사진촬영금지 안내문 (왼쪽 아래) 도착 항공편 안내 전광판 (왼쪽 위, 오른쪽 위) 공항 내 안내 표지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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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사이국제공항이 놀라운 것은, 공항 건물과 기반 토지의 건설이라는 하드웨어적인 측면에도 있지만, 직원과 표지판 등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에도 많았다. 특히 이곳의 세관 직원들은 기본적인 한국어를 할 줄 알았다. 인천국제공항 직원 수준은 아닐지라도 '재일교포 3세인가?' 싶을 정도로 (비록 일본어 억양 때문에 조금 부자연스럽긴 해도) 웬만한 말은 할 줄 알았다. 일본어를 할 줄 모르기에, 1년간의 교환학생 경험이 있는 동옥·소희나 고교시절에 이미 JLPT 1급을 취득한 지혜를 유사시에 부르기도 했지만, 별 필요가 없는 상황이었다. 한국인이 많이 입국한다고 해도 상당히 놀라울 정도였다.

공항 밖 역시 마찬가지였다. 세 언어를 적어 놓은 곳에는 항상 한국어가 포함되어 있었을 정도(네 언어를 적을 때에는 간체자 기준 중국어 포함)로 한국어는 흔했다. 마치 '일본어를 모르는 사람도 큰 불편이 없이 이동할 수 있을' 수준으로 곳곳에 한국어가 눈에 들어왔고, 이는 공항 구석구석 가득했다.

이러한, 간사이국제공항의 '남다른 한글사랑'(?)은, 공항의 영역이 아닌 간사이공항역까지도 이어졌다. 이러한 간사이 지역의 한국어사랑은, 차후 있을 글에서도 더 보여줄 기회가 있을 것이다. 공·사 구분 없이 경쟁적으로 한글을 기재한 것은 물론 일본의 고도인 교토에서도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만다(이는 해당편에서 공개).

공항 구석구석을 찍고 개인적인 기념사진도 남긴 후 우리는 서둘러 간사이국제공항을 나갔다. 도착 당일은 금요일. 적어도 저녁은 오사카 도심에서 즐겨야 하지 않을까?


태그:#간사이, #공항, #일본항공, #인천국제공항, #기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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