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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을 찾은 시민들은 이명박 정부에 한껏 기대를 표했다. 주된 주문은 '경제 활성화'였지만, 비주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달라는 바람도 컸다.

 

취임식 식전행사의 공동사회를 맡았던 개그맨 김학도씨는 "서민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대통령이 되어달라"고 부탁했다. 김씨는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국민들이 많이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특히 이 대통령이 서민경제가 살아나길 바라는 서민들의 기대에 부응해달라"고 말했다.

 

또 김씨는 "이 대통령이 국민 여론을 제대로 수렴하고, 햇볕정책 등 과거정부의 공은 공대로 계승하는 상생의 정치를 해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청소년 목소리도 들어주세요, 언더그라운드 키워주세요"

 

부산 대명여고 3학년생인 문사민(19)씨는 "사회 진출을 앞두고 있는 만큼, 새 대통령께서 약속대로 일자리 창출에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국가청소년위원회의 청소년 참여위원으로도 활동 중인 문씨는 청소년의 여론을 정책에 반영시켜달라는 주문도 빠뜨리지 않았다. 그는 "우리 사회에 청소년의 자리가 크지 않다"며 "정책을 입안하는 과정에서도 청소년의 의견을 무시하지 말고 수렴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취임식에서 국악과 어우러진 공연으로 큰 박수를 받은 비보이팀 '라스트포원' 멤버들은 문화의 다양성을 키워달라는 바람을 전했다.

 

리더 조성국(26)씨는 "예술가들의 열정이 제대로 대접받는 시대가 되길 바란다"며 "예술가들의 활동무대도 더욱 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팀원 이용주(26)씨도 "비보이들 같은 언더그라운드 문화를 후원하는 정책을 기대한다"며 "문화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정책으로 우리나라가 문화강국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디지털 동영상 카메라로 취임식장 스케치를 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단편영화 제작을 준비 중인 김현래(29)씨는 "TV 중계가 아닌 현장에 직접 와 생생한 분위기를 담고 싶었다"며 "새 대통령이 독립영화도 클 수 있는 공간과 정책을 배려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자리 부족, 통제 미숙... 가족행사라더니"

 

이날 국회의사당 마당에는 5만여명의 시민들이 가득 들어차 취임식을 지켜봤다. 취임식 무대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거나 휴대전화 카메라로 행사모습을 담는 등 들뜬 모습이었다.

 

그러나 일부 시민들은 주최 측의 진행 미숙에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날 이 대통령 내외는 의사당의 정문부터 중앙통로로 취임식 연단까지 입장했다. 그러나 행사장 경호를 맡은 경찰 측이 이 대통령 입장 20분 전에야 통로 주변을 통제해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이미 대통령의 입장을 지켜보려는 시민들이 중앙통로 쪽으로 몰린 상태였기 때문이다.

 

노원구에서 온 장정랑(47)씨는 "경찰이 입장시각이 닥쳐서 무조건 '뒤로 빠지라'며 사람들을 밀어붙이니 자칫하면 사고가 날 뻔했다"며 "진작 주변을 통제해 이런 혼란이 없도록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초등학생 자녀들을 데리고 취임식장을 찾았던 부모들은 서둘러 자리를 뜨기도 했다. 전날 제주도에서 올라왔다는 김아무개(42)씨는 "아이들에게 취임식 현장을 보여주기 위해 왔지만 사람들에게 밀려 자칫 다치겠다는 생각에 먼저 일어서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어린이를 동반해도 되는 '가족행사'라더니 아이들을 앉히기는커녕 제대로 서 있을 자리도 없더라"며 혀를 내둘렀다.

 

서서 취임식을 지켜보던 원기복 노원구의회 의원도 "통로 주변 의자에 자리를 잡고 앉아있었는데, 갑자기 경찰이 대통령 출입로라서 경호원들이 앉아야 한다며 일어서도록 했다"며 "처음부터 시민들이 앉지 않도록 안내를 했어야 하지 않았느냐"고 꼬집었다.

 

서서 취임식 지켜본 시민들... 날씨도 궂어

 

준비된 의자가 부족해 서서 취임식을 지켜본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실랑이 끝에 안내원들과 시민들이 얼굴을 붉히는 경우도 있었다.

 

한 안내원은 "오늘 단체 초청인사의 자리 안내를 맡았는데, 자리가 부족해 당황스러웠다"며 "어떻게 좀 해보라고 항의하시는데 우리로서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궂은 날씨도 복병이었다. 전날보다 흐리고 추운 날씨 탓에 취임식이 한창이던 오전 10시 30분께부터 시민들이 행사장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한 시민은 "아버님을 모시고 왔는데 추워서 도저히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며 "결국 끝까지 보는 걸 포기하고 집에 돌아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태그:#대통령취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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