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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의 논쟁이 지상으로 내려와야 한다. 전문가들끼리 정책 영역에서 갑론을박할 문제가 이미 아니라는 얘기다. 학교에서, 직장에서 그리고 동네에서 인류가 수 천 년 동안 일궈온 문명을 현세 인류의 탓으로 허물어야 하는 이 엄중한 문제를 토론할 수 있어야 한다."

백 번 옳은 말이다. 22일 '기후변화,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주제로 열린 지구온난화센터 창립 심포지엄에 토론자로 참석한 오성규 환경정의 사무처장이 토론문을 통해 내놓은 주장이다. 다만 문제는 아직 적지 않은 사람들에게 기후변화가 낯선 '공부'라는 점이다.

김현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김현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 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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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김현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의 '기후변화와 기업의 역할' 토론문 전문을 소개한다.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에서부터 국제사회 대응 과정 그리고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과 현실까지 '기후 변화' 정리가 일목요연하기 때문이다.

우선 눈에 띄는 대목은 '경제'보다도 '식량 안보'문제다. 김 수석연구원은 "전통적으로 기상에 가장 민감한" 곡물은 물론, 해수면 상승으로 '바다식량' 생산 보고들도 피해를 입게 되고, 이로 인해 "국제적 분쟁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한다.

특히 "기후 관련 농업 피해가 가장 클 것으로 예측되는 중국에서는 수 억 명의 난민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도 소개한다.

"경제 및 기업 활동 위축"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 수석연구원은 "기상이변이 빈번해지면 경제적 부담이 커지게 되고, 기업은 품질 유지 등에 애로를 겪게 된다"면서 "에너지 및 재해 관련 재정 지출이 늘어나면 그만큼 생산 부문 투자는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결국 "세계 경제에 막대한 손실을 초래할 것이며, 시간이 갈수록 큰 폭으로 손실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교토의정서'부터 '발리로드맵'에 이르기까지 기후 변화와 관련한 국제 동향 소개가 이어진다.

특히 "세계 각 국이 매년 GDP의 1%를 투자해야만 2050년까지 CO₂농도를 550ppm 수준으로 안정화시킬 수 있다"는 2006년 스턴보고서. 그리고 "특단의 대책이 수립되지 않을 경우 금세기 안에 지구 표면 온도가 섭씨 1.8∼4.0℃ 상승하고 해수면은 최대 59cm까지 높아져 인류에 재앙과도 같은 위기가 닥친다"는 2007년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 4차 보고서가 국제 사회 협상의 일대 분수령이 됐다는 것이 김 수석연구원의 평가다.

이로 인해 "2013년부터 선진국과 개도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가 온실가스 감축에 참여하도록 협상이 진행되게 하는 '발리로드맵'이 채택되게 이르렀고", 당장 "우리나라도 2013년부터는 온실가스 감축이 불가피하게 됐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강 건너 불이려니 했었는데, 이제 발등의 불이 된" 셈이다.

김 수석연구원은 "우리나라의 경우 2005년 온실가스 총배출량은 5억9천만톤, 1990년과 비교했을 때, 98% 가량 증가한 수준이며, 이 중에서 에너지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약 83%인 4억9천만톤 수준으로, 이는 세계에서 10위,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국가 중에서는 6위 수준"으로 수치상으로도 "지구온난화에 대한 책임을 벗어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분석한다. 다음은 김현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의 발표문 전문이다.

최근 지구온난화가 인류에 초래할 파멸적 위기 상황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가 잇따르면서 지구온난화와 이로 인한 기후변화가 세계 경제계의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2006년 세계은행 부총재를 역임한 영국의 경제학자 니콜라스 스턴경이 작성한 '스턴 보고서(Stern Review)'는 세계 각국이 매년 GDP의 1%를 투자해야만 2050년까지 CO₂농도를 550ppm 수준으로 안정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만약 인류가 이를 방치하고 방관할 경우 온난화 대책 비용은 전세계 GDP의 5∼20%에 이르러 세계는 1930년대 대공황에 맞먹는 경제적 파탄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2007년 2월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는 온난화가 지구생태계에 미치는 거대 파장을 경고하는 내용의 4차 보고서를 공표했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현 상태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취해지지 않을 경우 금세기 안에 지구표면온도는 섭씨 1.8∼4.0℃ 상승하고, 해수면은 최대 59cm까지 높아져 폭우, 가뭄, 폭염 등이 빈발하여 인류에 재앙과도 같은 위기가 닥치게 된다.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주제발표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주제발표
ⓒ 최재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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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 생산 타격, 국제 분쟁 야기 가능성 높아
중국에서 수 억 명 난민 발생할 수 있어

지구 온난화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인류가 직면하게 될 위협은 무엇일까. 첫째는 기상 재해 빈발이다. 지구평균기온의 상승은 태풍, 홍수, 가뭄, 혹서 등 기상이변의 빈도를 증가시키고 있다. 역사상 가장 더운 여름의 대부분이 1980년 이후로 기록되고 있으며, 겨울은 따뜻해졌고 홍수와 허리케인 빈도와 강도는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1990년대 기상재해로 인한 세계 전체 경제적 피해 규모는 4,000억 달러 수준으로 1980년대에 비해 무려 7-8배나 증가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이와 같은 현상은 앞으로 직면하게 될 위협에 비하면 매우 약소한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둘째는 농업과 식량생산에의 타격이다. 농업은 전통적으로 기상에 가장 민감한 업종으로 기상이변은 곡물 생산에 피해를 주고 농산물 시장을 교란시키게 된다. 지구온난화에 따라 중위도 지역의 경우 기후대와 농업 경작지가 수 십 년 후에는 150∼550km 북쪽으로 이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강수량 변화와 기온 상승으로 인해 곡물 생산량과 경작 가능한 농작물 종류 등이 영향을 받게 된다. 해수면 상승으로 어장, 양식업, 저지대 농업 등 식량생산의 보고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

곡물 생산량 변화는 식량 수급과 교역에 영향을 미치며 국제적 분쟁을 야기할 가능성도 크다. 전문가들은 특히 중국을 걱정한다. 중국은 기후 관련 농업 피해가 가장 클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데 농업생산의 타격으로 수 억 명의 난민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세계 경제에도 막대한 손실 초래

셋째는 경제 및 기업 활동의 위축이다. 지구온난화가 심화되고 기상 이변이 빈번해지면 경제적 부담이 커지게 되고 기업은 품질 유지 등에 애로를 겪게 된다. 국가 경제 측면에서 보면 에너지 및 재해관련 재정지출이 늘어나 그만큼 생산적인 부문에의 투자가 감소하게 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수요 변동 리스크도 증가한다. 가전, 패션, 식음료 등은 계절 상품이 많아서 기상이변이 생산기획, 재고관리, 판매 등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최근 봄과 가을이 짧아지고 겨울 기온이 올라가면서 봄가을 의류 판매 기간이 줄어들고 겨울 의류는 방한용에서 패션 위주로 변화하게 되었다. 모피, 오리털 파커, 가죽의류 등의 판매가 위축되게 된다.

섬유 등 제조업은 품질 관리가 어려워지고 재해예방 및 대처에 드는 비용이 증가하게 된다. 항공운송, 물류, 관광, 스포츠 등 기상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사업들은 가동률이 낮아지고 활동이 제약을 받게 된다. 이와 같이 지구 온난화로 인한 자연생태계의 변화는 세계 경제에 막대한 손실을 초래할 것이며 이 손실은 시간이 갈수록 큰 폭으로 증가하게 될 것이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주제발표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주제발표
ⓒ 윤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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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 노력, 스턴보고서와 IPCC보고서가 분수령

지구온난화에 따른 지구생태계 재앙의 모습이 구체적으로 다가옴에 따라 이를 방지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온실가스 감축 협상도 본격화되고 있다.

지구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은 1992년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기후협약을 체결함으로써 첫 번째 결실을 맺었다. 하지만 기후변화협약은 전 세계가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 노력하자라는 데 합의한 것으로 구체적으로 누가, 어떻게, 얼마만큼이나 줄일 것인지 구체적인 방안을 정하지는 못했다.

이후 5년 간의 협상 끝에 기후변화협약의 부속의정서인 교토의정서가 1997년 체결되었다. 교토의정서는 온실가스를 누가, 언제부터, 얼마만큼 줄인 것인지를 제시한 것으로 선진국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 동안 199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평균 5.2% 줄이도록 합의하였다. 교토의정서는 2001년 미국의 탈퇴 등으로 좌초 위기에 처하다가 2005년에 극적으로 발효되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국제적 합의가 어려운 것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크고 개별 국가별로 첨예한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측면이 있다. 또한 지구온난화의 과학적 측면에 대한 명확한 결론이 유보된 측면, 누가 부담을 할 것인가를 두고 다 같이 부담해야 한다는 선진국과 역사적 누적적 책임을 강조하는 개도국 간의 갈등으로 인해 상당히 더디게 진행이 되어 왔다.

이와 같은 와중에 분수령이 된 것은 2006년 말의 스턴 보고서나 2007년초의 IPCC보고서 등을 통해서 지구온난화가 '천재(天災)'가 아닌 '인재(人災)'라는 측면과 빨리 대처하지 않으면 향후 막대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불가피하다는 경고가 제시되면서 2007년 말 기후변화협약 13차 당사국 회의에서 이제 2013년부터는 선진국과 개도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가 온실가스 감축에 참여하도록 협상이 진행되게 하는 '발리로드맵'이 채택되게 이르렀다.

발리로드맵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
2013년부터 감축 불가피, 비용 49억 달러 예상

발리로드맵은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주고 있다. 첫째는 2013년부터는 우리나라도 온실가스 감축이 불가피하게 되었다라는 점이다. 이제까지 EU나 일본이 온실가스를 줄인다, 배출권 시장이 출범했다, 아무리 외신에서 보도가 돼도 남의 집이거니, 강 건너 불이려니 했었는데, 이제 발등의 불이 되게 되었다.

둘째, 이제 올해부터 당장 2009년까지 2012년 이후에 누가,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줄일 것인가에 대한 치열한 협상이 벌어지게 될 텐데, 이 협상에서 우리가 어느 정도의 감축 의무를 받게 될 것인가가 매우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셋째, 온실가스를 줄이게 되면 국내 경제는 어떤 영향을 받게 될 것인가. 당연히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는 대규모의 비용이 발생하게 되고 국내 총생산이 감소되는 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아직 어떤 기준으로 감축의무를 받게 될지 정해진 바가 없기 때문에 정확한 시산은 어렵지만, 예를 들어 2차 의무 감축기간 중에 1995년 대비 5%의 온실가스 감축의무가 부여될 경우에 약 49억달러(약 4조6천억원)의 감축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넷째, 반면에 온실가스 감축이 가져올 긍정적인 측면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스턴보고서에 의하면 지구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가 GDP의 1%를 관련 분야에 투자해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는데, 이 정도 규모의 투자가 전 세계적으로 이뤄질 경우 거대 시장이 태동하게 된다. 따라서 우리에게도 새로 부상하는 시장에서 어떻게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고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할 것인가에 따라서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을 새로이 가늠할 수 있게 된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주제발표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주제발표
ⓒ 윤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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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 효과도 기대,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
2006년 유럽 배출권 시장은 350억 달러 규모

세계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본격화될 경우, 첫째, 석유, 석탄, 천연가스 등 화석 연료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에너지 시스템에 근본적인 변화가 발생하게 될 것이다. 각국 정부는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신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을 확대시키는 방안을 논의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며, 기존의 화석 연료를 깨끗한 연료로 탈바꿈시키는 '청정석탄'등의 기술 개발이 급속히 확대될 것이다.

둘째, 각국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될 경우 가장 무거운 짐을 지게 될 기업의 비즈니스 환경에도 기존의 상식을 깨는 변화가 발생하게 된다. 이미 유럽에서는 이산화탄소 배출권이 일종의 원자재로 등장하면서 기업에 새로운 비용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업은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자체적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하거나 배출권 시장에서 온실가스 배출권을 구입하거나 또는 CDM(청정개발체제)사업 등을 통해 배출권을 획득하는 전략을 강구해야 한다.

2006년 유럽의 배출권 시장은 2005년 대비 2.5배 성장한 350억 달러 규모에 이르렀다. 향후 미국, 중국 등이 온실가스 감축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게 될 경우 배출권 시장 규모는 현재의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거대규모로 확대될 것이 자명하다.

우리나라 누적 배출량 순위 세계 23위
정부는 인프라 구축, 기업은 적극 대응해야

우리나라의 경우 2005년 온실가스 총배출량은 5억9천만톤, 1990년과 비교했을 때, 98% 가량 증가한 수준이다. 이 중에서 에너지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약 83%인 4억9천만톤 수준이다. 이는 세계에서 10위,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국가 중에서는 6위 수준이다. 배출량 증가율에 있어서는 OECD 국가 중 1위로 가장 빠른 속도로 온실가스 배출이 증가하고 있으며, 누적 배출량 순위를 보더라도 세계 23위로 지구온난화에 대한 책임을 벗어나기는 어려운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제 기업은 ▲에너지 경영의 적극적인 도입 ▲구체적인 온실가스 감축전략의 수립 ▲산업별로 차별화된 전략의 실행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로의 활용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에 대비하여야 한다. 또한 정부는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을 촉진하기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선제적 대응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김현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태그:#온난화, #발리, #스턴, #IPCC, #기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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