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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명이 생겼다. '김 대리'. 함께 간 CGV 김일진 과장님과 상황 설정 놀이를 하다 얻은 애칭(?)이다. 한지관광 이창성 대리님과 성(性)이 같아, 가장 흔한 성씨 중 하나인 '김'씨로 결정됐다. 한두 사람씩 장난스럽게 부르기 시작한 게, 시나브로 빼도 박도 못하게 굳어졌다. 이날부터 난, 그렇게 '김 대리'가 됐다.

다른 대원 몇에게도 별명이 붙여졌다. 얼굴 생김이 닮았다(?) 해서 '타블로', '강동원', '유노윤호'란 호칭이 붙었다. 그렇다고 눈에 쌍심지 켜고 원정대 인물 검색은 말아라. 지독한 원정대 안티가 될 수 있다. 이밖에 인솔자를 대표하는 '반장'도 있다. 이름은 꽤 있어 보이지만, 하는 일은 사람 수 세는 일이라 알고 보면 사정이 딱하다.

다시 원정대 얘기를 계속해보자. 10분여 뒤, 일행을 태운 버스는 고속도로에 접어들었다. 그 유명한 '아우토반'이다. 남자라면 멋진 스포츠카를 몰고 이곳을 시속 250km가 넘는 속도로 쌩쌩 달려보는 것을 꿈꾼다. 이른바 '남자의 로망'이다. 여기서 잠깐. 많은 사람들이 잘못알고 있는 사실이 있다. 보통 '아우토반'은 속도 제한 없이 '쌩쌩' 달릴 수 있는 특정 도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두 가지가 잘못됐다.

프랑크푸르트에서 하이델베르크로 향하는 고속도로(아우토반)에서 승용차들이 질주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하이델베르크로 향하는 고속도로(아우토반)에서 승용차들이 질주하고 있다.
ⓒ 이승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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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아우토반'에도 속도 제한은 있다. 버스는 시속 100km, 화물차는 80km 이하로 달려야 한다. 다만 승용차만 속도 제한이 없을 뿐이다. 승용차는 또 위로는 제한이 없지만, 아래는 존재한다. 승용차인데 시속 100km 속도를 낼 수 없다면, 고속도로를 탈 수 없다. 만약 그런 차가 아우토반에 들어오면, 경찰차가 출동해 밖으로 끌어낸다. 좋은 차가 아니면 고속도로도 탈 수 없는 것이다. 독일이 벤츠, 아우디 등 이른바 고급 명차로 유명한 것도 다 이유가 있다.

하이델베르크 고성을 돌아보는 원정대의 모습
 하이델베르크 고성을 돌아보는 원정대의 모습
ⓒ 이승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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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아우토반'은 특정 구간이 아니다. 용어 자체가 독일 말로 '고속도로'라는 뜻이다. 모든 고속도로 구간이 '아우토반'인 것이다. 즉 고속도로에만 들어서면, 차 성능, 운전 실력 등이 허락하는 만큼 속도를 낼 수 있다.

약 1시간 뒤, 버스는 '하이델베르크'에 도착했다. 점심 전까지 옛 성터를 둘러보고, 오후엔 다시 프랑크푸르트로 돌아와 시청사, 괴테하우스, 뢰모 광장 등을 둘러봤다. 원정대 취재 열기는 뜨거웠다.

새로운 곳에 도착만 했다하면, 무조건 카메라를 들이댔다. 세월이 묻어나는 옛 건물부터 가슴 확 트이게 하는 시원스런 풍경까지. 밤새 글을 쓰느라 잠도 못 잤을 텐데, 피곤함은 어느새 다 잊은 듯 보였다.

오후 5시 50분쯤, 베를린 행 기차를 타기 위해 중앙역에 도착했다. 쉰여덟 번째 국제영화제가 열리는 베를린까지 시간은 약 3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저녁 먹을 시간이 애매해, 플랫폼 한쪽 구석에서 도시락을 먹었다.

메뉴는 '김밥'. 베를린 현지에서 만든 '베를린 표 도시락'이었다. 단무지, 계란말이, 시금치 등, 의외로 김밥 안엔 웬만한 건 다 들었다. 단지 하루 밖에 안 지났을 뿐인데, 쌀밥을 씹으니 어찌나 반갑던지. 정말, 어쩔 수 없는 대한민국 촌놈이다.

이날 밤 9시 50분. 드디어 '베를린 중앙역'에 도착했다. 새로운 현지 가이드(김경흡)가 플랫폼에서 원정대를 반겼다. 막 강의를 끝나고 온 교수님 같은 반듯한 이미지였다. 역사의 으리으리한 크기엔 탄성이 절로 나왔다. 이 역은 지난 2006년 독일월드컵 당시 지어졌다. 건설비만 우리 돈으로 1조5천억 원이 넘게 든 것으로 알려졌다.

원정대는 재빨리 역을 빠져나와 근처에 있는 버스에 올랐다. 10여분 뒤, 숙소인 '박 인'(park inn)에 도착했다. 처음 호텔 이름을 보는 순간, 머리 속에 우리의 '거성'(巨星) '박명수'가 떠오른 이유는 뭘까. 괜히 "박씨네 여관 아니야"라고 했다가 "싼티난다"는 비난만 들었다.

열악한 인터넷 사정은 이곳도 비슷했다. 방마다 쓸 수 있는 유선 인터넷은 고작 1개에 불과했다. 특히 이용 요금이 어마어마하다. '박씨네 여관'에선 2시간 인터넷 사용에 3유로(euro)를 내야한다. 유로 당 1400원으로 계산하면, 무려 4200원이다. 게다가 아무리 적게 써도, 기본은 2시간이다.

4시간은 8유로(1만1200원), 24시간(하루 종일) 쓰려면 무려 20유로(3만3600원)를 내야 한다. 이거, 보통 한국서 한 달마다 내는 인터넷 통신 요금과 견줄 정도로 비싸다. 그나마 속도는 국내와 엇비슷한 수준이다. 사진 한 장 올리는데 불과 2~3초 밖에 안 걸린다.

드디어 내일, 고대하던 베를린 국제영화제 레드카펫(red carpet)을 직접 볼 수 있다. 현장에 설 예정이다. "꺄울~"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렌다.

베를린에 위치한 박인(Park inn)의 저녁 모습.
 베를린에 위치한 박인(Park inn)의 저녁 모습.
ⓒ 이승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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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베를린영화제원정대'는 지난 12일 독일로 출국, 다음 블로그를 통해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베를린 영화제의 다양한 소식을 전하고 있다. 원정대는 다음(daum)과 CGV, 한진관광이 공동으로 후원한다.

이기사는 블로그(http://blog.daum.net/erowa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여기는 베를린, #베를린영화제원정대, #팍인, #국제영화제, #아우토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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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이 있어도 말을 못하는 내가 밉습니다. 화가 나도 속으로만 삭여야 하는 내가 너무나 바보 같습니다. 돈이, 백이, 직장이 뭔데, 사람을 이리 비참하게 만드는 지 정말 화가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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