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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능력 향상이 먼저일까, 직무 능력 재교육이 우선일까. 최근 대기업들 사이에서는 영어 재교육 열풍이 불고 있는 모양이다. 영어 능력을 승진에 반영하는 경우가 크게 늘어났고, '영어 생활화' 일환으로 회의를 아예 영어로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똑같은 질문을 규모가 작은 기업들에게 던진다면 어떨까. 아무래도 직무 능력 재교육의 필요성이 피부에 먼저 와 닿을 공산이 크다. 지난 1월 중소기업중앙회가 252개 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중소제조업 인력채용 현황조사'결과만 봐도 어느 정도 추론이 가능하다.

 

응답업체의 83.8%가 인력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는데, 가장 많은 이유로 '적임자 없다'가 꼽혔다. 이는 바꿔말하면 '사람 투자'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중소기업들로서는 신규 채용보다는 오히려 현재 있는 직원들의 재교육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쪽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문제는 현실이다. 현재 중소기업 근로자의 재교육율은 7.7%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무리 "나중에 환급을 받더라도" 당장 교육비 얼마도 아껴야 하는 기업이 있을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교육으로 인한 업무 공백이다. "당장 한 사람이 빠지면 생산라인 가동이 중단될 정도의 소규모 기업들이 적지 않은" 것 또한 현실이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의 진해강 학습미디어센터장(54)의 말이다. 현재 공단에서는 중소기업 및 재직근로자를 대상으로 직무 중심의 e-러닝을 실시하고 있다.

 

물론 국가 주관사업인 만큼 무료다. 또한 공간적 제약도 없으니 '구멍'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진 센터장이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들일수록 e-러닝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기본 근거다.

 

일방 통행식 교육이 아니라는 것도 진 센터장이 특히 강조한 말이다. "1년 단위로 어떤 교육이 필요한지 업체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교육 과정을 개설하고 있을 뿐 아니라, 어떤 기업의 학습희망 근로자수가 일정 인원 이상이 되면, 해당 기업이 필요로 하는 교육 과정 역시 신설토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진 센터장은 이런 교육 특성으로 인하여 "일반적으로 학력이 높고 기업 규모가 클수록 교육 효과가 높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오히려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훈련 성과 및 지식 경영 성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특히 "50인에서 100인 정도 규모 기업이라면 굉장히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12일 한국산업인력공단 사무실에서 진 센터장을 만나 이제까지의 교육 효과와 원격대학과의 교류 등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

 

한국산업인력공단 e-러닝은 무엇?

4개 과정 모두 무료, 교육컨텐츠는 자유롭게 열람 가능

 

2003년부터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실시하고 있는 중소기업 및 재직근로자를 위한 e-러닝은 현재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우선 자율학습과정은 말 그대로 정해진 기간 없이 연중 어느 때라도 자유롭게 교육받는 것이다. 학습 자료는 공단 학습미디어센터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데 누구나 열람이 가능하다. 다만 운영 강사나 평가가 없어 별도의 수료증은 발급되지 않는다.

 

이와 달리 학습지원과정은 일정 기간에 정해진 강사에 의해 강의는 물론 과제 제출이나 평가 등이 모두 이뤄진다. 온라인을 통해 수료증도 발급된다. 기업학습지원 과정은 학습지원과정이 기업 단위로 특화된 교육 형태다. 학습희망근로자수가 50인 이상인 경우는 별도 요청이 가능하다.

 

끝으로 블랜디드 러닝과정은 e-러닝을 통한 온라인 학습과 오프라인 실습이 결합한 형태. 다만 신청 자격은 학습지원과정이나 기업학습지원 과정 등 인터넷상에서 해당 과정을 수료하거나 학습 진행중인 사람으로 제한하고 있다.

 

교육 내용은 크게 회계관리 등의 경영 일반, 금융, 리더십 등 사무 교육과 기계, 전기, 전산 등 기술 중심의 전문 직무 교육으로 나뉘어진다. 현재 사무교육 34개 과정과 전문직무 64개 과정에 대한 컨텐츠를 확보하고 있으며, 이제까지 교육인원은 1만2300명 정도다.

 

보통 교육 기간은 1개월 정도, 물론 모두 무료로 이뤄진다. 자세한 내용은 공단 학습미디어센터 사이트(www.hrdm.or.kr)를 참조하면 안내 받을 수 있다.

 

- 학습미디어센터 홈페이지를 보니까 강의 VOD에 대한 접근이 자유롭더라. 현재 공단에서 실시하는 e-러닝의 각 과정을 간단히 설명해달라.

"크게 네 가지다. 우선 학습지원과정이다. 온라인을 통해 강사 지원은 물론 질의 응답과 평가까지 모두 이뤄진다. 기업학습지원은 다른 회사와 관계없이 단독으로 특화 교육이 가능한 과정이다. 일정 규모 이상 기업에게 유용하다. 블랜디드 러닝 과정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교육이 결합한 형태다. 끝으로 자율학습과정, 현재 홈페이지에 있는 모든 컨텐츠는 누구든 자유롭게 볼 수 있다. 간단한 신청 절차를 마치면 자율학습이 가능하다. 다만 평가나 수료증 발급이 이뤄지진 않는다."

 

- 자율학습과정 외 다른 교육들의 경우, 평가는 주로 어떻게 이뤄지나?

"과제도 내고 시험도 출제한다. 객관식도 있고 주관식도 있다. 일정 시간 수료하고, 일정 점수 이상을 받으면 수료증도 발급된다."

 

- 일반적인 교육 과정과 가장 큰 차이점은?

"물론 모두 무료라는 것이다. 나중에 환급 받기는 하지만, 모두 돈을 내야 교육을 받을 수 있지 않나. 큰 기업들에게야 별 어려움이 없는 문제지만, 규모가 작은 기업들의 경우는 당장 교육 참여 자체가 어렵다. 그래서 이런 취약 계층 기업들에게 혜택을 주자는 차원에서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 현재 중소기업들이 원하는 재교육을 어떻게 파악하고 있나?

"재직 근로자의 평생교육을 통한 업그레이드의 필요성을 많이 느끼고들 있다. 문제는 현실적 여건이다. 당장 한 사람이 빠지면 생산라인 가동이 중단될 정도의 소규모 기업들이 적지 않다. 그래서 시간·공간적 제약이 없는 e-러닝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비록 오프라인(교육)보다 효과는 다소 적을 수도 있겠지만, 필요한 만큼의 효과는 창출할 수 있다고 본다. 보다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 중소기업들이 e-러닝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교육 효과는 무엇인가?

"e-러닝 교육을 받은 업체들을 대상으로 교육 효과를 묻는 설문조사를 작년에 실시했다. 지식 창출이 됐느냐는 질문에 63.1%가, 지식 공유 효과를 묻는 질문에는 49.3%가 효과가 있었다고 각각 답했다. 그 정도면 현재 중소기업 여건에서 높은 효과가 나타났다고 평가한다."

 

- 지식 창출이나 지식 공유, 다소 추상적인 것 같다. 언뜻 생각하기에 지식 창출은 업무 제안 등의 형태로, 지식 공유는 미팅 형식을 통한 교육 결과 공유로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결과들이 구체적인 성과로 나타난 사례가 있나.

"작년 YTN을 통해서도 보도된 바 있는 (주)비나텍이 좋은 사례다. 산업용 첨단 배터리를 만드는 회사인데, e-러닝 교육을 마치고 돌아온 직원들이 자체적으로 학습을 실시하고 아이디어도 내서 제품 생산성과 품질이 크게 향상됐다고 한다."

 

- 작년에 공단은 'e-러닝 효과분석'을 통해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그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그렇게 나타난 이유는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학력이 높고 기업 규모가 클수록 교육 효과가 높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것이 대기업이나 규모가 큰 중소기업은 분업화가 잘 이뤄져 있다. 그만큼 자신이 맡고 있는 업무에 대한 전문성이 높다. 하지만 소규모 기업 경우는 '1인 다역'을 한다. 혼자 여러 업무를 하다보니, 그만큼 교육이 필요한 영역이 상대적으로 넓다. 그런 교육 수요가 e-러닝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채울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 e-러닝으로 큰 교육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최적의 중소기업 규모는?

"50인에서 100인 정도 규모 기업이 e-러닝을 통해 굉장히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또 그 정도 규모 기업이면 하나의 기업 집단으로 묶어 교육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보통 30명 씩 한 과정을 개설하기 때문에, 그 인원이 되려면 여러 기업이 묶여야 한다. 그런데 50인에서 100인 정도 규모 기업이 과정 개설 요청을 하면 바로 별도의 지원이 이뤄진다. 그 기업이 필요로 하는 교육 과정을 신설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직군별로는 주로 어떤 교육이 실시되는가.

"2005년부터 산업 기반 기술 분야에 치중하고 있다. 기계, 전기, 전자 등 부문에 걸쳐 기계를 다루는 기술 등을 교육한다. 일반적으로 학원 가서 배울 기술을 e-러닝을 통해 배운다고 생각하면 된다."

 

- 일종의 FM을 가르친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교육 수요가 높을까? 여러 현실 여건상, 꼭 필요한 내용 이상의 기술 교육을 원하는 회사는 많지 않을 것 같은데?

"일방적으로 강좌를 개설하는 것은 아니다. 꼭 필요한 교육이 무엇인지, 사전에 설문조사를 실시한다. 어떤 교육 과정이 만들어져야 현장에 쓸 수 있겠는가 등을 묻는다. 그 기초조사 결과를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분석한다. 그렇게 해서 기본 방향을 설정하고 컨텐츠를 제작한다."

 

- 설문조사 실시 시기는 언제인가?

"1년 단위로 이뤄진다. 그러니까 매년 반복된다. 매년 20여개 컨텐츠를 개발하고, 기존 개설 강좌라 해도 업그레이드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특히 기술 분야에서는 이미 지나간 과거의 묵은 지식은 교육에 큰 의미가 없으니까."

 

- 그래도 교육을 실시하는 입장에서 아쉬움은 있을 것 같다.

"사실 많다. 무엇보다 일단 공짜라고 하면 많이 온다. 그만큼 중도하차도 많다. 수료율이 생각보다 높지 않다. 제일 아쉬운 부분이다."

 

- 현재 수료율은 어느 정도인가?

"일반적인 교육의 경우 보통 80% 이상 정도가 나오는 것으로 안다. 우리는 70%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 숫자가 절대적인 판단 기준은 될 수 없겠지만, 상대적으로 저평가 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을 듯 하다. 혹시 민간 부문보다 컨텐츠 질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은 아닌가?

"물론 차이는 있다. 하지만 그것은 화려함과 소박함의 차이일 뿐이다. 표현 기법이 민간의 그것보다 다소 둔탁할 수는 있다. 그렇다고 교육 자체의 질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 비록 무료교육이라 하더라도 어떤 특전이 주어지면, 수료율이 보다 높아지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원격대학들이 많다. 사이버대학도 있고 방송통신대학교도 있다. 혹시 이런 대학들과의 교류 협력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나.

"교육부와 노동부의 교육 방향이 다르지 않겠나. 일단 조심스럽게 접근할 문제다. 현재 기술 분야의 교육 컨텐츠가 거의 없다. 그런 만큼, 기술 교육 컨텐츠를 개발하고 교육하면서 한편으로 이와 같은 컨텐츠를 보급하는데 주력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물론 원격대학들과의 교류 협력 문제에 있어 문을 닫아놓겠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당분간 시간이 필요한 문제라고 본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어디든 항상 나오는 얘기겠지만, 물론 예산이 더 많이 확보됐으면 좋겠다. 매년 교육 참가자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데, 보다 많은 교육 과정을 개설하고 싶어도 그렇게 하지 못하는 점이 안타깝다. 또한 실제 기술 교육을 필요로 하는 중소기업들이 적지 않다. 그들에게 이와 같은 교육 지원이 있고, 필요한 만큼 찾아갈 수 있다는 것이 보다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


태그:#E러닝, #중소기업, #인력공단, #진해강, #재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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