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인도 시크교도의 성지 암리차르의 황금사원의 야경
 인도 시크교도의 성지 암리차르의 황금사원의 야경
ⓒ 서종규

관련사진보기


달빛 받아 더욱 빛나는 황금사원

솟아오르는 보름달빛을 받은 황금사원은 더욱 빛난다. 켜져 있는 불빛과 하나 되어 잔잔한 연못 속에 그대로 투영된다. 장관을 이루는 황금사원의 야경에 감전되어 내 자신은 그 자리에 그대로 멈추어 버렸다. 한참 후에 카메라를 들이대 사진을 찍었지만 사진 속의 표현보다 훨씬 화려한 황금사원의 야경은 꿈의 궁전이다.

과연 영국 BBC방송이 선정한 죽기 전에 가 보아야 할 50곳 중 6위에 해당할 만하다. 그들이 기념하는 날에는 전체 조명에 붉을 밝혀 더 화려하다고 하지만, 우리들의 눈에 들어오는 그 불빛만으로도 이미 화려함의 극치를 드러낸다.

그 아름다움은 400kg의 황금으로 덮은 황금돔과 사원 전체의 모습이 불빛에 빛나며, 하늘의 달빛을 받아 은은하게 흔들리는 연못의 모습이다. 연목은 사각형의 대리석으로 한 면의 길이가 약 100여m 정도 되는 것 같았다. 그 한가운데 황금사원이 있고, 그 주변에 맑은 물이 가득하다.

인도 시크교도의 성지 암리차르의 황금사원에 참배하려고 들어가는 사람들
 인도 시크교도의 성지 암리차르의 황금사원에 참배하려고 들어가는 사람들
ⓒ 서종규

관련사진보기


인도 시크교도의 성지 암리차르의 황금사원
 인도 시크교도의 성지 암리차르의 황금사원
ⓒ 서종규

관련사진보기


힌두교와 이슬람교의 정점을 통합한 시크교

1월 25일(금), 10시를 조금 넘겨 찾은 황금사원은 시크교의 성서인 그랜드 사히브(Grand Sahib - 구루들이 남긴 말과 힌두와 회교의 경전에서 뽑은 어귀들의 모음)를 운반하는 의식을 행하고 있었다. 붉은 양탄자를 깔고 그 큰 관에 넣은 성전을 연못 중앙에 있는 황금사원에서 보관 장소로 옮기는 것이다. 인도 특유의 악기 소리와 찬양하는 노래가 울려 퍼지며 많은 사람들이 그 뒤를 따르고 있었다.

이 황금사원은 시크교의 총본산으로 1577년 시크교의 제4대 교주 람다스에 의하여 불멸의 꿀이 흐르는 연못이라는 성천 암리타사라스에 건설하였다. 오늘날과 같이 순금을 입힌 지붕과 대리석들로 이루어진 것은 1802년 마하라자 란짓 싱에 의해서였다. 이때부터 황금사원이라는 애칭으로 불려졌다.

이 황금사원이 있는 도시 ‘암리차르’는 인구 약 80만 명 정도로 파키스탄과의 국경에서 약 30km 떨어진 지점에 있는 교통, 군사상의 요지이다. 이곳은 펀자브 평원의 관개수로 시설이 잘된 곡창지대이다. 또 모직물, 면직물, 견직물 공업이 활발하여 섬유 도매상이 많은 상업 중심지이다. 1919년 간디 지지파의 군중들이 영국군에 의해 학살된 곳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시크교는 인도 인구 11억 명 중 2% 정도로 인도 서북부 펀자브 지역을 중심으로 전 세계에 약 8천만 명 정도의 교인을 두고 있는 종교이다. 시크의 뜻은 '제자'이고, 우두머리는 구루로 '지도자' '스승'을 가리킨다. 구루는 죽어서도 구루로 환생하며 대대로 이어진다.

교조인 초대 구루 나나크는 1469년 펀자브의 힌두교 집안에서 태어났다. 나나크는 인도 전역을 돌며 "힌도교도, 이슬람도 없다"고 설파하며 두 종교의 장점을 통합했으며 힌두교의 단점인 카스트제도, 여성차별 등을 철폐할 것을 주장했다. 그래서 암리차르에는 카스트제도의 신분 차별이 없다.

시크교도에게는 다섯 가지 계율이 있는데, 첫째는 머리카락을 자르지 말 것(그래서 시크교도들은 터번을 쓴다), 둘째 가난한 이와 수입을 나눌 것, 셋째 오른손 손목에 쇠로 만든 팔찌를 찰 것, 넷째 짧은 바지를 입을 것, 다섯째 반드시 단도를 몸에 지닐 것이다.

인도 인구 중에서 소수의 시크교도들이지만 그들은 인도사회의 중심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곡창지대인 펀자브 지역이어서 그런지 정치, 경제, 학계에서 중심을 이루고 있는 사람들이 많고, 인도의 수상을 비롯하여 특히 군인 등 요직에 속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핍박에 저항하기 위해 전사조직화되면서 호전성이 대단히 강하다.

인도 시크교도의 성지 암리차르의 황금사원 내부
 인도 시크교도의 성지 암리차르의 황금사원 내부
ⓒ 서종규

관련사진보기



인도 시크교도의 성지 암리차르의 황금사원 천정과 샹데리어
 인도 시크교도의 성지 암리차르의 황금사원 천정과 샹데리어
ⓒ 서종규

관련사진보기


발을 씻지 않으면 들어가지 못해

26일(토) 오전에 다시 황금사원으로 갔다. 이 황금사원에 들어가려면 신발을 벗어야 한다. 신발을 무료로 보관하여 주는 곳이 두 곳이 있다. 신발과 양말을 보관소에 보관하고 맨발로 들어가야 한다. 들어가는 입구에 발을 씻는 곳이 있는데, 이곳에는 경비원이 있어서 발을 씻지 않은 사람들은 들여보내지 않는다.

이 황금사원은 관광지가 아니라 시크교 종교의 총본산이다. 그래서 외국인 관광객들은 다른 도시에 비하여 그리 많지 않다. 참배객들의 철저한 종교정신이 돋보인다. 입구의 대문을 들어오는 순간부터 땅에 큰절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니면 문지방에 손을 대었다가 이마에 대는 의식을 갖는다.

그들은 황금사원으로 들어와서 사원이나 구루의 초상을 향하여 큰절을 한다. 그리고 옷을 벗고 연못에 들어가 몸을 씻는다. 황금사원으로 들어가는 길목엔 참배하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황금사원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찬양하는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이 항상 노래를 부르고, 그것을 들으며 참배하는 사람들이 그 앞에 앉아 있다.

황금사원으로 들어가는 길엔 사람들이 많아서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들어가야 한다. 사원 안에는 그들의 성서가 모셔져 있고, 그곳에는 노래하는 사람과 참배하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2층과 3층까지 사람들이 가득 차서 그들의 성서를 읽고 있다.

3층 돔이 보이는 곳으로 올라가 보았다. 황금빛 돔은 번쩍번쩍 빛나고 있었다. 곳곳에 청소하며 봉사하는 사람들의 손길이 많기 때문에 어느 곳이든 항상 깨끗한데 황금돔도 아주 깨끗하다. 황금사원 안에서 그곳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하면 참배객 누구나 사진을 찍지 말라고 당부한다.

인도 시크교도의 성지 암리차르의 황금사원에서 노래하는 사람들
 인도 시크교도의 성지 암리차르의 황금사원에서 노래하는 사람들
ⓒ 서종규

관련사진보기



인도 시크교도의 성지 암리차르의 황금사원의 황금돔
 인도 시크교도의 성지 암리차르의 황금사원의 황금돔
ⓒ 서종규

관련사진보기


식사도 숙소도 무료

그곳은 관광지가 아니었다. 절대 신앙이 살아 있는 곳이다. 그들이 숭배하는 구루들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치는 성지인 것이다. 그러한 절대 신앙 덕분에 2%밖에 되지 않은 인구로 인도 사회의 중심이 된 것이다.

연못 가운데 황금 사원을 중심으로 빙 둘러서 사각형의 부속 건물들이 지어져 있다. 이곳은 식당인 구루 카 랑가를 비롯하여 박물관과 도서관 그리고 순례지 숙소가 사각형으로 연결되어 있다.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그들의 계율에 따라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숙소를 무료로 제공받을 수 있다. 부속건물의 숙소에서는 커다란 공간에 그냥 누워서 자지만, 사원 옆에 지어진 별도의 숙소는 방으로 구별이 되어 있다. 참배객들은 누구나 이곳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식당도 부속건물에 같이 붙어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식판을 들고 식당에 들어가 앉아 있으면 식당에서 봉사하는 사람들이 와서 음식을 나누어 준다. 식사하거나, 봉사하거나, 식판을 씻어서 다시 제자리로 가져다 놓거나 하는 장면들이 질서 정연하다.

사원 내에 있는 네스카페의 커피도 다른 곳에 비하여 엄청나게 싸다. 인도 다른 곳의 커피 한 잔은 보통 20-80루피까지 하는데, 이곳에서는 5루피(한화 약 125원 정도)다. 콜라나 다른 음료를 파는 곳도 아주 저렴하다.

인도 시크교도의 성지 암리차르의 황금사원 참배객들에게 제공하는 무료식사
 인도 시크교도의 성지 암리차르의 황금사원 참배객들에게 제공하는 무료식사
ⓒ 서종규

관련사진보기


인도 시크교도의 성지 암리차르의 황금사원을 참배하는 사람들의 숙소
 인도 시크교도의 성지 암리차르의 황금사원을 참배하는 사람들의 숙소
ⓒ 서종규

관련사진보기


암리차르의 시크교도는 인도인들에 대한 다른 인식을 갖게 해준다. 그들을 터번을 썼지만 잘 생겼고, 키가 큰 사람들이 많다. 깨끗하고 거리에 구걸하는 사람들도 보기 힘들다. 만났던 많은 사람들이 친절하고, 나눌 줄 안다. 이 나눔 정신과 성실함, 그리고 도전 정신으로 전 세계에 명성과 부를 축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전 세계에 인도의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화려함의 극치라고 할 수 있는 황금사원을 바라보면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무료 식사나 숙소 등 그들의 나눔의 정신을 생각하면서 숙연해진다. 그들의 절대 신앙과 사원에서 봉사하는 진정성이 돋보인다. 인도여행에서 그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이 내 안의 신앙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인도 시크교도의 성지 암리차르의 황금사원의 달빛
 인도 시크교도의 성지 암리차르의 황금사원의 달빛
ⓒ 서종규

관련사진보기



태그:#황금사원, #인도, #시크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다름을 서로 공유하는 것입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