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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첫 현장 취재!

 

대학생 인턴기자로 활동한 지 2주째인 지난달 31일. 드디어 첫 ‘지령’이 떨어졌다. 그 지령이란 바로 ‘현장 취재’를 의미하는 것. 그동안 과제 삼아 기사라는 걸 써봤지만 노트북과 수첩, 펜으로 무장하고 현장으로 출동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취재장소는 서울대. 오후 1시부터 이곳에서 ‘긴급진단: 한반도 대운하,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의 토론회가 열릴 거라고 한다. 초짜 기자들을 지휘할 사령관은 바로 김아무개 사회부장님. 첫 대면에 순댓국밥까지 얻어먹고 든든한 마음으로 서울대로 향했다.

 

지하철 두 번, 택시 한 번을 타고 도착한 ‘서울대 법대 100주년 기념 대강당’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이날 발제를 맡은 교수들을 비롯해 기자, 학생, 시민사회단체 인사 등 이날 참석한 사람들은 어림잡아도 300명 이상은 되는 것 같았다.

 

“사람이 희망이다. 대운하는 미친 짓이다.”

 

강당에 들어서기 전, 한 단체에서 걸어 놓은 현수막이 내 눈길을 잡아끌었다. 취재 연습도 할 겸, 수첩 하나하나에 내용을 받아 적었다. ‘사람이 희망’이라는 글귀가 유난히도 마음속에 와 닿았다.

 

나만의 인터뷰 요령? ‘최대한 상냥하게, 최대한 부드럽게’

 

쭈뼛거리며 강당 안으로 들어선 나는 부장님을 따라 좌석 맨 뒤편에 자리를 잡았다. 노트북을 설치한 후, 현장 취재의 첫 단계인 인터뷰에 돌입했다.

 

보통 인터뷰라고 하면 한정된 취재원이 정해져 있기 마련이지만 이날은 토론회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취재원이었다.

 

난생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다가가 말을 걸어야 한다니! 괜스레 쑥스럽다.

 

‘최대한 상냥하게, 최대한 부드럽게’. 취재원을 찾아 기웃거리며 나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외쳤다. 내 전략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취재원의 긴장을 완화시키는 것. 하지만 취재원보다 오히려 내가 더 긴장하는 것 같았다.

 

다시금 목소리를 가다듬고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청년에게 다가가 준비한 질문을 던졌다. 1~2분 안에 짧게 이뤄진 인터뷰였지만 별 차질 없이 마무리할 수 있었다. 첫 인터뷰로 용기를 낸 나는 총 3번의 휴식 시간 틈틈이 ‘기습 인터뷰’를 감행했고, 현직 언론 기자, 서울대 졸업생, 시민사회단체 인사, 인천에서 올라온 아저씨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이들은 저마다 ‘한반도 운하의 위험성’을 우려하고 있었다.

 

휴식 시간이 끝나면 자리로 돌아와 각 발제자 교수가 말하는 강연 내용을 열심히 타이핑했다. ‘타닥타닥타닥’ 키보드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듣는 것을 그대로 받아쓰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다니. 하지만 열심히 정리를 하는 만큼 교수님들의 강연을 경청할 수 있었다.

 

취재도 하고, 인터뷰도 하고, 공부도 하고!

 

이날 토론회는 4명의 교수님이 발제자로 참여해 경제, 토목, 환경, 문화 네 분야에 대해 설명을 했다. 대운하 건설의 문제점이 과연 무엇인지 확실히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

 

특히 “운하건설을 통해 일자리를 늘린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차원 높은 일자리를 만들어야지 일용직 건설업으로 젊은이들을 내몰지 말라”던 김정욱 교수의 말은 인상 깊었다.

 

‘일자리 공약마저도 결국 거짓말이었단 말이지. 정부는 왜 계속 거짓말만 하는 걸까.’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3시간 30분에 이르는 긴긴 토론회가 끝났지만 취재는 계속됐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토론회에 대한 소감을 물어보기 위해서다. 대강당을 나서는 사람들을 붙잡고 인터뷰를 했다.

 

참가자 대부분은 “운하건설에 대한 반대의견을 더욱 확고히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그동안 얕은 지식으로 ‘무조건 반대’를 외쳤다면 토론회에 참석하고 난 후에는 ‘논리적 반대’를 외칠 수 있게 된 것이다. 대운하 건설의 허점을 속속들이 확인했다고나 할까.

 

한반도 대운하 공약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그동안 인터넷을 통해 많은 자료를 찾아보았다. 취재를 오기 전에도 몇몇 학자들이 쓴 글을 읽어보았다. 하지만 이렇게 쉽게 이해가 됐던 적은 없었다. 역시 직접 귀로 듣고 눈으로 보는 것만큼 훌륭한 학습법은 없는 것 같다.

 

그렇기에 지성인들의 역할이 중요하단 생각을 해보았다. 나 역시 지성의 상아탑에서 지식을 쌓는 지성인으로서 더욱 적극적인 자세로 운하 정책을 살펴야겠다고 생각했다.

 

"으악! 도대체 어떻게 쓰지?"... 기사작성은 어려워

 

추가 인터뷰를 하고 건물을 나서니 어느덧 날이 어두워져 있었다. 일몰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겨를도 없이 나는 대학 내 카페테리아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날 취재한 내용을 기사로 작성해야 했기 때문이다.

 

'으악, 도대체 무엇을 써야 하는 거야!!!'

 

취재만 하면 다 되는 줄 알았는데 더욱 중요한 ‘기사작성’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훌륭한 기자는 취재를 하고 컴퓨터 앞에 앉는 순간, 기사내용이 머릿속에 정리돼야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런데 난 왜 컴퓨터 앞에 서니 머리가 ‘멍’해 지는 걸까? 컴퓨터를 포맷시킨 듯, 머릿속이 하얗다. 현장에서 발로 뛴 시간은 4시간. 그러나 기사로 끙끙 앓은 것은 8시간. 나의 첫 기사("운하는 장미빛 미래? 잘못된 지식 바로잡아 달라")는 그렇게 완성됐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더 어렵고 힘든 취재였던 셈이다.

 

"열심히 하면 나아질까?"... 더 나은 현장 취재를 위한 발돋움

 

이날 첫 현장취재를 통해 느낀 것은 현장에서도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했는지는 바로 ‘기사’에 드러나기 때문이다. 의욕은 충만했지만 치열함은 부족했던 나의 첫 현장 취재. 좌충우돌 첫 취재경험이 내 남은 4주간의 인턴생활을 값지게 하지 않을까.

 

“하다 보면 나아질 것”이라는 기자님의 말과 “수고했다”는 친구들의 말에 다시 기운을 불어넣으며 오늘도 나는 기획서를 쓰고 있다. 두 번째 현장 취재를 기다리며….

덧붙이는 글 | 김정미 기자는 <오마이 뉴스> 7기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태그:#대학생 인턴, #취재, #대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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