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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외국인 보호소 호송 차량의 수바수 탑승 여부를 확인하려는 이주노조 사람들
▲ 수바수 거기 있어요? 화성 외국인 보호소 호송 차량의 수바수 탑승 여부를 확인하려는 이주노조 사람들
ⓒ 김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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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바수씨 있는지만 확인할게요."
"(가로막은 승합차를 가리키며) 이거나 빨리 치워, 버스 나가게…."
"(호송버스에) 들어가서 한 번만 보면 되잖아요."
"비키세요. 비켜."

29일 오후 3시경 경기도 화성외국인보호소 앞. 외국인보호소 긴급호송 버스가 보호소 정문을 반쯤 걸친 채 20여분간 옴짝달싹 못 하고 있다. 네팔에서 온 이주노동자 수바수 부다토키의 본국 강제송환사실을 알아낸 이주노동자노동조합(이하 이주노조)측이 이를 저지하고자 호송버스 앞을 가로막았기 때문.

그의 탑승여부를 확인하려는 노조원들과 이들을 제지하려는 보호소 직원들 간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20분간의 실랑이는 결국 이정원(이주노조 교육선전차장)씨가 보호소 안에 있는 수바수와 면회를 하게 되면서 끝났다. 이후에도 노조원들은 보호소 정문에서 대기하며 차량이 보호소를 빠져나올 때마다, 혹 수바수가 타고 있지는 않은지 주의 깊게 관찰했다.

밖에서 그렇게 발을 동동 구르며 몇 시간을 서있던 이주노조 노조원들이 몸을 녹이려 승합차 안으로 들어갔다. 듣자하니, 어제는 이곳에서 밤을 지새웠다고 한다. 추운 겨울날, 이들이 8인승 승합차를 화성외국인보호소 앞에 대기시켜놓고 이곳에서 3일 동안 머무르며 수바수의 본국 송환을 막으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네팔노동자 수바수, 불심검문에 걸려 7개월째 구금

면회중인 수바수
 면회중인 수바수
ⓒ 이주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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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바수 부다토키(30·Suwash Budathoki)는 네팔에서 온 이주노동자다. 그는 지난해 7월, 민주노총에서 주최하는 외국인 노동자 집회참석을 위해 길을 가던 중,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경찰들에게 불심검문을 당했다. 이후 그는 창신지구대로 연행됐고, 출입국관리소는 그에게 '강제퇴거'와 '보호' 결정을 내렸다. 그리곤 화성외국인보호소로 보내진 것.

이에 대해 이주노조는 ▲ 권한 없는 경찰관의 이주노동자 단속의 인권침해 ▲ 연행 과정에서의 적법절차 위반에 의한 인권침해 ▲ 권한 없이 출입국관리소로 신병을 인도하는 과정에서의 인권침해 등에 대한 진정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한 바 있다.

이종란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법규차장에 의하면, 보통 이주노동자는 보호소에 입소된 후 한 달 이내에 본인의 동의가 있을 시 고국으로 출국한다고 한다. 보호소의 식사와 주거 위생 등, 열악한 환경을 견뎌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바수는 본인의 뜻으로 보호소를 떠나지 않고 있으며 벌써 7개월 째 구금되어 있다.

"…(중략) 그렇게 고통을 당해왔지만 더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더 이상 고통을 받지 않게 하기 위해서 지금 6~7개월 째 보호소에서 투쟁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나의 투쟁이 아니라 더 많은 이주 노동자들이 앞으로 그러한 일을 겪지 않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계속해서 투쟁을 전개할 것입니다…(후략)" - 2007년 12월 11일 수바수가 조합원들에게 보낸 편지 일부

인의협 "입소 시 건강검진 제대로 했다면 당뇨 발견했을 것"

문제는 지난 4일 수바수가 당뇨병 판정을 받으면서 불거졌다. 그가 당뇨병진단을 받은 뒤에도 즉각적인 치료나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 이주노조는 의사 소견서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에서 보낸 의견서를 첨부해 서울출입국관리소 측에 '일시보호해제'를 요구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이하 인의협)에서 보내온 의견서에 의하면, 그는 1월 4일 고혈당이 확인되기 전까지 총 23회에 걸쳐 위장관 질환과 호흡기질환 등으로 진료를 받은 기록이 있다고 한다.

인의협은 이를 지적하며 "입소 시 건강 검진이 제대로 시행되었더라면 수바수의 당뇨병이 충분히 확인 되었을 것으로 판단되며, 추가 정밀검사를 시행해야 할 필요가 있고, 현재의 보호소 감금생활은 그의 당뇨병을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매우 크므로 감금생활의 해제가 적극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피력했다.

그러나 정부는 일시보호해제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주노조가 요청한 외부진료에 대해 보호소측은 "나아질 때까지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며 이주노조측을 설득했다. 하지만 결국 말뿐이었다.

최근 이주노조는 출입국관리소가 수바수의 강제퇴거 집행 절차를 밟고 있는 것을 확인한 것. 이에 이주노조는 국가인권위에 '강제퇴거집행 중단'을 부탁하는 진정서 2건을 더 제출했다.

"인권위가 최악의 결정을 내렸다"

29일 보호소 소장과의 면담을 위해 대기실에서 50여분간 기다리는 중. 이날, 소장은 <오마이뉴스>와의 면담을 거부했으며 이주노조 1인과 의사 1인의 면담만 받아들였다.
 29일 보호소 소장과의 면담을 위해 대기실에서 50여분간 기다리는 중. 이날, 소장은 <오마이뉴스>와의 면담을 거부했으며 이주노조 1인과 의사 1인의 면담만 받아들였다.
ⓒ 이재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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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이주노조측에서 지난해와 올해 각각 진정한 내용에 대한 결과가 인권위에서 동시에 발표됐다. 인권위측은 지난해 진정서의 경우 장기적 검토가 필요한 사항이었기에 늦게 발표되었다고 30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밝혔다.

이주노조가 지난 22일 낸 진정서에서 지적한 '보호소 내 부당행위 및 적절한 검진 미흡'에 대해 인권위는 "외국인 보호규칙20조에 나와있는 장기보호 외국인의 건강검진규칙이 2개월에 1번씩 하도록 되어있다"며 "하지만 보통 신체검사 수준이며 구체적으로 어떤 검진을 해야하는지 적혀있지가 않았기에 보호소측에서 미흡한 검진을 하지 않았나 생각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인권위는 "구체적 검진항목을 규정하도록 권고할 계획"이라며 "'일시보호해제 진정'에 대해서는 의료전문인의 소견이 위원회가 판단할 성격의 것이 못되기 때문에 각하시켰다"고 밝혔다.

인권위의 이러한 진정결과에 대해 이정원 이주노조 교육선전차장은 "인권위가 최악의 결정을 내렸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주노조 "외부진료라도 받을 수 있게 해달라"

국가인권위의 진정 결과가 발표됨과 동시에 법무부와 출입국관리소는 기다렸다는 듯이 수바수에 대한 강제퇴거 절차를 마쳤다. 이날, 서울출입국사무소측는 '외국인 노동자의 집' 대표 김해성 목사와의 전화통화에서 "출국조치는 이미 결정되었으며 병으로 인한 일시보호해제는 어렵다"며 "다만 병원진료허용 여부는 화성외국인보호소장의 결정에 달렸다"고 말했다.

한때 식후 혈당이 487mg/dl이었던 수바수의 혈당수치는 낮아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 수바수는 원인 모를 복통에 시달리고 있어 실외운동이 어려운 상황이다. 시력과 신장 기능에도 이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합병증이 우려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강제출국조치가 이미 확정된 상태기 때문에 '일시보호해제'는 불가능하다는 것. 

이주노조는 수바수가 외부진료라도 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 입장이다. 의사 공유정옥씨에 의하면, 현재 수바수에게 가장 시급한 검사는 위장내시경검사, 복부-골반 초음파 검사라고 한다.

이주노조 등 시민사회단체는 30일 오전 화성 외국인보호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수바수 강제출국 시도를 규탄했다.
 이주노조 등 시민사회단체는 30일 오전 화성 외국인보호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수바수 강제출국 시도를 규탄했다.
ⓒ 김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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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결정권자인 화성외국인보호소 소장은 29일 이주노조와의 면담에서 "수바수의 당뇨수치가 진정되고 있고… 필요 시 외부진료를 (보호소가)알아서 하겠다"며 "우리도 의사가 2명이나 있다, 외부진료가 필요한지 논의해 보겠지만 그 논의 전에도 출국시킬 수 있다"고 못박았다.

면담에 참여했던 의사 공유정옥씨는 "(소장님이) 너무 기본적인 것도 안 들어주신다"며 "자기 가족… 아니 자기 동네사람한테라도 이렇게는 안 할 텐데…"라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덧붙이는 글 | 이재덕·김명은 기자는 <오마이뉴스> 7기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태그:#수바수, #이주노조, #슈바스, #SUWASH, #화성외국인보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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