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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기자가 중국에서 온 며느리 우영(27·제주시 노형동)씨를 처음 봤을 때 외국인근로자센터 직원인 줄로만 알았다. 제주외국인근로자센터에서 만난 우영씨에게 한국말을 정말 잘 한다고 말하자 "감사합니다. 한국에 온 지 5년이 돼 간다"고 능숙하게 한국어로 답했다.

 

한국어뿐만 아니라 이제는 제주도 사투리도 다 알아듣고 말한다는 우영씨는 제주 남자와 결혼해 살고 있는 국제결혼 여성이다.

 

"시부모님이 제주도분이라서 사투리를 많이 쓰시는데 이제는 다 알아들을 수 있어요. 저희 부모님도 제 아이 봐주시기 위해 여기 내려와 계세요."

 

우영씨는 15개월된 아들 보현이와 여행사를 하는 남편 김창구(37)씨 그리고 친정부모, 시부모와 함께 같이 제주에서 살고 있다. 우영씨의 친정 부모는 남편 김씨가 초청해 제주도에서 생활한 지 1년6개월이나 된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제주에 와서 아이도 봐줄 겸 생활하고 있는 것이다.

 

우영씨는 "원래 비자가 3개월밖에 체류가 안 되는데 출입국사무소에 특별한 사유가 있다고 하면 연장을 해 준다"며 "그렇게 연장을 해서 같이 애도 봐주고 하면서 지내고 있다"고 아이 키우는 재미에 빠져 있었다.  
 

"서울 다음으로 제주가 유명해요"

 

"지난 2000년에 엄마가 한국 유학 가고 싶은 생각 없냐고 해서 원서 내고 합격했어요. 그때 중국은 유학가는 게 유행이었거든요. 주로 한국과 일본을 많이 가고, 다음으로 영국에 많이 가는 편이었어요."

 

우영씨는 "한국사람들이 중국에 와서 기업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중국에 있는 한국기업에 취업하는 것을 목표로 한국 유학을 택하는 학생이 많다"고 한다.

 

2001년 11월에 천안시에 있는 선문대학교 한국어학원에서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한 그는 2003년에 대전시에 위치한 충남대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했다. 하지만 학교 생활이 잘 맞지 않아 이듬해인 2004년에 자퇴를 하고 2005년 제주대 국어국문학과에 신입학했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말이 통하지 않아서 힘들었지만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우영씨에게 생활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제 고향이 연변자치구인데 조선족 사람들 많이 살고 있으니까 한국음식 많이 접했어요. 물론 저는 한족학교를 나와서 한국에 대해서는 잘 몰랐지만 제주도는 중국에서 아주 유명해요."

 

우영씨는 "한국에서는 서울 다음으로 제주도를 많이 알고 있다"며 "서울, 제주, 부산 이렇게 잘 알고 있고 특히 제주도는 공기도 좋고 어디 가도 바다 볼 수 있어서 관광지로 아주 유명하다"고 말했다.

 

"제주가 특별자치도잖아요. 중국사람들 무사증 비자로 제주에 바로 들어올 수 있으니까, 여권만 갖고 들어올 수 있어서 아주 편하게 여행할 수 있어서 인기가 좋아요."

 

제주대에 입학해서 학교를 다니던 우영씨는 지난 2005년 10월 1일 김창구씨가 자신의 여행사 가이드 일을 요청해서 일을 돕게 됐다. 우영씨는 "그렇게 연을 맺은 저희는 100일을 만나서 좋으면 결혼하자고 해서 남편이 프러포즈해서 승낙했다"며 수줍어 하면서 말했다.

 

결혼 후 2006년 11월 아이를 낳은 우영씨는 육아일로 휴학 중이다.

 

"지금 아이 때문에 휴학 중이에요. 남편이 여행사 대표이사라서 여행사 같이 운영하면서 남편은 중국으로 여행가는 한국사람, 저는 중국에서 온 손님을 담당하고 있어요."

 

"국제결혼한 남편들, 부인 나라 문화 공부하세요"

 

우영씨는 한국어 배우고, 한국 문화 체험도 할 겸 외국인근로자센터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그러나 우영씨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남편들의 역할이다.

 

"국제결혼한 며느리들 한국말 배우면서 말이 잘 안 통하잖아요. 남편이 먼저 가르쳐 줘야 해요. 그리고 남편들이 부인의 나라 말하고 문화를 먼저 배우려고 노력해야 해요."

 

우영씨는 "국제결혼한 주변 사람들 보면 신랑이 베트남말이나 필리핀말을 배워서 장인 어른하고 장모한테도 안부도 전하고, 말해야 하는데 말이 안 통하니까 귀한 딸 보낸 집에서도 답답할 것"이라며 "문제는 남편들이 시간 없다고 거의 안 배울려고 한다"고 말했다.

 

우영씨는 또 "제 남편도 중국어를 잘 못하긴 하지만 어머니, 아버지 말하는 거 알아 듣고 답하는 정도"라며 "서울에서는 국제결혼한 남편한테 필리핀어나 베트남어 가르쳐 주는 곳이 있는데 제주에서는 그런 곳이 없다"고 국제결혼 남편들의 교육센터 문제를 지적했다.

 

"시간에 투자하고 싶지 않은 거죠. 그리고 그런 것을 가르쳐주는 장소도 없고. 최소한 남편에게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가르쳐 주면 더 빨리 서로 통할 수 있는데…. 한국 남자는 부인 먼저 하라고 하잖아요. 남편 먼저 배우면 훨씬 좋을 텐데 말이죠."

 

우영씨 한국 남자들의 우월주의를 갖고, 부인이 한국말 배우고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국제자유도시라고 말하는 제주도 당국도 외국인에게 한국문화를 배우도록 할 뿐 우리가 외국 문화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없다는 것을 꼬집는 것이다.

 

"한국의 남성우월주의 너무 심해요"

 

우영씨는 한국 남자들의 남성우월주의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한국 남자들 남성중심주의가 심해요. 뭐든지 남자가 우선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지금이야 조금 바뀌었지만 아직도 남성우월주의가 많이 남아 있어요."

 

우영씨는 "중국 상해 쪽에는 남편이 집안 일 다 한다"며 "부인이 집에 있어도 남편이 퇴근해서 집에 오면 밥하고 빨래하고, 부인은 자기 일하거나 육아에 신경쓴다"고 말했다.

 

우리 상식으로는 유교문화가 중국에서 왔기 때문에 남성우월주의가 중국이 훨씬 심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중국에서는 남편과 부인이 항상 동등하다고 한다. 우영씨는 "부엌에서 밥도 같이 하고, 설겆이, 청소 전부 같이 해서 평등하게 하는데 한국은 남편이 우월하다는 생각이 심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또 우영씨는 제사 문화와 벌초 문화를 보고 놀랐다고 한다.

 

"중국은 제사 거의 안 해요. 지금 한국의 경우에는 할아버지까지 제사하는데 한국처럼 크게 안 하고, 명절 때만 하거든요. 정말 놀랐어요."

 

우영씨는 "한국은 공동묘지로 있어서 벌초할 곳도 엄청 많고, 무덤도 아주 컸다"며 "중국에서는 화장을 하기 때문에 무덤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문화를 서로 이해하면 세상이 즐거워져요"

 

제주외국인근로자센터에서 한국 노래를 배우고 있는 우영씨는 항상 즐겁다고 한다.

 

"노래하면 일단 즐겁잖아요. 다른 사람들도 노래 통해서 한국말 배울 수 있어서 좋다고 해요. 중국사람들도 많지만 필리핀, 베트남,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분들이랑 서로 문화도 알고 한국 문화 공부도 하고요."

 

노래를 가르치고 있던 양태현 강사도 "서로 간의 나라에서 사상 같은 것이 교류가 된다"며 "문화와 사상 자체가 자연스럽게 교류할 수 있으니까 서로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자리를 갖게 되는 것"이라고 큰 의미를 부여했다.

 

양태현 강사는 국제결혼이민자들이 많은 제주도에서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거듭 강조했다.

 

"국제결혼하면서 제주도에 많은 외국인들이 살고 있습니다. 우리도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외국인들도 제주와 우리나라에서 거주하면서 우리나라 사상과 문화에 적응해야 하기 때문에 서로간의 이해가 필요한 거예요."

 

국제자유도시 제주. 제주가 좀 더 세계적인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외국인들이 우리 문화를 이해하고 배우기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먼저 그들의 손을 잡아주고, 그들의 문화를 배워야 하는 것이 아닐까.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제주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제주, #국제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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