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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새 정부의 기조 및 정책의 골간을 세우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에 <오마이뉴스>와 참여연대는 'MB에게 보내는 편지' 제하의 공개편지를 통해 새 정부가 각 분야에서 역점을 둬야할 중점 사항 등을 정리해 10여차례에 걸쳐 내보낼 예정입니다. 이 글은 참여연대 사이트에 동시 게재됩니다. 그 두 번째 글은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이 보내왔습니다. [편집자말]
이명박 당선인께.

우선 대통령 당선을 축하드립니다.

이명박 당선인께서도 당선인에 대한 국민적 우려와 비판 여론이 적지 않다는 점을 잘 알고 계시겠지만, 저 또한 이 당선인께 국민들이 갖고 있는 기대도 분명 크다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아무쪼록 진짜 국민이 원하는 변화와 개혁을 이끌어내고 경제활성화에 크게 기여한 정부로 오래오래 기억되기를 기원합니다.

참여연대는 역대 정부와 마찬가지로 새 정부가 잘못하는 일, 국민적 요구에 어긋나는 정책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비판을 제기하되, 올바른 변화와 개혁에 대해서는 아낌없이 지지할 것입니다. 다만 당선인과 인수위가 잘 하고 있는 일은 칭송하는 이가 워낙 많으니, 오늘은 새 정부에 약이 될 것으로 믿는 몇 가지 고언을 드리고자 합니다. 쓴소리를 하는 것이 시민단체의 역할이니 너무 언짢다 마시고 들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오늘 드리고자 하는 이야기는 사회경제적 약자들의 이해를 도외시하는 정책으로는 '경제활성화'도 '사회통합'도 이뤄질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28일 오전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경제인 간담회에서 조석래 전경련회장,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등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28일 오전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경제인 간담회에서 조석래 전경련회장,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등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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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총수 전화받겠다는 당선인, 소상공인 민원은 어찌 하시나요?

대통령 당선인께서는 당선인이 된 이후 공식행보의 대부분을 기업인들과의 만남에 할애하고 계십니다. 이런 행보에 힘입어 '비즈니스 프렌들리'라는 말이 우리 사회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재벌총수들과의 만남에서 어려운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직접 전화하라는 파격적인 제안을 하신 대목입니다.

경제활성화를 위해 재벌의 어려움을 타개해 투자를 이끌어내겠다는 상징적 의미로 해석됩니다만, 몇몇 재벌총수들을 제외하고 과연 그 누가 자신의 경제활동의 어려움을 대통령께 호소할 기회를 갖게 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인수위의 정책을 보면 '출총제폐지'와 '금산분리원칙 완화' '지주회사 규제완화' '수도권규제완화'와 같은 재벌의 절실하고도 오래된 민원을 해결하는 데 있어서는 일종의 '현찰'을 제시하고 있는 것에 반해, 전체 고용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소상공인들의 민원은 언제 현실화될지 모르는 '어음'으로 돌려 막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산업은행 매각대금으로 중소기업지원펀드를 조성하겠다는 것은 의미가 크지만 그것이 현실화되는 것은 차기 정권에서나 가능한 일입니다. 금융지원보다 더 시급한 일이 대기업의 중소기업에 대한 일방적인 불공정거래와 횡포를 차단하는 것임은 아마도 당선인께서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대기업 중소기업간의 하도급구조의 근본적인 개선을 위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역할을 늘여야 합니다.

또 이리저리 흩어져있는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업무를 통합하여 힘 있는 중소기업지원부서를 만드는 것이 절실합니다. 이를 위해 대기업중심부서인 산업자원부의 입김에서 자유로운 힘 있는 중소기업부를 신설하자는 제안이 중소기업인들 사이에서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인수위에서는 그나마 있던 중소기업청을 통폐합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다 겨우 명맥만 유지하는 수준에서 존치한다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실적으로는 '일방적 계약해지' '납품단가 후려치기' '기술훔쳐가기' 등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횡포는 이만저만 심각한 것이 아닙니다. 중소기업이 이처럼 등이 휘니 비정규직 위주로 짜여있는 중소기업의 고용사정이 나아질리 만무하겠지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3일 오후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인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3일 오후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인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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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차원의 중소기업 법률지원 대행'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납품가 원자재 원가연동제' 등 중소기업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시급한데 이에 대한 새 정부의 의지는 잘 확인되지 않습니다.

재래시장 상인이나, 영세상인들의 오랜 숙원인 대형유통업체에 대한 적절한 규제는 아예 검토조차 되지 않고 있습니다. 수도권지역의 무분별한 개발과 경제력집중을 허용해서는 지방경제의 고사를 막을 길이 없음은 한나라당 소속 대다수 지방자치단체장들조차도 적극 주장하고 있는 바이지만 오히려 수도권규제 대부분을 풀겠다는 것이 당선인과 인수위의 일관된 정책입니다.

친기업인가요? 친재벌인가요?

재벌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대형유통업체보다는 영세상인들이, 수도권경제보다는 지방경제가, 그리고 노무현정부에서 천덕꾸러기처럼 되어버린 농업과 농민들이 경제활동에 있어 더 많은 고통을 겪고 있으며 이런 경제주체들이 살아나는 것이야말로 한국경제가 사는 길임을 모르시지는 않을 것입니다.

국민들은 새 정부가 '누구'와 함께 '누구의 이해'를 바탕으로 경제활성화를 도모할 것인가 지켜보고 있습니다. 만약 이명박 당선인께서 강조하는 '친기업정부론'이 '친재벌' '친수도권' '친대형유통업체'로 한정된 것이라면, 그에 따라 다수의 경제주체들이 새 정부 경제정책의 고려대상에서 소외된다면 결과적으로 당선인께서 이루고자 하는 '경제활성화'도 '사회통합'도 결코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은 너무도 자명합니다. 새 정부의 경제살리기 행보에 일정한 변화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아무쪼록 스스로의 힘으로 얼마든지 경제환경을 헤쳐 나갈 수 있는 몇몇 재벌이 아니라 다수의 경제주체들이 날개를 펼 수 있는 경제정책에 더 많은 신경을 써주실 것을 당부드립니다.

끝으로 노파심에서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재벌총수들에게 언제든 전화하라는 당선인의 말씀은 재고하시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한국경제를 쥐락펴락 하는 재벌들이 실제 투자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도 의문이거니와 백번 양보해서 그런 어려움이 있다한들 당선인께서 직접 전화통화를 하지 않으셔도 관련 금융기관이나 관계부처의 공무원들이 다 알아서 잘 챙기고 있을 테니 너무 마음 쓰지 않으셔도 괜찮으실 것 같습니다.

경제를 살리겠다는 당선인의 의지야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지만, 수시로 이뤄지는 대통령과 재벌총수의 전화통화는 '경제살리기'라는 명분 아래 이뤄지는 잘못된 유착이라는 불필요한 오해를 낳을 수 있습니다. 우리사회는 재벌이 최고권력자에게 막대한 뇌물을 주고 특혜를 구하는 시대, 즉 정경유착의 시대를 벗어난 지 불과 몇 년 되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국민들은 권력과 재벌의 유착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음을 헤아리셔야 할 것입니다.


태그:#이명박, #인수위, #참여연대, #재벌,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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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는 정부, 특정 정치세력, 기업에 정치적 재정적으로 종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활동합니다. 2004년부터 유엔경제사회이사회(ECOSOC) 특별협의지위를 부여받아 유엔의 공식적인 시민사회 파트너로 활동하는 비영리민간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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