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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비자금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별검사팀이 21일 오후 고가의 미술품들이 보관되고 있다는 첩보에 따라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의 한 창고를 압수수색하고 있는 가운데 창고 입구를 에버랜드 관계자들이 지키고 있다.
 삼성 비자금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별검사팀이 21일 오후 고가의 미술품들이 보관되고 있다는 첩보에 따라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의 한 창고를 압수수색하고 있는 가운데 창고 입구를 에버랜드 관계자들이 지키고 있다.
ⓒ 연합뉴스 신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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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검팀은 21일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테마파크 놀이공원 에버랜드 창고를 전격 압수수색해 고가의 미술품들이 대규모로 보관 중인 것을 직접 확인했다.

이날 특검팀은 압수수색 현장에서 적게는 수천 점, 많게는 수만 점의 미술작품들을 발견했으며, 생각했던 것보다 규모가 너무 커 압수방법에 대해서도 상당히 고민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검 수사팀은 김용철 변호사가 지난해 11월 기자회견을 통해 홍라희 삼성리움미술관장 등이 구입했다고 알려진 프랭크 스텔라의 작품 <베들레헴 병원(800만 달러)>과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작품 <행복한 눈물(716만 달러)>은 물론 바넷 뉴먼, 도날드 저드, 에드루샤 등 미국 추상파 작가들과 독일 작가 리히터의 작품 등이 에버랜드 창고에 보관됐는지 확인하고 있다.

실제 에버랜드 창고에는 이미 알려진 대로 유명 작가들의 해외 현대미술품들이 소장돼 있어 이 가운데 문제의 작품들이 섞여 있는지 알아내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삼성 특검팀은 21일 자정을 넘겨 22일 새벽 1시까지 압수수색을 실시했으며 용인 에버랜드 수색현장은 그대로 보전해둔 채 몇몇 수사 인력만 남겨두고 일시 중단했다가 내일(22일) 오전이나 오후 상황을 봐서 압수수색을 재개하기로 했다.

'맹인안내견 축사'에는 고가 미술품이 가득
    
삼성가의 고가 미술품이 보관돼 있던 에버랜드 창고는 누구에게나 잘 알려진 열린 공간이 아니었다. 사실상 '삼성가의 고가 미술품을 은밀히 보관하는 비밀 공간'이었던 셈. 특검팀의 한 관계자는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발견된 창고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큰 규모였으며, 항온항습 등 미술품 관리를 위한 최적의 조건을 갖춘 곳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미술계조차도 이 곳의 존재여부를 알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 측이 경기도 용인의 에버랜드 창고 전체 9개동 가운데 6개동으로 나눠 고가 미술품들을 관리해왔다는 사실이 미술계에도 전혀 알려져 있지 않았다.

이같은 '에버랜드 비밀창고'는 한 제보자가 <한겨레>와 KBS에 관련 내용을 제보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양사의 보도로 비밀창고의 존재 여부가 세간에 알려지자 삼성 측은 적극 해명에 나섰다.

애완견 학교 근처 창고 중 일부는 맹인안내견 등의 축사로 활용되고 있으며 미술품 등이 보관된 적이 없다는 반론이었다. 그러나 특검팀이 이날 오후 4시부터 검사와 수사관 10여명을 투입해 전격 압수수색에 나서 미술품 보관창고임이 드러나자 서둘러 말을 바꿨다. '리움미술관 등에서 전시하고 남은 미술작품들을 보관하는 수장고'라는 것이다.

삼성그룹 변호인인 이완수 변호사도 21일 밤 10시 40분 에버랜드창고 압수수색에 대한 입장을 기자들에게 전달하면서 "특검이 압수수색 나온 미술품 창고는 비밀창고가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 변호사는 "(에버랜드의) 창고는 원래 미술품을 적절히 보관하기 위한 용도의 정식 수장고 (미술품을 보관하기 위한 항온·항습 기능을 갖춘 보관처)"라며 "선대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 때부터 수집해 온 삼성문화재단 소유의 골동품·고미술품·현대미술작품 등이 보관돼 있다"고 말했다.

또 "일부에서 비자금으로 구입해 이 수장고에 은닉돼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행복한 눈물> <베들레햄 병원> 등의 작품은 이 수장고에 없을 뿐더러 이미 밝힌 바와 같이 삼성은 그 작품들을 구입한 적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삼성 측의 끊임없는 '거짓해명'은 진실의 벽 앞에서 여지없이 허물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26일 김용철 변호사가 밝힌 '비자금을 이용한 고가 미술품 구입'에 대해서도 삼성 측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으나 결국 비밀창고의 존재까지 확인된 상황이다. 

이에 따라 향후 관련자 소환과 처벌범위에 대해서도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삼성 이건희 회장(가운데)과 부인 홍라희 삼성미술관 관장(왼쪽 두번째)이 삼성미술관 리움(Leeum) 건축가 장 누벨(왼쪽 첫번째), 마리오 보타(오른쪽 주번째), 렘 쿨하스(오른쪽 첫번째)고 함께 소재로 개관 점등을 하고 있다.
2004.10.16
 삼성 이건희 회장(가운데)과 부인 홍라희 삼성미술관 관장(왼쪽 두번째)이 삼성미술관 리움(Leeum) 건축가 장 누벨(왼쪽 첫번째), 마리오 보타(오른쪽 주번째), 렘 쿨하스(오른쪽 첫번째)고 함께 소재로 개관 점등을 하고 있다. 2004.10.16
ⓒ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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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라희 관장 등 삼성가 여인들도 기소될까

지난해 11월 김용철 변호사가 밝힌 대로 삼성가의 여인들이 비자금을 이용해 고가 미술품을 구입한 것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당시 김 변호사가 제기한 인물들에 대한 소환조사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사실상 이건희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삼성리움미술관장,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이재용 전무의 빙모인 박현주씨,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의 부인인 신연균씨 등 삼성가의 여인 4명 이외에도 고가 미술품 중개상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에 대한 소환조사도 동반될 수밖에 없다.

김용철 변호사에 따르면, 이들은 2002~2003년 사이 비자금을 이용해 수백억 원대의 고가 미술품을 구입했다는 것이고 이 기간에 미술품 구입 대금으로 해외에 송금한 액수만도 600억 원대에 이른다.

당시 홍라희 관장은 수시로 삼성그룹 구조본(현 전략기획실) 재무팀 관재파트에 연락해 미술품 구입 대금을 서미갤러리(관장 홍송원) 등에 지급하라고 전달했으며, 이 돈은 모두 구조본 재무팀이 관리하는 비자금이었다는 게 김 변호사의 '미술품 관련' 양심고백 내용이다.

이와 관련,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처장은 "특검팀의 에버랜드 압수수색으로 그동안 삼성 측이 부인해오던 고가 미술품의 소장이 실물로 드러났다"며 "관련자에 대한 즉시 소환과 혐의가 드러난 사람에 대해서는 사법처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박 처장은 "이번 특검의 수사에서는 그 어떤 성역도 있어서는 안 된다"며 "홍라희 삼성리움미술관장을 비롯한 삼성가의 여인들을 모두 소환조사하라"고 주장했다.

"삼성그룹 변론전략 짜고 입맞춤까지 끝냈을 것"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는 "특검 수사팀이 비자금을 통해 고가 미술품을 사들인 사람이 누구인지 밝혀내면 그에 따라 처벌범위도 결정될 것"이라며 "공금인 회사 돈을 이용해 비자금을 만든 사람이 업무상 배임 횡령죄로 처벌되면 그에 따른 공범(교사범이나 방조범)으로 처벌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홍라희 삼성리움미술관장을 비롯한 삼성가의 여인들이 사실상 삼성그룹의 이사가 아니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업무상 배임이나 횡령으로 처벌받기는 어렵기 때문에 공범으로 처벌될 확률이 높다는 얘기다.

외환관리법 위반 혐의도 사실상 누구 명의로 산 것이냐에 따라 처벌 대상자도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예컨대 이건희 회장의 지시로 삼성그룹이 회사 돈으로 고가 미술품을 구입했다면 이 회장이 횡령과 외환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될 가능성도 있지만 삼성 측에서 제3의 인물을 내세워 변론작전을 이미 다 짜놓았다면 빠져나갈 구멍도 상당히 존재한다는 분석인 것이다.

조국 교수는 "이미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 이후 3개월이나 시간이 흘렀다"며 "그 많은 기간동안 삼성이 아무런 준비 없이 지냈을 리 만무하다"고 말했다. 사실상 삼성그룹은 이미 변론작전을 짜고 입맞춤까지 끝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특검 수사팀이 에버랜드 압수수색을 통해 고가 미술품이 보관중인 창고를 발견한 것이지, 실제 홍라희 삼성리움미술관장으로부터 고가 미술품 구입에 대한 자백을 받은 게 아니기 때문에 외환관리법이나 횡령의 공범 등의 혐의로 처벌되는 것도 사실상 입증책임이 특검에게 있다는 것이다.

특검이 수사를 통해 홍라희 관장 등의 고가 미술품 구입에 대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증거를 찾아내야 실질적인 기소가 가능하다는 것.

삼성 측도 이번에 발견된 고가 미술품들은 모두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이건희 회장의 개인 재산이며 그간 구입한 고가의 현대 미술품도 모두 개인 현금으로 산 것이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사실상 특검이 압수수색을 통해 압수한 그림이 어디로부터 어떻게 나왔는지 그 배경을 추적해야 한다는 게 조 교수의 설명이다.

그림의 원주인이 외국인이라면 특검팀은 해외 갤러리의 매매서류까지도 입수해서 분석하고 매매과정에서 불법성은 없었는지 검토해야 하기 때문에 특검의 수사가 만만치 않는 상황이라는 점도 덧붙였다.

특검팀은 이번 에버랜드 압수수색을 통해 상당한 근거를 찾아냈기 때문에 삼성으로서도 어느 선상에서는 책임을 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더 도망가려고 애를 쓴다면 불똥이 어디까지 확산될지 앞을 분간하기 힘든 게 현실이기도 하다.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문화재산... 그럼 상속세는?

김용철 전 삼성그룹 법무팀장이 9일 제기동 천주교성당에서 열린 삼성그룹 특검에 대한 기자회견에 앞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김용철 전 삼성그룹 법무팀장이 9일 제기동 천주교성당에서 열린 삼성그룹 특검에 대한 기자회견에 앞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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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철 변호사도 21일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를 통해 "특검의 진정한 수사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오늘밤(21일) 사이 압수한 그림에 대한 목록표조차 다 작성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압수수색도 기존의 검찰수사 방식과 전혀 다를 수밖에 없다는 진단도 했다. 고가의 미술품들이기 때문에 촬영도 쉽지 않고, 무진동차와 같은 고가 미술품 전용 운반차량도 특검 내부에 준비된 게 없기 때문에 압수품을 특검 사무실로 가져온다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사실상 삼성그룹에서 보관 중인 고가 미술품들은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작품과 마찬가지로 대한민국 국보나 보물에 해당되는 것들이 많기 때문에 혹여 압수과정에서 실수로 파손되거나 흠집이 생길 때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제기가 문화사적으로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고가 그림의 존재여부가 확인된 만큼 지금부터 특검은 ▲구입자금을 누가 어떻게 마련해 어떤 경로를 통해 어떻게 지불했는지 ▲구입시기는 언제인지 ▲정확한 액수는 얼마인지 ▲상속받은 재산이라면 상속세를 정확히 냈는지 등등을 정확히 수사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김 변호사는 "삼성 측은 분명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이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며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이라면 상속세 시효가 20년인데 그에 걸맞게 세금을 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김 변호사는 "누가 어떤 사법처리 대상이 돼야 한다는 식으로 형량을 잴 게 아니라 삼성그룹이 얼마나 부정한 방법으로 부의 대물림을 이루고 있는지 그 자체를 문제 삼아야 한다”며 “삼성은 이제 여론에 항복하고 그릇된 방법으로 모은 재산을 사회에 헌납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풀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어서 "개당 1억원씩만 쳐도 수천 점의 미술품이 발견됐다면 수천억 원이며, 수만 점이 발견됐다면 수조 원대의 돈인 셈인데 이에 대해 아무것도 아닌 양 거짓말로 변명을 늘어놓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남몰래 훔친 돈이 수십조원이라면 양심껏 사회로 돌려놓는 게 상례"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태그:#삼성 특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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