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SBS <이경규 김용만의 라인업>(연출 박상혁·김용권) 제작진이 태안 봉사활동 방송과 관련해 일고 있는 진실성 논란에 대해 10일 강경 대응 입장을 밝혔다. <라인업> 제작진은 '태안 방송' 편과 관련해 조작 방송 의혹을 제기한 글을 올린 네티즌에 대해 수사의뢰를 한 상태다.
 
<라인업>은 지난달 15일과 22일 2주에 걸쳐 방송한 '서해안을 살리자' 편에서 출연진들이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한 태안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펼치는 내용을 담아 시청자들로부터 호응을 받았다. 그러나 한 네티즌이 <라인업> 출연진들이 방송에서 보여준 모습과 달리 봉사 장소에서 담배를 피우는 등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고 주장한 글을 올리며 방송의 진실성 논란이 불거졌다. 박상혁 PD에게 태안 방송 논란에 대해 강경 대응 입장을 밝힌 이유와 <무한도전> 표절 논란 등에 대해 들어봤다.
 
- 네티즌의 글에 대해 '강경 대응' 입장을 밝힌 이유는 뭔가.
"명백히 허위사실을 유포한 비방글이기 때문이다. 해당 글 어디에도 구체적인 장소와 시간이 적시돼 있지 않다. 처음엔 이런 유치한 글이 이슈가 될지도 몰랐다. '설마 사람들이 이걸 믿을까' 싶어 그냥 웃고 넘겼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해당 글에 댓글이 달리고 논란이 확산돼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되겠다고 판단했다. 강경 대응 입장을 밝힌 10일 오전에 최초로 글을 올린 두 사람에 대해 수사의뢰를 했다."
 
- 지나치게 강경하게 나오는 것 아닌가.
"이번 사건은 단순히 우리 프로그램이 손해를 보고, 출연자들이 상처받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더 큰 문제는 태안 자원봉사자들이 피해를 받는다는 거다. 프로그램이나 출연진들을 비난한다면 아직 우리가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다가가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감내하겠다. 하지만 국가적 대재앙에 봉사를 유도하기 위해 내보낸 프로그램에 대해 자원봉사 하러 간 사람이 마치 실제 봉사를 하지 않은 것처럼 표현되니까 발끈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일을 바로잡지 않으면 태안 주민들이나 봉사자들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강경하게 대응하는 것이다. 인터넷 상에서 자기 느낌을 표현하는 건 괜찮지만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것에 대해선 짚고 넘어가야 한다."
 

- 실제로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태안 현장에 진짜 가본 사람은 안다. 현장을 직접 보면 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게다가 현장에 몇 천 명의 봉사자들이 함께 있었는데 어떻게 쉴 수 있겠나. 테이프를 계속 돌렸기 때문에 태안에서 촬영한 테이프를 모두 공개할 용의도 있다."
 
- 태안에 세 번째 방문한다는 얘기도 있던데. 시청률이 잘 나왔다고 너무 자주 '태안' 방송을 하는 것 아닌가.
"처음 태안에 갔을 때 섬주변이나 절벽 등지엔 사람들이 많이 안 간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두 번째는 사람들이 자주 찾지 않는 섬이나 절벽으로 가서 이런 곳도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리는 게 목적이었다. 세 번째 계획했던 건 또 다른 관심이 필요한 곳이 있는지 알아보거나 봉사지에 다시 가서 그 이후의 얘기를 들어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잘 모르겠다. 이번 사건이 터지면서 조심스러워졌다."
 
- 왜 이렇게 논란이 커졌다고 보나.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쓴 사람이 문제가 아니다. 의혹을 기사로 확대 재생산하는 게 문제다. 의혹을 기사화하며 기자는 뒤로 숨는 거다. 요즘 인터넷에 비난글이 올라오면 '의혹 만발' 이런 식의 기사가 나가는데 매체로 너무 쉽게, 아무 검증 없이 나가는 것이 문제다."
 
- 지금 심정은 어떤지.
"좋은 방송이 나갔는데 '우리 담배 안 폈다, 빵 안 먹었다' 구구절절 해명하고 있어야 하는 현실이 서글프다." 
 

이번 태안방송 편의 진실성 논란과 더불어 <라인업> 인터넷 게시판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또 하나의 이슈가 있다. <라인업>이 <무한도전>을 표절했다는 논란이다. <라인업> 게시판에는 '<무한도전> 표절 모음' 등의 제목의 글이 수십 건 올라와 있다.
 
<라인업>은 방송 초기부터 MBC <무한도전>과 곧잘 비교되곤 했다. '리얼 버라이어티'를 내세우고, 게스트에 의존하지 않고 여러 명의 공동 MC들이 프로그램을 이끌어간다는 점 때문이다. 방송하는 시간대도 같다. 특히 <라인업> MC들은 방송 초기 <무한도전>을 의식한 발언들을 쏟아냈고, <라인업> 대 <무한도전>의 대결구도를 만들었다.
 
- <무한도전>과 비교되곤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영광이다. 감히 어느 프로그램이 <무한도전>과 비교되겠나. 우린 아직 4개월밖에 안됐고, <무한도전>은 2년 가까이 됐다. 방송사에 미치는 영향도 <무한도전>이 훨씬 크다. <무한도전>은 개그맨이 아이돌이 될 수도 있구나 하는 걸 보여줬다. 아직 <무한도전>과의 경쟁 단계는 아니다. 지금은 <라인업>의 색깔, 멤버들의 색깔을 찾아나가는 것이 1차 목표다."
 
- <라인업> 방송 초기 프로그램 내에서 <무한도전>을 경쟁 상대로 인식하고, 자주 언급한 것 때문에 <무한도전>과 더 비교되는 것 같은데.  
"<무한도전>을 프로그램 내에서 언급한 것은 하나의 웃음 포인트였다. 상대가 엄청난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이제 시작하는 후발주자로서 언급했던 거다. 그런데 그게 마치 프로그램의 적수로 여겨져서 안타깝다. 제발 싸움 붙이지 말아 달라."
 
- 축구 스타 앙리가 <무한도전>에 출연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런데 <라인업>에선 베컴을 초대한다는 얘기가 들린다. 베컴 섭외를 비롯해 <라인업> 게시판에 <무한도전>을 표절했다는 의혹 몇 가지가 올라와 있다.
"베컴 섭외에 대해 왜 <무한도전>을 따라했나 하는데 해외 스포츠 스타가 예능 프로그램에 나오는 것은 버라이어티가 시작된 이후 있었던 포맷이다. 예전에 <대단한 도전>에서 타이거 우즈가 나온 적도 있고. 연애 버라이어티가 유행하면 그런 종류의 프로그램이 많이 생기고, 요즘엔 고정 MC 군단이 나오는 프로그램이 유행해 비슷한 면이 생기는 것이다. 버라이어티의 공통점을 찾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다. 표절이란 말이 갖는 어마어마한 무서움 있는데, 어떻게 감히 같은 시간대에 하는 프로그램을 표절할 수 있겠는가."
 
- 초반 막말 방송으로 논란이 되기도 했고, 리얼 버라이어티 등을 내세우던 <라인업>이 태안 방송, 군부대 방문 등 공익적 성격으로 바뀐 것 같은데. 
"콘셉트가 바뀌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라인업>은 한 식구 같은 고정 멤버가 펼치는 버라이어티다. 규라인 대 용라인이 매주 새로운 것을 하며 대결하는 구도다. 기본은 '웃음'이다. 그리고 두 라인의 개그맨들이 펼치는 신경전이다. 다만, 그동안 <라인업>의 시청률이 낮았다가 시청자들이 박수쳐준 게 태안, 산사, 군대 편이었다. 이런 방송에 대해 시청자들이 호응을 하니 시청자가 원하는 쪽으로 위치 조정을 한 것이다. 그러다보니 약간 공익적으로 간 것 같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방송 조작설, 인터넷 논란 등 어느 순간 예능 프로그램이 프로그램 자체로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주변 환경으로 평가받는 시대가 됐다.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이 점점 힘들어진다. 또 그만큼 PD들이 지켜야 할 룰이 더 많아지는 것 같다. 앞으로 좀 더 조심해서 프로그램을 만들어 나가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 PD저널 >(http://www.pdjournal.com)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태그:#라인업, #박상혁, #무한도전, #리얼버라이어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