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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도(道) 닦는 사람에 비유된다. '팔만대장경'에서 '새가 마치 날개 하나만으로 공중을 나는 것 같이 그렇게 검소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삼국유사'에는 '소정방'이 주둔한 병영 위로 한 마리 새가 선회하는 걸 보고 점쟁이에게 점을 치게 하니, '필시 원수께서 꺾이실 징조입니다'하고 아뢰었다. 소정방은 이를 듣고 겁이 나서 군대를 퇴각시켜 공격을 그만 두려 했던 기록이 있다. 새는 이처럼 옛날부터 길흉을 점치는 상징으로 이용돼 왔다.
 
고대에는 하늘과 땅 사이를 마음껏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새를 영물로 여겼다. 고구려 시조 주몽(동명왕)의 어머니 유화부인이 낳은 알을 금와왕이 상서롭지 못하다 하여, 들판에 버리자, 새들이 모여 날개로 덮어주었는데, 그 알에서 주몽이 나왔다 한다.
 
이중섭, 장욱진, 샤갈 등의 그림에는 새가 많이 등장한다. 우리나라 청자 상감이나 수막새 기와, 신흥사 법당문의 새, 경주 안압지에 출토 된 유물에도 새가 많이 그려져 있다.
 
 
앙상한 거리의 가로수, 새들이 집을 짓기에는 결코 좋은 조건이 아니다. 그러나 새들은 마치 죽은 나무처럼 잎이 다 떨어진 나뭇가지에다 새집을 지었다. 가로등보다 환하고 따뜻한 새둥지, 새들은 둥지를 짓는데 거미줄을 이용해서 짓는다고 한다. 이런 면만 보아도 새들은 예사로운 동물이 아닌 것이다.
 
인간의 분신으로서의 새의 상징성은, 문학 작품에도 빈번하게 나타난다. 서정주의 '귀촉도', 김동리의 '무녀도' 이청준의 '새와 나무', '잔인한 도시' 등에서, 새는 인간 운명을 나타내는 상징물로서, 혹은 환생의 삶을 사는 인간의 모습과 동일시 되거나, 감옥 속의 죄수의 불행한 삶을 표상하는 존재로 설정된다.
 
아파트 단지를 '아파트 숲'으로 표현한다. 도시의 삭막한 거리의 가로수들은, 복잡한 전선줄 때문에 해마다 가로수들의 나뭇가지들은 무참하게 잘려나간다. 때문에 새들은 가로수에 집을 잘 짓지 않는다. 그러나 해운대 거리의 얼키고 설킨 전선줄이 보이지 않는 가로수에, 새들이 가로등보다 환한 새 둥지를 지었다. 마치 캄캄한 골목길을 밝혀주는 가로등의 불빛보다 따뜻하다.
  
아침에 까치가 찾아오면 술술 일이 잘 풀린다고 하는데, 새들이 죽은 나무에 집을 짓지 않는데…새 둥지를 지을 수 없는 삭막한 가로수의 새 둥지는 알전등처럼 환하고 따뜻하다.  나는 마치 하늘과 땅을 잇는 매개자, 솟대 앞에 선 것처럼, 마음 속으로 빌어본다. 죽어서는 새가 되고 싶다던 명부에 계신 어머님의 안녕을.
 
새는
나뭇가지에서나,
돌위에서나,
지붕 위에서나
뒷꿈치에 힘을 주고
크게 한번 차기를 기다리고 있다.
깃을 벌릴 준비를 하고 있다.
 
깃을 칠 하늘이 있고
바다 위에 무한의 공간이 있고
숲 위에 앉을 자리도 있다.
죽지에 힘이 다하지만 않으면
그것은 누리는 자유다.
부두에 앉아서,
새는 날아갈 자세를 굳히고 있다.
 
- 박남수, 새
 

태그:#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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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곧 인간이다고 한다. 지식은 곧 마음이라고 한다. 인간의 모두는 이러한 마음에 따라 그 지성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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