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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들은 사람을 많이 닮았다. 사람들처럼 나무들도 이웃 나무들을 잘 만나야 한다. 나무들도 사람들처럼 환경의 지배를 많이 받는다.
 
숲길을 가다보면 다양한 나무들을 만나면서 생각했다. 사람도 정말 이웃을 잘 만나야 한다. 이웃을 잘못 만나면 살아가는데 힘이 든다. 물론 알고 보면 나쁜 사람은 하나도 없지만말이다.
 
나무는 15세기 표기로는 '나모'이다. 고어는 '너새집'이다. 나무는 셀 때에 '한 그루' '두 그루' 하고 세는데, 그루(株)는, 나무라는 뜻이다.

 

 나무도 사람처럼 자살을 꿈꾸면서, 스스로 타들어가면서 죽어가는 나무가, '고사목'이다.
 이 고사목 곁의 나무들은 대부분 비실비실 말라가면서 죽어가는 것을 볼 수 있다. 나무가 자살을 꿈꾼다고 생각하니 섬뜩한 것이다.
 
사람도 '못살겠다, 정말 힘들어 못살겠어…' 하고 노래를 부르는 사람 곁에 있으면, 정말 이 세상사는 일이 재미없고 힘들어지는 것은 나무의 세계나 인간의 세계나 매한가지인 것 같다.
 
그러나 가진 것 없어도 항상 자신감이 있고 용기 중천한 사람 곁에 있으면, 괜히 힘이 나고 나도 열심히 해야지, 하고 흩어진 마음을 갈무리 하게 된다.
 
우리나라 민담과 전설에는, 나무에 빗대어 그 자연의 신성함과 풍요와 생산 능력을 이야기한 것들이 많다. '이상한 나무' 이야기에서는 효성스러운 소년의 착한 마음씨를, 일생을 구도의 길을 걸어온 스님을 묻은 곳에는 나무가 자라는 이야기가 많다. 나무에게 밥을 바치면, 병이 낫고 나뭇잎이 풍성하고 빈약함에 따라서 풍년과 흉년을, 또는 재앙과 질병의 유무를 판단하기도 했다.
 
마을 입구의 큰 느티나무나 성황당의 당산 나무는, 자연의 신으로 숭앙의 대상이자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했다. 이처럼 나무는 우주를 상징한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하느님의 아들 환웅이 아버지 환인의 도움으로 하늘에서 이 세상으로 내려온 태백산 꼭대기의 신단수에서, 그 신성함 상징을 찾아 볼 수 있다.
 
나무는 인간과 너무 비슷한 면이 많아서, 너무 가까이 있으면 서로 자신의 의지와 달리 그만 방해를 준다. 서로 적당한 거리의 간격을 두고 살아가는 것도 사람이 살아가는 이치와 같은 것이다. 건강하게 쭉쭉 자란 나무들의 간격은, 가까운 사이일수록 예의 지키라는 소리 같다.
 
날마다 사람들이 와서 운동을 하는 체육공원의 나무들은 이상하게 날씬하다. 날마다 나무들도 운동하는 사람들 모습을 보면서 제자리 뛰기를 하나 보다.
 
하나 둘 셋 부지런한 나무들이 한데 어울려서 함께 살아가는 나무들의 동네, 숲에 오면 나무를 '리비도(Libido)'의 상징으로 이야기하는 이론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쓸모 없는 나무였기에 '천하대장군'이 됐을까. 그러나 이 신목은 산길을 오르는 사람에게 정말 사람처럼 웃음과 해학을 선물한다. 
 
나무는 사실 어떤 나무이든 쓸모 없는 나무는 하나도 없다. 사람도 어떤 사람이든 남이 가지지 않은 장점을 다 가지고 있다.
 
못난 나무일수록 과실을 많이 맺는다고 한다. 그러나 또 어떤 나무는 철학자처럼 고독해서 숲에서 멀리 떨어져 혼자 된 나무도 있다. 그러나 이런 고독한 나무일수록 뿌리가 튼튼하다. 심한 비바람에도 잘 견디고 있어, 나무에게는 물론 사람에게도 용기를 주는 나무….
 
그런데 나는 나무로 치면 어떤 나무일까. 오늘은 물구나무서기 하면서 얼마큼 견디는, 나무인지 실험해 봐야 겠다.
 
숲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을 때는 몰랐다
나무와 나무가 모여
어깨와 어깨를 대고
숲을 이루는 줄 알았다
나무와 나무 사이
넓거나 좁은 간격이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다
벌어질 대로 최대한 벌어진,
한데 붙으면 도저히 안되는,
기어이 떨어져 서 있어야 하는,
나무와 나무 사이
그 간격과 간격이 모여
울울창창(鬱鬱蒼蒼) 숲을 이룬다는 것을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숲에 들어가보고서야 알았다
 
- 안도현 '간격'

태그:#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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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곧 인간이다고 한다. 지식은 곧 마음이라고 한다. 인간의 모두는 이러한 마음에 따라 그 지성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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