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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의 아웃백은 아주 색다르다. 어떤 사람들은 아웃백에 가봐야, 변화가 없고 따분하기만 하다고도 하는데, 그건 아웃백의 진미를 모르는 말이다. 도시에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아웃백 분위기라는 게 따로 있다.

우선, 끝없는 지평선이 인상적이다. 산은 물론이고, 건물도 없으며, 작은 구릉조차 보이지 않는다. 하늘과 땅이 아래위 두 개로 반듯하게 나뉜 지평선을 보노라면 가슴이 탁 터지는 느낌이다. 가슴이 답답할 때 우황청심환 먹는 것보다 이런 아웃백 지평선을 보는 게 훨씬 낫지 않을까? 차로 달리고 달려도 사람이 없는 그런 곳, 호주의 아웃백은 그런 매력이 있다.

아웃백은 아주 광활하게 평평한 지대이다. 차로 아무리 달려도 조그마한 동산 조차 보이지 않는 곳도 있다.  바다의 수평선 처럼, 호주 아웃백의 지평선은 하늘과 땅을 딱 양분하고 있는 느낌이다.
▲ 호주 아웃백의 저녁 노을 아웃백은 아주 광활하게 평평한 지대이다. 차로 아무리 달려도 조그마한 동산 조차 보이지 않는 곳도 있다. 바다의 수평선 처럼, 호주 아웃백의 지평선은 하늘과 땅을 딱 양분하고 있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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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의 시골, 아웃백

요즈음 한국에서는 ‘아웃백’이라는 레스토랑이 생겨서 유명한가 보다. 그래서 "아웃백" 그러면, '아웃백'이라는 스테이크 전문점을 떠올리는 한국 사람이 많다. 그러나, 아웃백은 호주의 내륙 지방을 일컫는 말이다. 미국의 어떤 회사가 그 이름을 따서 체인점 이름을 지었을 뿐이다.

호주는 '대륙'이라고 불릴 만큼 땅 덩어리가 넓다. 그 크기가 한반도의 35배, 그리고 남한 땅의 78배이다. 그 넓은 땅에 2000만 조금 넘는 인구가 산다. 그것도 거의 대부분 바닷가에 사니, 아웃백의 인구밀도는 정말로 낮다. 운전하다 보면 한 시간에 한두 대의 차를 만나는 경우도 흔하다.

호주 해변가에 사는 내가 아웃백으로 여행을 자주 가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아웃백에는 공짜 캠핑장이 많다. 공짜 싫어하는 사람 없겠지만, 특히 나같이 여행을 자주하는 사람들은 공짜 캠핑장을 선호한다.

해안에 위치하는 도시지역에는 사람들이 많이 살아서 캠핑장들이 있어도 사설 캠핑장인 카라반 파크이다. 카라반 파크에는 샤워, 화장실 등을 갖추어져 있어서 편리하기는 하나, 하루에 적어도 이만원을 내야한다.

캬라반 파크에 가길 싫어하는 이유는 또 있다.  너무 복잡하고 인공 냄새가 난다. 내가 호텔에 가지 않는 이유도 그러하다. 사람 많은 것은 딱 질색이다. 나는 아주 널찍한 곳에서 한적하게 지내기를 좋아한다.

아웃백을 여행하다가, 이런 간판을 만났다.

호주 아웃백의 호텔은 한국의 거창한 호텔과는 다르다. 시골 주막집 같다고나 할까?  "공짜 캠핑" 이라는 간판이 보인다.
▲ 호주 아웃백에 위치한 무카델라 호텔 호주 아웃백의 호텔은 한국의 거창한 호텔과는 다르다. 시골 주막집 같다고나 할까? "공짜 캠핑" 이라는 간판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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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호텔에선 캠핑장이 공짜?

이 호텔에서는 공짜로 캠핑장을 제공한다는 간판이었다. 화장실과 샤워, 그리고 수영장 시설들을 갖추어 놓고, 넓은 잔디 위에 주차 공간을 만들어 놓았다. 이런 캠핑장을 운영하려면 그 나름대로 경비가 들 터인데도 캠핑장이 무료라니!

그 이유는 그들이 마음이 좋아서라기보다도, 술 몇 잔 더 팔아보고자 하는 계산이 깔려 있다. 시골 호텔은 도시의 호텔, 이를테면 하이야트 호텔, 그런 곳과는 다르다. 시골은 호텔은 한마디로 주막집이다.

한국에는 어딜 가나 사람이 많고, 특히 술집에는 사람이 바글바글하지만, 호주 아웃백 술집에는 사람이 없다. 도시의 술집에는 물론 사람이 있지만 (그래도 한국보다는 훨씬 한산하다), 사람이 들끓고 복잡한 아웃백의 술집을 여태 구경해본 적이 없다.

한산하다. 사람이 없다. 저녁 때인데도 이렇게 한산해서야 먹고살 수가 있나? 그러니, 손님 끌기 위해서 뒷뜰에다가 공짜 캠핑장을 만들어 놓고, 여행객을 손님으로 잡아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시골 주막 호텔은 그 동네의 중심지 역할을 한다. 특히 스포츠 팀들과 긴밀한 연계를 갖지 않으면 장사를 할 수 없다. 벽에 걸려 있는 트로피나 깃발들은 모두 이 동네 스포츠 팀이 수상한 것들이었다.  신문도 비치되어 있어서 시골의 도서관 역할도 한다. 

손님이 없어서 주인인 와렌 혼자 앉아 있다. 손님이 오면 자연히 주인과 이 이야기 저 이야기 나누게 되어 있다.
▲ 아웃백에 위치한 선술집 내부 손님이 없어서 주인인 와렌 혼자 앉아 있다. 손님이 오면 자연히 주인과 이 이야기 저 이야기 나누게 되어 있다.
ⓒ 김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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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수 5명 이하면 폐교 '검토'?

내가 들어가니 호텔 주인이 혼자 앉아 있었고, 나는 술을 시켜서 한 잔 먹으면서, 그 호텔 주인인 와렌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동네는 얼마나 크냐?"
"전체 13가구이다."
"니는 애들이 있나? 애들은 여기서 학교 다니나?"
"초등학교가 쪼맨한 것이 하나 있다."
"학생은 얼매나 되는데?"
"6명이다."
"무시기? 6명 학생이 있는 학교도 있단 말이가?"
"작년 한 때 4명으로 줄었는데, 그 때 폐교될까봐 조마 조마 했었다."
"몇명이면 폐교가 되는데?"
"5명 이하면 정부에서 폐교를 고려한다고 그러더라."

"폐교를 '고려' 한다고?"
"폐교 시켜버리면, 그 동네가 팍 삭으니까, 웬만해서는 폐교를 안 시킨다고 하더라. 그래도 공식적으로는 5명 이하면 폐교 조치가 가능하다고 그러더라."
"그런데, 우째 폐교가 안 되었는디?"
"선생과 주민들이 합심해서 노력했지."
"어떻게?"

"선생은 단 한 명이야. 교장 겸 선생이지. 그리고 사무원 한 사람 있구."
"교장이 무슨 수를 썼는데? 교육청에 짜웅했나?"
"그게 아니구… 교장이 엄청 친절해. 주민들과도 아주 가깝게 지내구."
"그래서?"
"주민 중에 한 사람이 자기 조카애 둘을 끌고 왔어. 자기 집에서 돌본다고 하구서는."
"흐미…."
"그 집에서 그 학교에 보내는 아이가 3명이야. 교장으로서는 최대 고객이지."
"어이구!"

한국과 마찬가지로, 호주에서도 농촌 인구 감소는 큰 문제이다. 이에 따라, 폐교 또한 큰 이슈이다. 그러나, 호주 농촌에서는 아무리 학생 수가 적다고 하더라도, 폐교 조치하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폐교 시켜버리면, 농촌에 아예 사람이 살지 못하기 때문에, 어떡해든 살려 놓는다.

여기에는 정치적 고려 또한 작용한다. 호주 농촌을 대변하는 정당이 국민당(National Party)이고, 국민당은 자기들의 지지 기반을 잃지 않기 위해서 농촌 살리기에 온 힘을 다한다. 학교 살리기도 그 중의 하나이다.

호주의 실정에 비추어 볼 때, 한국 농어촌 지역의 폐교 조치는 지나친 면이 많다. 100명 이하면 폐교 조치한다고 한다니, 너무들 하지 않은가!

다음날 아침, 와렌이 말한 그 초등학교에 가 보았다.  Muckadilla State School(무카딜라 초등학교)라는 간판이 앞에 서 있었다. '무카딜라'는 이 동네 이름이다. 호주 원주민 말이다. 그러나 동네 주민 중에 호주 원주민(Aborigine)은 없었다.

전교생 6명, 교사 1명에 도서관까지...

고등학교까지 의무 교육인 호주에서 교육은 주정부 소관이다.  그리하여 state school 은 공립학교를 말하며, 중고등학교인 경우는 state high school 이다. 공립 초등학교는 state primary school 로 불려야 하나, 흔히들 그냥 state school 이라고 한다.
▲ 무카딜라 초등학교 전경 고등학교까지 의무 교육인 호주에서 교육은 주정부 소관이다. 그리하여 state school 은 공립학교를 말하며, 중고등학교인 경우는 state high school 이다. 공립 초등학교는 state primary school 로 불려야 하나, 흔히들 그냥 state school 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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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9시 전이라서, 일찍 온 학생 한명만 혼자서 놀고 있다.
▲ 호주 농촌의 무카딜라 초등학교 아침 9시 전이라서, 일찍 온 학생 한명만 혼자서 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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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 이전이라서 학생 하나만 일찍 와서 교정에서 놀고 있었다. 전체 학생이 6명, 교사 겸 교장은 1명인 호주 시골의 학교이다.  그러나, 학교는 무지 컸다. 운동장은 잔디이고 놀이터도 있고.

여행 길이 바빠서, 학교장은 만나보지 못했으나, 대신 이 학교의 홈페이지가 있어서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http://www.muckadilss.eq.edu.au) 여러분도 궁금하면, 그 홈페이지를 방문해 보시라. 학생 6명의 초등학교에 홈페이지가 있다니 그도 참 신기했다.

교직원의 수는 전체 4명이었다. 교장 겸 교사 1명, 수업 보조 교사 1명, 사무원 1명, 소사 1명. 학교 시설로는 도서관이 갖추어져 있었다.

무카딜라 초등학교와 얼마 떨어지지 않는 곳에는 경찰서가 있었다. 근무 경찰은 단 한 명, 경찰차 1대, 그리고 경찰서도 한국처럼 어마어마하게 크고 경찰 아저씨들이 보초를 서면서 겁주는 곳이 아니라, 작은 가정집 같은 분위기이다. 땅은 넓은데, 사람들이 많이 살지 않으니, 시설들이 클 필요가 없는 것이다. 무엇이든 적정선이라는 것이 있고, 호주 농촌 지역도 그 적정선을 지키고 있는 셈이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고 하지 않던가? 경찰서가 커서 좋을 게 있나?

무카딜라 초등학교 사례가 이야기 해주는 것은 폐교가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교육청의 입장에서는 예산 등의 이유를 내세우겠지만, 그것은 행정 편의주의 발상에 불과하다. 폐교는 폐농을 부르고, 폐농은 도시 집중 현상을 낳는다. 한국의 폐교 정책에 대한 전반적 재검토가 필요하다. 학생 수가 4명인 초등학교도 살아 남았는데, 100명이 안 된다고 폐교를 시킨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호주 농촌인 무카딜러는 인구가 적다보니, 경찰서도 작다. 길가에 위차한 작은 집을 개조해서 만든 것이다.
▲ 무카딜라 경찰서 호주 농촌인 무카딜러는 인구가 적다보니, 경찰서도 작다. 길가에 위차한 작은 집을 개조해서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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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폐교 이야기' 응모글. 이 초등학교의 홈피는 http://www.muckadilss.eq.edu.au



태그:#폐교, #호주, #아웃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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