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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대선 언론보도 평가 토론회가 28일 오후 3시 민주언론시민연합의 주최로 국가인권위 배움터에서 열렸다
 17대 대선 언론보도 평가 토론회가 28일 오후 3시 민주언론시민연합의 주최로 국가인권위 배움터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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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이명박 당선자에게 면죄부를 줬다는 평가가 나오는데 사실 조·중·동이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기 때문에 국민들이 정확한 사실을 모르는 상태에서 투표를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번 대선에서 보수신문들의 특정후보에 대한 줄서기나 다름없는 보도행태는 언론사에 부끄러운 한 단면이 될 것이다."

"정치쟁점만을 쫓아다녔지 정책검증은 이뤄지지 않았다. 황우석 사태, 촛불집회 등 그동안 활약해왔던 시사 프로그램이 대선에서 이렇게 몸을 사릴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기대만큼 실망감도 크다."

28일 오후 3시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 주최로 열린 '17대 대선 언론보도 평가 토론회'는 쓴 소리들로 가득했다.

'정책보도' 외면하고 '인물검증'은 공작정치 공방으로 치부

이날 토론회 발제문은 지난 10월 11일 발족한 '2007 대선 민언련 모니터단'이 그동안 대선 기간동안 진행해온 모니터링을 중심으로 한 신문·방송 보도 총평과 송경재 경희대 학술연구 교수가 진행한 네이버, 다음, 네이트, 야후 코리아 총 4대 포털을 중심으로 인터넷포털 선거보도에 대한 총평을 합쳐 무려 9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을 자랑했다.

그러나 결론은 흡사했다. 발제자들은 "언론이 정책 검증, 후보자 검증 등 유권자의 올바른 선택을 위해 했어야 할 책무를 망각했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송 교수는 "언론들이 자율적으로 자신들을 모니터하고 공정했다면, 나름대로 시대정신을 갖고 소명을 다 했다면, 이런 모니터링을 굳이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며 "한국의 언론 상황은 정파적이고 이해관계가 너무 얽혀 있어 점점 더 나쁜 보도만 늘어가는 것 같다"고 평했다.

발제자들은 신문·방송·인터넷포털 분야별로 문제점들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신문] 2007 대선 민언련 모니터단 6개 종합일간지 대선보도 분석

김언경 민언련 협동사무처장
 김언경 민언련 협동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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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1일부터 9월 30일까지 6개 조간신문(경향, 동아, 서울, 조선, 중앙, 한겨레)의 정책기획보도를 분석한 결과,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유권자 없는 정책 검증과 겉핥기식 보도에 그쳤고 <동아일보>는 단 한건의 기사도 없었다. 게다가 9월 30일 이후 각 후보들의 정책을 보도할 때 조·중·동은 특정후보를 편들기 위한 편파적 보도도 했다.

BBK와 관련 보수신문들은 의혹의 실체를 규명할 노력도, 검찰의 미진한 수사에 대한 비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이명박 당선자에게 검찰이 준 법적 면죄부만 흔들어대며 이명박 대세론을 확산시키는데 급급했고, 각 후보의 동정과 정당별 공방을 단순히 전달하는 데 치중했다.

이명박 당선자의 '마사지걸' 발언은 한 건도 실리지 않았다. 또 이 당선자의 자녀 위장채용 및 탈세의혹에 대해서도 침묵으로 일관하다가 이 당선자가 해명한 이후에야 보도했다.

선거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을 묻는 문항은 다른 질문보다 앞에 나와야 한다. 특히 사회적 이슈를 질문한 후에 지지율을 물으면 그 이슈의 선호도에 따라서 지지율은 영향을 받는다. 그런데 이번 여론조사에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를 처음 질문한 후 지지율을 조사했다. 특히 <조선일보>는 11월 19일 1면 머릿기사 '부동층 19.2%로 늘어'라는 여론조사 해설 기사에서 이명박 지지자에게만 물어놓고 전체 국민의 의견인 것처럼 보도했다."


[방송] 2007 대선 민언련 모니터단 방송 3사 대선보도 분석 

강윤경 민언련 방송모니터 간사
 강윤경 민언련 방송모니터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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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관련 방송보도 성격분석 결과, 스트레이트 기사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반면 분석기사는 방송 3사의 선거관련 보도 1330건 중 82건, 6% 수준이었다. 내용상으로는 정치쟁점에 대한 보도가 49.3%, 후보들의 활동 단순 소개 보도 22.9%, 후보자간 정책 및 공약 비교 검증 보도는 6.2%였다.

지난 10월 방송 3사는 국감에서 불거진 이 당선자의 BBK 의혹에 대해 단순한 국감 공방 차원으로만 다뤘다. 이후 보도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분석되어야 할 의혹에 대한 자체 검증이나 분석은 모두 부족했다. 기존 의혹을 정리하거나 분석해 시청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 보도는 MBC가 8건으로 가장 많았고, KBS와 SBS는 각 1건씩밖에 없었다.

특검법이 통과된 17일 SBS는 12꼭지 보도 중 특검 관련 보도 중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특검 과제 및 사태 원인을 짚은 꼭지를 한 꼭지도 내보내지 않았다. 18일에는 '이명박 후보가 BBK 사건에 연루됐다 하더라도 재판이나 탄핵할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 해설, 정설'이라는 단정적 입장을 보여 막판 줄서기 의혹을 샀다. 특히 대선 관련 시사프로그램을 단 한 건도 내보내지 않았던 SBS는 당선 직후 2편의 이명박 당선자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다.

한나라당이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의 에리카김 인터뷰 방영분을 빌미삼아 TV 토론을 거부하고 기자회견 및 항의 방문을 하며 MBC를 겁박했다. 그 이에도 KBS <시사기획 쌈>, MBC <PD수첩> 등 BBK 관련 방송을 편파적이라며 선거방송심의위원회에 심의를 접수시켰다. 그러나 이에 대해 관련보도를 낸 곳은 MBC 밖에 없었다."


[인터넷포털] 4대 포털 대선보도 분석

송경재 경희대 학술연구교수
 송경재 경희대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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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9일부터 12월 18일까지 매일 5차례씩 4대 포털사이트의 대선 기획 상위 뉴스를 모니터링 한 결과 스트레이트와 해설기사의 비중이 89.8% 차지한 반면, 정책기획보도는 3.1%에 불과해 기사의 깊이보다는 사실전달과 속보성에 경도됐음을 보여줬다.

여론조사 관련 기사의 부각 및 배치가 눈에 띄었다. 모든 포털 대선 기획은 여론조사 관련 보도를 별도로 제공하고 있지만 상위의 전면에 가장 많이 배치한 포털은 네이버로, 거의 하루에 한 건 이상의 기사를 여론조사 관련 내용을 전면 상단에 배치했다.

포털 뉴스는 한국에서 중요한 의제설정을 하는 행위자로 부각됐다. 더 많은 과학적인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포털은 뉴스를 자의적으로 편집하지 않는다는 부인 속에서 이번 대선에서는 객관과 공정의 편집원칙을 발표하는 이중적인 모습이 나타났다."


"유력후보는 토론회 거부, 왜 이슈가 안되나?"

안진걸 대선시민연대 조직팀장은 "이번 대선을 통해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언론개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실명비판, 범시민사회의 언론개혁 및 언론대응 기구 정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안진걸 대선시민연대 조직팀장은 "이번 대선을 통해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언론개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실명비판, 범시민사회의 언론개혁 및 언론대응 기구 정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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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이번 대선 보도에 대한 우려와 함께 앞으로의 감시 및 개선 방향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안진걸 대선시민연대 조직팀장은 "여러 분야에서 관련 정책을 제시하는 많은 유권자 단체가 있었고 많은 의제가 있었지만 언론에서 보도하지 않아 부각되지 못했다"며 "심지어 <문화일보>의 경우 대선시민연대가 포털사이트 다음과 진행한 '생활공약'에 대해서 단 한 건도 보도하지 않다가 '무분별', '비현실적', '눈살' 등의 표현을 사용하는 황당한 보도를 했다"고 비판했다.

"지난 11월 14일 보도한 <문화일보> 기사에 따르면 실현 가능성이 적은 생활공약으로 '노숙인을 위한 샤워시설 만들기'를 꼽았다. 그러나 이 공약은 이미 여러 지자체에서 시도 중이고 노숙인 단체들도 줄기차게 주장해왔던 내용들이다. 이 기사를 쓴 기자는 사실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썼다."

또 안 팀장은 "선거법과 경찰의 과잉대응으로 인해 선량한 유권자가 범법자가 되고 유력 후보는 토론회를 거부하고 유권자의 질문에 대해 답변도 거부했다"며 "민주주의 사회에서 당연히 의제화 되어야 했을 이 문제가 의제가 되지 못하는 것을 보고 우리 사회에서 언론개혁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더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 ▲범 시민사회의 언론개혁·언론대응 기구 새롭게 정비할 것 ▲'나쁜' 기사를 쓴 기자 실명 비판 ▲언론사 기자들에 대한 만남과 토론 강화 ▲사설 실명제 검토 등의 방안들을 주장했다.

"내년 총선 보도도 이렇다면 똑같은 결과 가져올 것"

최경영 KBS 기자는 "제대로 된 민주주의 의사소통과 편집에 있어서의 자율성을 학습하는 과정, 안에서의 격변과 싸움이 있어야 할 것 같다"며 언론의 17대 대선 보도에 대해 반성했다.
 최경영 KBS 기자는 "제대로 된 민주주의 의사소통과 편집에 있어서의 자율성을 학습하는 과정, 안에서의 격변과 싸움이 있어야 할 것 같다"며 언론의 17대 대선 보도에 대해 반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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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뛰고 있는 언론인들도 안 조직팀장의 의견에 동의를 표했다.

이재국 <경향신문> 기자는 "사실 지난 5년 동안 조·중·동·문뿐만 아니라 <한국일보> <국민일보>도 다를 바 없었다"며 "지난 5년 간 '북한 퍼주기', '세금 폭탄' 등의 용어를 사용하며 선거운동을 해왔다"며 "일부 신문의 고민만으로 힘든 측면이 있고 시민사회의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역시 나름대로 일정한 역할을 하기 위해, 이명박 대통령을 저지하자는 것이 아니라 그나마 고민하는 신문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과적으로 유권자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이에 대해 <경향신문>의 기자들도 반성해야 한다."

이어 "내년 총선이야말로 잃어버린 10년을 외쳐왔던 정치세력과 보수신문을 포함한 언론들, 삼성을 비롯한 재벌들의 영구집권을 위한 마지막 승부처"라며 "이번 대선 과정에서 제기했던 문제인식 없이 총선에 임한다면 똑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경영 KBS 기자도 "정연주 사장 체제 하에서 아이템 선정과 편집에 대한 자율성은 최대한 보장되어있는데 아직 KBS 기자들 내부에 체질화 된 '눈치 보기'가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제대로 된 민주주의 의사소통과 편집에 있어서의 자율성을 학습하는 과정, 안에서의 격변과 싸움들이 있어야 할 것 같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또 "민언련 등 시민단체들의 자신 있는 비판이 필요하다"며 "자신의 이름을 내는 기자인 만큼 실명비판 역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나라당 당근, 신문·방송 겸영 허용안 경계해야

신학림 미디어스 기자는 "<조선일보>를 비롯한 족벌신문들이 한나라당의 신문 방송 겸영 허용 당론을 위해 선거운동을 했다"고 비판했다
 신학림 미디어스 기자는 "<조선일보>를 비롯한 족벌신문들이 한나라당의 신문 방송 겸영 허용 당론을 위해 선거운동을 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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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권오훈 한국PD연합회 편집주간은 "신문들이 이렇게 노골적으로 편파적인 보도를 한 이유는 한나라당의 미디어 정책이라는 반대급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신문·방송의 겸영을 허용하는 한나라당과 이 당선자가 위기에 빠진 신문산업의 활로를 찾아줄 수 있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지 않았을까? 이번 토론회를 보면서 미디어 정책의 변화를 연관지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 현재 한나라당은 KBS2와 MBC를 민영화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신문·방송 겸영과 이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지상파 방송국을 민영화시켜 파이를 확보하고 신문이 이 시장에 접근케 하는 것이다. 시민사회와 언론단체는 이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논의해봐야 한다."

신학림 미디어스 기자도 "<조선일보>를 비롯한 족벌신문들은 신문 방송 겸영 허용을 당당히 밝힌 한나라당 당론을 위해 선거운동본부로 활동한 것"이라며 "이들의 내부 구성원들은 사주의 이익과 자신의 이익을 동일시하고 그를 국가와 국민의 이익보다 우선시 한다는 점에서 범죄집단"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한나라당은 총선까지 승리하기 위해 '신문의 지상파 방송 소유 허용', 그게 안 되더라도 IPTV 참여 등의 당근을 던져줄 것"이라며 "이재국 <경향신문> 기자의 말처럼 총선을 대비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태그:#대선,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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