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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바뀌었다. 하지만 적어도 금도는 지켜야 한다. '이명박 특검'을 두고 하는 말이다. 불과 며칠 전 기자회견을 자청해 유권자들에게 한 약속을 뒤집는다는 것이 되는 말인가. 또 압도적으로 당선된 뒤 유권자들의 표심까지 아전인수식으로 왜곡하는 것, 이는 오만의 극치이다. 당선된 뒤 이명박 당선자가 그토록 강조했던 '겸손의 덕목'은 벌써 휴지통에 처박힌 것인가.

 

게다가 더욱 가관인 것은 친한나라당 매체들과 보수단체들의 행태이다. 벌써부터 거들먹거리면서 특검무용론을 들고나오고 있다. '이명박 지키기'를 위해 탐침봉을 들고 나선 '지뢰 제거병' 또는 '지뢰탐지견'의 형상이다. 이런 자들이 마지막 지뢰를 제거한 뒤에 할 일은 자명하다. 이번 대선에서 격파된 세력을 격멸하기 위해 달려들 것이다.          

 

'특검 해체' 선봉에 선 <조선>, 그리고 이어지는 행렬

 

이들은 투표용지의 인주가 마르기도 전부터 벌떼처럼 들고 일어나고 있다. 이번 대선의 표심, 즉 이 당선자에 대한 압도적 지지는 '특검'을 해체하라는 유권자들의 준엄한 뜻이라고. 그 뜻을 받들어야 한다고. 노무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우선 하루 아침에 낯빛을 바꾸고 선봉에 선 것은 <조선>이었다. <조선>은 20일자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사명' 제하의 사설에서 이렇게 썼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 상황에서 끝내 특검법을 공포하는 것이 나라에 무슨 도움이 될지 생각해야 한다."

 

<조선>은 특히 "BBK 사건으로 이 후보를 공격했던 2·3위 후보와의 표차는 두 배, 네 배에 달했다. 대선 사상 최대의 표차다. 그렇다면 당선자에 대한 특검을 의결했던 국회의 뜻은 당선자를 과반에 육박하는 표로 당선시킨 국민의 뜻과 배치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면서 유권자의 뜻을 자의적으로 해석했다. 

 

이어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20일 오전 KBS 라디오토크쇼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 당선된 사람을 놓고 무슨 특검이라든지 이런 식으로 해서 다시 후벼 파는 것은 아주 저급정치"라고 포문을 열었고, 대통령직인수위원장 후보로 거론되는 박희태 의원도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선거가 끝났기 때문에 이제 특검의 정치적인 효용은 끝났고 국민들도 별 관심을 안 가질 것"이라면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압박'했다.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동아>는 <조선>보다 하루 늦은 21일 '이명박 특검, 동력 잃었다'는 사설을 통해 "정치적으로나 법리적으로나 특검의 타당성과 동력(動力)은 사실상 사라졌다"고 선포했다. 이어 "(신당이) 특검에 연연하는 것은 자신들을 더 추하게 만들고 총선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고언까지 했다. 언제부터 <동아>가 신당을 배려했는지 모르겠다. 

 

대한변호사협회도 기민하게 움직였다. 변협은 20일 긴급 상임이사회를 열어 이른바 '이명박  특검법'에 위헌 소지 등 법적인 문제가 있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했을 때는 아무 말도 않다가, 대선이 끝나자마자 서둘러 이런 결정을 한 배경은 무엇일까. 

 

 

압도적인 대선 득표율=특검 해체 요구?

 

우선 이들의 논리는 단순하다. '압도적인 대선 득표율=특검 해체 요구'라는 주장이다. 대체 이런 망발이 어디 있는가. 대체 이런 아전인수식 해석이 어디 있는가. 오히려 이번 대선에서 보여준 유권자들의 압도적 지지는 '특검'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특검의 도화선이 되었던 것은 소위 '이명박 강연 동영상'이었다. 그간 BBK와 무관하다고 주장해 온 이 당선자의 입에서 이와 정면으로 배치된 육성이 공개되자 기자회견을 자청해 '특검'을 수용했다. 이 당선자가 선거 막판에 특검을 수용한 것도 국민 과반수가 넘는 사람들이 BBK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한 불신감을 표명했기 때문이었다.

 

여기까지가 대선 직전까지의 상황이다. 이 당선자 스스로 '특검 수사'를 약속했고, 국회에서 과반수 이상의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따라서 유권자들은 '이명박 특검'이 가동되는 것은 당연시하고 있었다. 즉, 유권자들은 선거 뒤에도 특검 수사를 받는다는 전제에서 이 후보에게 표를 던진 것이다. 대체 "(이명박 특검 등) 국민의 포괄적 판단이 이번 대선 결과에 포함됐다고 봐야 한다"(<동아> 사설 중) 는 근거는 무엇인가.  

 

비겁한 것은 이들의 말바꾸기이다. <조선>은 17일자 '이명박 후보의 특검 수용과 대선 정국' 제하의 사설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신당이 국회에 제출한 이른바 이명박 특검법은 그 수사 대상을 BBK 의혹에서부터 검찰의 김경준씨에 대한 회유·협박 여부, 도곡동 땅 문제 등 이 후보에 대한 모든 것을 망라하고 있다. 이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당선자 신분으로 한 달 이상 특검 조사를 받는 것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들은 특히 "검찰의 BBK 수사에 대해 미심쩍어 하는 국민이 절반 안팎에 달하고 이 후보가 BBK 설립 사실을 밝히는 동영상이 나온 이상 특검으로 다시 한번 재수사하는 것도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만약) 김경준에 속았다는 것도 대통령 후보로서 결격 사유일 수 있다"고까지 주장했다.

 

이들이 정작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하지만 하루 아침에 특검 찬성에서 특검 반대로 말을 바꾼 이들. 즉, 도덕성 검증을 포기하고 권력의 품에 박힌 보수 언론과 '안정된 국정운영'을 내세워 대통령의 도덕성 검증을 포기하라고 사실상 '협박'하는 이들. 유권자의 표심을 왜곡하면서 '이명박 지키기'에 나선 한나라당.

 

무엇이 두려운가. 특검 결과 이 당선자에게 물을 죄가 있다면 마땅히 응당의 책임져야 한다. 하지만 그들의 주장처럼 그 반대라면 거리낄 것이 없다. 특검이 내놓을 수사 결과를 '안정된 정권'의 밑천 삼으면 된다. 이 당선자는 자신있는 국정드라이브를 걸 수 있다. 오히려 산적한 의문이 제기된 상황에서 특검을 무력화시킨다면, 지금 당장은 득이 될지 몰라도, 5년 임기 내내 이 당선자의 앞길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 것이다.

 

'이명박 정권'의 충신을 자처했다면 어떤 방법을 택하겠나. 진실을 손바닥으로 가릴 수는 없다. 이들이 정작 두려워해야 할 것은 '특검'이 아니라 민심이다. 이 후보에게 압도적 지지를 보냈던 민심이 적어도 5년동안 지속될 수 있다는 그 '오만'을 버려라. 그것이 '압도적인 민심'에 화답하는 길이다. 


태그:#이명박 특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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