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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이면서 탄탄한 이론과 실력을 인정받아온 김광수경제연구소 김광수 소장이 공동체 붕괴, 부동산 버블과 주식투기로 변질된 한국사회와 경제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글을 보내와 전문을 싣는다. [편집자말]
지난 6일 강화도 총기탈취 사건의 용의자 조모씨(검은 모자 쓴 이)가 12일 오후 서울 종로3가 단성사 부근에서 검거된 뒤 용산경찰서에서 합동수사본부가 설치된 인천경찰청으로 이송되고 있다.
 지난 6일 강화도 총기탈취 사건의 용의자 조모씨(검은 모자 쓴 이)가 12일 오후 서울 종로3가 단성사 부근에서 검거된 뒤 용산경찰서에서 합동수사본부가 설치된 인천경찰청으로 이송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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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강화도 총기 탈취 사건이 발생했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검거된 범인은 30대 중반에 대학원을 졸업한 사람으로 착실하고 친절한 성품이었으나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이 지속됐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최근 한국인구학회에서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만이 부모의 소득이 낮을수록 자녀의 발길이 줄어든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정재기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교수의 '한국 가족•친족간 접촉빈도와 사회적 지원양상: 국제간 비교' 논문에 따르면, 자녀와 동거하지 않는 60세 이상 부모의 소득•교육•연령•성별•결혼상태 등 각 속성이 자녀와의 대면(對面) 접촉 빈도에 미치는 영향 정도를 분석한 결과, '소득' 변수만 회귀계수가 0.729로 의미 있는 상관관계를 보였다는 것이다.

이미 우리 연구소(김광수경제연구소)는 2005년에 발간한 <현실과 이론의 한국경제> 3권의 '제6장 인구변화와 일자리 창출'에서 한국경제의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공동체 붕괴 위험을 지적하고 있다.

기득권 계층의 시대착오적 반칙과 사기 여전히 횡행

한국 사회는 지난 IMF사태를 전후로 급변하는 국내외 경제환경과 패러다임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결과, 일반 서민들 특히 취약계층(청년, 고령, 중하위 소득계층)의 경제적 기반이 극도로 불안정해지고 그로 인해 공동체가 붕괴되고 있다. 청년실업은 사실상 거의 해결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고 있으며, 40대에 들어서면서 실업과 노후를 걱정해야 하고, 중하위 소득계층은 미래에 대한 아무런 희망을 찾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이처럼 공동체 기반이 급격히 해체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IMF사태 이후 정치, 경제, 교육, 사법, 행정, 언론 등 사회 전반에 걸쳐 기득권 계층들이 게임의 규칙을 무시하는 시대착오적 반칙과 사기가 여전히 횡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능시험장 풍경
 수능시험장 풍경
ⓒ 교육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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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경제면에서 기득권 옹호적인 잘못된 시장경제 논리를 내세워 정책실패를 반복함으로써 사회적 취약계층에 치명적 타격을 가하였으며 그로 인해 공동체 붕괴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기득권 계층이 주장하는 반칙은 공정하고 건전한 자본주의 시장경제 논리와는 전혀 거리가 먼 것이다. 그 결과 사회의 각 분야가 보이게 또는 보이지 않게 무너지고 있다.

교육의 경우를 보면 한국 사회의 붕괴를 금방 알 수 있다. 사람들은 더 이상 국내 교육체계를 믿지 않고 있다. 초중고등학교 공교육뿐만 아니라 대학교육에 대해서도 신뢰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초중고등학교 운영자도 대학도 모두 반칙게임에 빠져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그 결과 사교육이 공교육을 대체하고 있으며 대학은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심지어는 그런 교육정책을 입안하는 정치권이나 정부관료들 그리고 학교 관계자들까지도 자신들이 만들고 자신들이 일하는 교육체계를 믿지 못하여 자신들의 자녀를 해외로 보내고 있다.

교육에 이어 한국경제도 기득권의 잘못된 시장경제 논리로 무너져

어찌 교육만이 무너지고 있다고 할 수 있겠는가! 경제 역시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한국경제 역시 교육과는 달리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소리 없이 무너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경제는 워낙 범위가 광범위하고 인과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붕괴가 표면화될 때까지는 웬만한 전문가가 아니고서는 알아채기 힘들다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보통 사람들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 또 그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다고 해도 경제 전체에 비해 일개 개인은 워낙 미미하여 그것이 잘못된 경제시스템과 반칙에 의한 것인지 자신의 탓인지를 구분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일반 서민들은 자포자기하거나 무기력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자포자기와 무력감을 넘어서 심지어는 사이코로 생각되는 충동적 범죄의 유혹까지도 느끼게 된다. 최근의 강화도 총기탈취 사건은 그것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잘못된 경제시스템의 한 예로 은행의 부동산담보 과다대출을 들 수 있다. 2001년부터 본격화된 저금리 기조 속에서 규제완화와 시장논리를 내세워 은행들은 부동산투기 대출에 열을 올렸다. 그 결과 지난 2004년부터 예금은행의 대출이 예금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7년에는 은행의 대출과 예금간의 격차가 급격히 확대되어 은행들은 극심한 원화자금 부족에 직면했으며 더 이상 정상적인 은행의 자산운용 구조라고 보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이익 앞세운 은행들의 무리한 부동산대출의 해악, 경제전체에 큰 부담

이에 은행들은 부족한 원화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CD와 은행채 그리고 외화차입을 크게 늘리기 시작했으며, 그런 움직임은 2006년부터 가속화되어 2007년에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그로 인해 시장금리도 2007년부터 상승하기 시작해 지난 11월에는 급등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익 극대화를 내세운 은행들의 무리한 자산운용은 결과적으로 많은 사람들의 과다차입을 부추겨 부동산투기를 조장했을 뿐만 아니라 시장금리 급등으로 경제 전체에 커다란 해악을 끼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은행권과 보험 등 비은행 모두가 무리한 대출경쟁에 나선 나머지 이미 시장금리가 급등할 정도로 한계를 넘어선 상태에까지 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은행권의 자금사정 악화에 기인하는 시장금리의 급등은 결과적으로 제 발등을 찍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부동산가격이 오를 대로 오른 상황에서 무리한 차입에 의해 투기를 한 많은 사람들이 이자부담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령 차기 정권이 부동산관련 규제를 모두 푼다고 해도 부동산시장 붕괴 위험은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이미 넘어서는 안될 선을 넘어서버린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지난 2001년 이후 경제성장률은 누계로 30%를 약간 상회하는 정도에 불과한데 주택가격은 2~3배로 뛴단 말인가! 먹고 자고 하는 집에서 경제성장률을 10배 가량 초과하는 부가가치가 도대체 어떻게 창출된단 말인가.

지난 6월 5일 오후 신도시 개발 예정지인 경기도 화성시 동탄면 산척리 일대에 부동산 업소들이 들어서 있다.
 지난 6월 5일 오후 신도시 개발 예정지인 경기도 화성시 동탄면 산척리 일대에 부동산 업소들이 들어서 있다.
ⓒ 오마이뉴스 선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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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정부 부동산 규제 풀어도, 거품 붕괴 위험 막지 못할것

부동산가격의 폭등은 결과적으로 불과 10년도 채 안 되는 사이에 웬만한 한국의 물가는 거의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런 경제를 정상적인 경제라고 주장해온 것 자체가 넌센스다.

그러니 외국인들 눈에는 한국의 부동산시장이 완전히 제정신이 아니라고 보였을 것이다. 2006년 하반기부터 외국인자금이 증시에서 계속 빠져나가고 있는 것도 한국의 부동산시장이 한계에 이르렀다고 보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

부동산이 한계에 이르자 이제 모든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주식시장에 달려들고 있다. 말은 모두 자산운용이라고 하지만 거의 주식투자에 넋이 나간 모습들이다. 아직 대학 재학중인 학생에서부터 시작해서 직장에 다니는 직장인, 자영업을 하는 사람, 주부, 노인 등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주식투자에 '몰빵'하고 있는 모습이다.

아예 증권투자를 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붙어서 시세판을 쳐다 보며 매매주문을 내고 있다. 심각한 중독증세를 보이고 있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이들 모두 이른바 대박이나 한국판 워렌 버핏을 꿈꾼다는 것이다.

물론 증권투자 그 자체는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또, 증권투자에 빠져 있는 사람들을 이해 못하는 바도 아니다. 달리 제대로 된 직장이나 땀 흘려 일을 해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도 없고 심지어는 아예 취업의 기회조차 없기 때문이다.

한국경제는 이미 희망을 주지 못하는 사이코 경제

그러니 있는 돈 없는 돈 다 끌어 모아서 한탕이라도 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라고 할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건전한 재테크이건 아니건 증권투자에 빠져버리는 사람들에게 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다. 그저 조심하라거나 너무 무리하지 말라고 충고해주는 정도가 전부다.

그러나 바로 이런 것들이 바로 작금의 한국경제가 일할 수 있는 사람 또는 열심히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고 있는 확실한 증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경제는 이미 사람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주지 못하는 '사이코 경제'로 바뀌어 버린 것이다.

비정규직 양산이나 청년실업 문제, IT분야 중소벤처기업의 몰락, 국가채무 급증, 연금 및 의료보험제도의 난맥상, 정부 및 공공기관의 끝없는 확대 등 말하자면 끝이 없을 정도이다. 이를 뭉뚱그려서 표현하면 한국경제의 성장잠재력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말로 표현된다.

공동체의 모든 사람들이 건전하게 일하면서 먹고 살 수 있는 경제가 아니라, 반칙과 한탕주의로 넘쳐나는 사이코 경제, 투기 경제인 것이다. 2000년의 IT버블과 2002년의 카드버블, 그리고 2001년부터 시작된 부동산 투기버블에 이어 최근의 주식투기 등 투기버블의 연속으로 지탱해오고 있다.

이런 경제가 버블의 연속으로 표면적인 양적 성장률이 4~5%가 된다고 한들, 기실은 모두 막대한 국가채무와 가계부채에 의한 허수 성장일 뿐 무슨 성장잠재력이 높아질 수 있겠는가! 이런 가짜 경제가 붕괴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한 증권사 객장의 모습.
 한 증권사 객장의 모습.
ⓒ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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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득권의 반칙→성장잠재력 약화→공동체 붕괴

정치, 사법, 행정, 문화, 언론 등 한국 사회의 거의 모든 분야도 교육과 경제 분야와 마찬가지로 비슷한 처지라고 할 수 있다. 한국사회는 지난 IMF사태 이후 공정한 게임의 규칙을 마련하지 못하고 반칙에 대해서 과감하게 처벌하지 못한 채 기득권 계층의 시대착오적인 반칙을 옹호하는 것으로 일관해왔다. 그 결과, 성장 잠재력이 급격히 약화되고 있으며 공동체 기반이 붕괴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공동체 붕괴보다도 더 심각한 문제는 공동체 붕괴에 대해 진보세력이든 보수세력이든 방법론적인 해결책을 고민하고 제시하기보다는 그저 자신들의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한 이분법적인 주장들만을 되풀이한 채 문제해결의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회보장제도를 예로 들어보자. 보수세력은 성장을 통해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진보세력은 복지확충을 통해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가 하면 자칭 중도세력은 성장과 복지를 동시에 증진시키는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심한 이야기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논리적 타당성이나 근거가 희박한 이분법적인 주장이 아니라, 최소의 비용으로 그리고 가장 효율적으로 민간 스스로의 자력에 의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론이다. 즉 정부가 사회복지를 위해 재정투입을 많이 할 것인가 적게 할 것인가를 주장하기 전에 민간 스스로가 자신들의 사회복지 문제를 자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먼저인 것이다.

경제의 한쪽에서는 대규모의 사회복지 수요를 양산하고 있는데, 다른 한쪽에서 복지재정 규모를 줄여야 한다 늘려야 한다는 식의 이분법적인 주장을 하는 것은 전혀 헛다리를 짚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먼저 사회복지 수요를 양산하지 않는 경제시스템을 어떻게 하면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그런 경제시스템을 만든 다음에 그래도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사회보장 수요에 대해 공적 재정을 어떻게 확보해서 어느 정도 규모로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투입할 것인가를 논하는 것이 순서이다.

삼성전자는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기업이다. 국내의 우수한 인재들은 거의 다 흡수하는 우수인재 블랙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세계적인 기업에서 40세를 전후로 우수한 인재들이 명퇴를 걱정해야 하는 경제시스템에서는 아무리 사회복지 재정을 늘린다 한들 감당할 수 없다.

새로운 경제패러다임에 맞는 공정한 게임 규칙 만들어야

대한민국 최고의 기업조차 사회복지 수요를 양산하는 경제 구조하에서는 그 어떤 방법으로도 사회복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전자가 그럴 정도라면 다른 기업들은 말해 무엇 하겠는가!

이것은 그래서 정규직 채용이나 종신고용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민간이 스스로의 자력으로 사회복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경제시스템을 어떻게 하면 만들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방법론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한 예로서 제시한 것뿐이다.

정책이란 돈을 들이지 않고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그런 방법론에 관한 것이지, 무식하게 사회복지 재정을 많이 배정해야 한다든지 또는 적게 배정해야 한다든지 하는 저차원적인 이야기가 아닌 것이다.

즉 정책이란 가장 비용효율적이며 가장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론이 중요한 것이지, 무식한 주의주장을 내세워 정치적 흥정이나 무조건 돈으로 땜질 하려는 것이 아닌 것이다. 무조건 돈으로 때우려 하다 보니 대책 없이 국가채무와 가계채무만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이든 정부관료든 이해집단이든 나랏돈은 모두 내 돈이 아니기 때문에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나랏돈은 눈먼 돈이기 때문에 먼저 챙겨먹는 놈이 임자라는 식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바로 그런 의미에서 우리 연구소가 여야 정치권과 정부관료들의 도덕적 해이와 무지를 비판해온 것이다. 바로 그런 의미에서 우리 연구소는 연금과 의료보험제도 등 사회보장제도의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온 것이다. 지금과 같은 그런 저차원적인 주장만으로는 절대로 사회복지 문제를 가장 비용효율적이며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기득권 계층의 시대착오적인 반칙을 계속 눈감아주고 새로운 경제패러다임에 맞는 공정한 게임의 규칙을 만들지 못하는 한, 한국사회는 공동체적 기반이 붕괴될 수 밖에 없으며 한국경제의 성장잠재력도 계속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 속에서 최종적으로 희생되는 것은 반칙이 난무하는 투기에 이리저리 휘둘리는 힘없는 일반 서민들뿐이다. 삶의 희망을 포기하고 있으며 공동체적 가치가 무너지고 있다. 그래서 일견 평범하게 보이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총기를 탈취하는 사건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이코 한국 VIVA! 


태그:#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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