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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가 희박해지다

 

열차는 달리고 달렸다. 한적한 마을을 지나고 황무지를 지나고 초원을 지났다. 그리고 드디어 거얼무 역에 도착했다. 새벽 6시가 조금 지난 시간 열차는 속도를 줄이고 있었다. 창  밖에는 아직 어둠이 낮게 깔려 있었다. 눈을 비비면서 이제는 반사적으로 카메라를 들고 열차가 정지하기를 기다렸다. 열차 문이 열리고 거얼무 역만을 기다리던 여행객들은 눈을 반쯤 감은 채 썰물 빠지듯 열차 밖으로 향했다.

 

밖은 쌀쌀했다. 새벽의 찬 공기가 두 뺨을 때리며 정신을 차리라고 아우성이었다.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봤다. 거얼무 역은 해발 3000m에 위치한 역이다. 이곳부터 고원이 시작된다고 보면 된다. 가슴을 활짝 펴고 크게 숨을 들이켰다. 뭔가가 다르다. 분명 충분히 숨을 들이켰는데 2%가 부족한 느낌이다. 정말 산소가 적긴 한가보다.

열차가 출발한다며 역무원들이 소리를 지른다. 서둘러 열차 안으로 들어가 산소 공급기에 손을 대 봤다. 차가운 바람이 새어 나온다. 이제 정말 고원지대에 접어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열차에서 산소가 나오고 열차 전광판에 금연표시가 나타났다. 

아침을 먹고 길벗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한 길벗이 소리를 질렀다. “이것 보세요. 과자 봉지가 빵빵해졌어요.” 과자 봉지를 보니 정말 빵빵하다. 분명 평범한 과자봉지였는데 어느새 빵빵해져 있었다. 기압이 낮아지다 보니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 그리고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역인 탕구라 역(5068m)을 지났다.

 

 

따시뗄레, 만나서 반갑습니다

터질듯하게 부풀어 오른 과자봉지를 구경하는 것이 시들해질 때쯤 마지막 정거장인 난추역에 도착했다. 이제 이 역만 지나면 라싸다. 마지막 정차역이라는 말에 서둘러 열차에서 내려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열차에 오르라는 역무원의 다그침에 아쉬움을 뒤로한 채 다시 열차에 올랐다.

나는 객실로 돌아와 짐을 챙겼다. 3일 머문 자리이지만 정이 들어서 그런지 아쉬웠다. 같은 객실을 썼던 중국인 길벗들과도 인사를 했다. 말은 잘 통하지 않아 많은 얘기는 하지 못했지만 웃음 하나로 우리는 금세 친구가 됐다.

열차 전광판에 라싸(拉萨) 역이라는 글씨가 나타났다. 이제 드디어 라싸에 도착하는 것이다. 열차 통로에 짐을 줄맞춰 세워놓고 창밖을 쳐다봤다. 그리고 저 멀리 평지에 우뚝 솟은 붉은 건물이 보였다. 그리고 들리는 환호성. “포탈라 궁이다.”

열차는 2박 3일의 달리기가 힘들었는지 큰 숨을 내쉬며 라싸 역에 멈춰 섰다. 또 다시 크게 숨을 들여 마시고 역사를 빠져나갔다. 밖에는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현지 가이드가 나와 있었다. 그는 우리에게 따시뗄레(축복합니다) 하며 환영을 의미하는 하얀 까탁을 걸어줬다. 저 멀리 포탈라 궁이 보이고 내 가슴은 떨려왔다. 신들의 땅 티베트에 도착한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기말고사로 인해 기사 업데이트가 늦어져 죄송합니다.


태그:#여행, #중국, #티베트, #티벳, #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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