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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심상정 민주노동당 국회의원과 시민단체들이 삼성상용차·중공업의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 금융당국에 특별감리를 요청하고 나섰다. 이들은 "금감원의 의지만 있다면 일주일 안에 (분식회계 여부가) 판명난다"고 밝혀 금감원의 감리 여부가 주목된다.

 

심 의원을 비롯해 경제개혁연대와 참여연대 등은 이날 오전 10시 금융감독원 문서관리센터에 감리요청서를 제출한 후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상용차·중공업의 천문학적 분식회계 의혹은 감리를 통해 엄정하게 규명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감리요청서에는 삼성상용차·중공업에 대한 분식회계 의혹이 담겨있다. 이들은 "삼성상용차 자료를 통해 경영지원팀 등 지원부서의 비용 97억 8600만원을 자산으로 회계처리하는 등 분식회계 증거 4가지를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예금보험공사(예보)는 이러한 분식회계의 증거들을 확보하고도 삼성 측의 소명을 수용하는 무혐의 종결 처분 내렸다"고 지적했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진행률 채권을 통한 분식회계 가능성을 강조했다.

 

[삼성상용차] "예금보험공사, 분식회계 적발하고도 무혐의"

 

이들은 우선 삼성상용차에 대한 감리 요청의 근거로 2004년 삼성상용차 분식회계에 대한 예보의 무혐의 종결 처분을 꼽았다.

 

지난 1996년 8월 삼성중공업에서 분리된 삼성상용차는 경영난으로 2000년 12월 파산했다. 이로써 생긴 부실채권으로 인해 당시 예보에 3100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됐다.

 

이후 예보는 2003년 9월 삼성상용차에 대한 조사에 착수해 157억 8000만원의 분식회계를 밝혀내지만 2004년 결국 12월 18억원에 대해서만 분식회계로 인정했다. 예보는 또한 분식회계 규모가 삼성상용차 규모에 비춰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해 무혐의 처리했다.

 

이들은 "분식회계 규모가 18억원이라는 최종 조사결과를 받아들인다 해도 무혐의 종결을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97년말 2조원의 흑자를 낸 것으로 기록된 삼성상용차는 분식 금액을 반영하면 적자기업이 된다"며 "3100억원의 공적자금 투입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이어 "예보가 석연치 않은 판단을 내리는 데 근거가 된 금감원 질의회신 작성자인 이아무개 금감원 팀장이 2004년말 삼성으로 자리를 옮긴 사실은 분식회계 의혹을 더욱 부추긴다"고 밝혔다.

 

[삼성중공업] "수십 척 배 떠있게 꾸몄다는 말, 사실 가능성 높아"

 

 

이들은 또한 삼성중공업에 대해서도 분식회계 가능성을 강하게 제기했다. 이어 "김용철 변호사의 말은 사실적 근거를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11월 26일 김용철 변호사는 "2000년 현재 삼성중공업은 2조원을 분식회계 처리 했다"며 "분식 규모가 너무 커서 거제 앞바다에 배가 없는데도 건조 중인 배가 수십 척 떠있는 것으로 꾸몄다"고 밝혔다.

 

김상조 소장은 "비용은 투입됐지만 청구기일이 돌아오지 않은 채권인 '진행률 채권'을 통해 계약되지 않은 선박을 계약된 것처럼 해서 매출 및 손익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분식회계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 근거는 2000년 삼성중공업의 매출채권 가운데 진행률 채권의 비중이 경쟁업체보다 높은 88.2%인 점. 진행률 채권은 2003년까지 매출액의 40%에 이를 정도였다. 2006년에는 매출액의 4%까지 감소했는데, 김 소장은 "조선업 호황 때 이 분식을 해소하는 과정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소장은 또한 삼성중공업의 매출 대비 이익률의 변화 또한 분식회계의 간접적인 증거라고 밝혔다. 삼성 중공업의 매출 대비 이익률은 1996년 12.12%로 동종업계 평균보다 5.83%포인트 높았다. 그는 "실제보다 이익률을 높게 처리해 분식회계를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중공업의 2004년 매출 대비 이익률은 동종업계보다 4%이상 낮았다. 김 소장은 이를 두고 "진행률 채권이 급격히 감소한 시점으로 분식회계 해소 과정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뿐 아니었다. 김 소장은 "대손상각비 및 대손충당금이 1998년 105억 7300만원에서 2000년 1368억 9500만원으로 급증했다"며 "2000년 대손상각비의 급증은 과거 누적된 대손을 한꺼번에 인식한 것으로 과거 분식회계를 확인해 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 당국 "자료 검토 후 감리착수 여부 결정... 자료 검토 3개월"

 

김경율 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회 회계사는 이에 대해 "삼성중공업의 경우 배가 있었는지 확인만 하면 된다"며 "금감원과 삼일회계법인이 의지만 있다면 (분식회계 여부는) 일주일 안에 판명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상조 소장은 "분식회계는 자본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위협하는 가장 심각한 불법행위"라면서 "미국에서는 월드콤 분식회계 사태와 관련 CEO에게 25년형을 선고하는 등 엄정하게 단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분식회계 공소시효는 3년이라 형사처벌은 어렵다"면서도 "분식회계는 거의 대부분이 비자금 조성·배임·횡령 등 여타 범죄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2004년 이전 범죄행위는 검찰 의지에 따라 처벌 가능성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중공업이 당시 살기 위해 분식을 했고, 비자금이 연계되지 않았다면 굳이 분식회계를 파헤친다고 실익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도 있었다. 이에 대해 김 소장은 "정상 참작의 이유는 없다"고 명확히 못을 박았다.

 

그는 "삼성중공업의 분식회계는 계열사 전체의 불법 행위의 출발점"이라며 "상장회사인 삼성중공업의 분식회계는 그 자체로 치명적인 불법행위"라고 강조했다.

 

한편, 홍영만 금융감독위원회·금융감독원 홍보관리관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제출된 서류를 포함해 관련 자료를 면밀히 검토한 후, 감리착수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자료를 검토하는 데 3개월 정도가 걸린다"고 밝혔다.

 

'진행률 채권'이란?


'진행률 채권'은 조선업계의 특성상, 배를 수주한 후 배가 건조되기까지 몇 년의 소요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발생한다. 예를 들어, A조선소가 수주 2년 후 인도 조건으로 계약금액 10000원, 원가 8000원의 가격으로 B선박을 수주하고 첫해 계약금액의 30%, 이듬해 70%를 받기로 했다고 하자.

 

첫해 선박 건조가 50% 진행되었을 경우, A조선소는 10000원의 50%인 5000원을 매출과 매출채권으로 회계처리해야 한다. A조선소는 3000원의 계약금액을 받기로 했기 때문에, 나머지 2000원을 진행률 채권으로 회계처리하고, 그에 상응하는 비용을 뺀 1000원을 당기순이익으로 처리한다. 이로써 실제 선박 건조율에 따른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을 맞출 수 있게 된다. 

 

이후 A조선소가 이듬해 외환위기로 인해 건조비용이 증가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B선박의 총건조비용으로 7000원을 추가 부담해야할 경우, 우선 매출(수입)은 받게되는 계약금액 7000원 중 첫해 진행률 채권으로 처리한 2000원을 뺀 5000원으로 변화가 없다. 순이익의 경우 1000원으로 예정됐지만 7000원의 추가 비용을 더해져 이듬해의 회계장부에는 6000원의 손실로 처리돼야 한다.

 

이를 진행률 채권을 통해 분식회계 할 경우, 7000원의 추가 비용을 가공 또는 진행률이 낮은 C선박에서 일어난 것으로 꾸며 B선박에 추가부담이 없는 것처럼 처리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B선박은 예정대로 이듬해 회계장부에 매출 5000원, 이익 1000원으로 처리할 수 있다. 또한 C선박의 계약금액을 10000원으로 한다면, C선박 역시 매출(수입) 10000원에서 비용 7000원을 뺀 3000원을 이익으로 처리할 수 있다.

 

 


 


태그:#삼성비자금, #분식회계, #삼성중공업, #심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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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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