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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사지 쌍사자 석등, 부산직할시 승격 기념탑, 대원군 척화비, 동래부사 류심의 선정비 등등 부산의 희귀한 비석과 기념탑을 모아 놓은 곳이 있다. 바로 부산시립박물관이다. 대개 시립박물관을 찾아온 사람들은 박물관 내부만 들여다보기 십상이다. 저렴한 관람료를 내고 박물관 안으로 들어가서 이리저리 전시관을 구경하다가 나오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정말 부산 시립박물관의 진면목을 구경하고 싶다면 박물관 옆의 한적한 거리에 전시된 비석들을 보아야 한다.
 

  


부산은 지난 1968년 직할시로 승격했다. 지금은 직할시라는 명칭은 사라지고 광역시라는 명칭을 쓰고 있지만 예전에는 서울특별시에 버금갈 정도의 우쭐함을 안겨준 명칭이었다.

 

부산직할시라는 개념은 언뜻 보기에 자부심을 안겨준다. 그래서 부산시에서는 이 직할시로 승격된 것을 기념하는 탑을 서면로터리에 세웠다. 그러나 이 탑은 지하철 공사로 인해 원래 자리에서 철거된 후 부산시립박물관의 한 쪽에 보관되었다.

 

어릴 때 보았던 그 탑이 초라한 모습으로 박물관 한쪽에 전시된 모습은 격세지감을 안겨준다. 지금 시각으로 보면 이 기념물은 조잡하기 그지없지만 부산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기념물인지라 왠지 정이 가기도 하는 기념물이다.   
  


또한 박물관의 비석거리에는 영암사지에서 출토된 쌍사자 석등의 복제품이 놓여 있다. 이 쌍사자 석등은 웬만한 고미술품 가게나 석재상에 가면 반드시 볼 수 있을 정도로 유명한 석등이다.

 

그리고 흥선대원군이 세운 척화비가 한말 조선의 불우함을 은은하게 간직한 채 푸른 이슬을 맞고 있다. 이 척화비는 원래 부산진 성터에 세워져 있다가 1924년에 부산 용두산 공원으로 옮겨졌다. 그러다가 1978년에 이곳으로 옮겨진 것이다. 
    


동래부사 류심의 선정비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구경거리다. 동래군민들이 선정을 베푼 동래부사 류심을 기억하기 위해 세운 이 비는 부산에서 가장 규모가 큰 선정비다. 또한 비석의 기단 역할을 하는 이수와 귀부는 서민적이고 해학적인 느낌을 주는 독특한 양식을 자랑한다. 이 비석은 조선시대의 비석 양식을 연구하는데 아주 귀중한 자료 역할도 하고 있다.

 

  


  

   


이외에도 조선시대 말기의 오층 석탑과 통일신라 시대의 주초석, 부산진성의 서문밖 돌다리를 수리할 때 세운 기념비 등이 있다. 특히 유원각선생매안감고비라는 비석은 조선후기 대일외교의 실무관청이었던 유원각과 관련된 유일한 금석문 자료로서 아주 희귀한 비석이다.

 

특히 이 비석이 주목받는 이유는 비석을 보호하는 건물이 석재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며 비각의 형태나 결구 방식이 전통적인 양식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 비석은 대일외교 창구 역할을 했던 부산의 지정학적 위치를 잘 드러내는 비석인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유포터에도 송고함


태그:#비석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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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스토리텔링 전문가. <영화처럼 재미있는 부산>,<토요일에 떠나는 부산의 박물관 여행>. <잃어버린 왕국, 가야를 찾아서>저자. 단편소설집, 프러시안 블루 출간. 광범위한 글쓰기에 매진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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