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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인의 집 앞에 이르러 영정이 집을 둘러보고 집앞에서 제를 올린다.
▲ 노제 망인의 집 앞에 이르러 영정이 집을 둘러보고 집앞에서 제를 올린다.
ⓒ 최백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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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사람의 죽음은 무척 당혹스런 일이다. 그 죽음이 질병으로 인해 예고된 것이었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지인의 갑작스런 죽음은 아픈 기억이다. 마지막 가는 길에 부족함 없이 좀 더 잘 준비할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크다. 그래서 주위 사람이 상을 당하면 조금이나마 도움될 길은 없는지 세심한 관심을 가진다.

2006년 10월 15일 어머니 사촌 동생의 처 되는 아주머니가 암으로 삶을 마감했다. 한평생 농사일밖에 모르시던 분이다. 어머니는 병이 깊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며칠 동안 큰 걱정을 했다. 같은 마을 시집살이와 고된 농사일을 함께해 온 인연 때문이리라.

돌아가시기 전에 얼굴이라도 한번 보고 싶다는 말씀에 휴일을 이용해 병문안을 다녀왔다. 그리고 한 달이 좀 더 지났을까? 추석이 막 지나고서 부고를 받았다. 문상을 하고 장지로 떠나는 날 아침, 생을 마감하고 마지막 가는 길을 기록했다.

장례식장을 출발한 영구차는 고인의 집에 들러 노제를 지냈다. 시집와서 평생 살던 집 앞에서 대문 안을 들어설 수 없는 몸이 되었다. 아들의 두 손에 사진으로 들리운 채 마당에 들어서고 부엌과 안방, 뒷마당을 돌아 나온다.

전깃불을 밝히고 밤늦도록 일손을 멈추지 않던 비닐하우스, 울타리 밑에 심어둔 도라지도 가을 산빛처럼 물이 들었지만 고인은 눈길마저 줄 수 없다. 비슷한 또래의 이웃집 아주머니들이 영정이 돌아 나오는 모습을 보며 눈물을 훔칠 뿐이다. 이제는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집이다.

표터 파기에 앞서 산신에게 제를 올리고 땅을 빌림에 대해 양해를 구한다.
▲ 산신제 표터 파기에 앞서 산신에게 제를 올리고 땅을 빌림에 대해 양해를 구한다.
ⓒ 최백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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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구차의 문을 열어 관이 보이게 하고 자리를 펴 제를 올린다. 평생 일밖에 모르다 몹쓸 병으로 갑자기 떠나는 망인을 안타까워 하는 친지와 이웃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진다. 묘소는 시댁 옛집의 뒷밭으로 정했다. 시어머니가 모셔져 있는 곳 바로 옆이다. 누군가의 입에서 “평생토록 시집살이하고 또 시봉하러 간다”는 농담이 나온다.

주변 땅을 고르고 시신이 들어갈 자리를 판다. 이를 천광이라고 한다.
▲ 터파기 주변 땅을 고르고 시신이 들어갈 자리를 판다. 이를 천광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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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기를 꽃아두고 묘자리 생년월일 태어난시에 맞춰 관이 들어갈 방향을 정한다.
▲ 천광 막대기를 꽃아두고 묘자리 생년월일 태어난시에 맞춰 관이 들어갈 방향을 정한다.
ⓒ 최백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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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에서는 포크레인을 동원해 터를 정리하고 지관의 몸놀림이 분주하다. 좌향을 정하고 나뭇가지를 꽂아 놓은 뒤 터파기를 한다. 이를 '천광'이라고 한다. 관이 들어갈 자리를 파는 것이다. 관의 크기에 맞추어 알맞은 깊이로 판다. 옆에서는 일꾼들이 석회와 흙을 미리 섞어 놓는다. 관의 양 옆과 위를 채우기 위함이다. 석회가 굳으면 단단해져 나무뿌리 등이 관에 침입하지 못한다.

준비가 모두 끝나고서 한잔 술이 돌아간다. 하관 시간을 맞추기 위함이다. 망인의 생기에 맞춰 관이 내려지는 시간을 정한다. 상주들은 묘터 옆에 영정을 모시고 문상객을 맞는다. 영안실을 찾아오지 못한 이들은 장지에서 마지막 예를 표한다.

장례식에 참여하지 못한 이들은 장지에 찾아와 조문한다.
▲ 조문 장례식에 참여하지 못한 이들은 장지에 찾아와 조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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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 준비가 끝나면 관을 운구해온다.
▲ 운구 안장 준비가 끝나면 관을 운구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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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진 시간에 이르러 관이 운구된다. 시골이지만 옛날 같은 상여도 없다. 또 일꾼도 외지에서 데려왔다. 옛날 같으면 오색으로 물들인 얇은 종이로 꽃을 만들어 꽃상여를 태웠을 것이다. 가마 타고 시집와 아들 딸 낳아주고 살림살이 이만큼 늘렸으니 마지막 가는 길 꽃 상여 태워줄 법도 하지만 세월이 그렇지 못하다.

관의 중심에 패철을 놓고 정확한 방위를 잡는다.
▲ 좌향정하기 관의 중심에 패철을 놓고 정확한 방위를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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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이 내려지고 다시 한번 좌향을 맞춘다. 관의 한가운데를 찾아 패철의 분금과 일치하도록 하는 일이다. 이때 지관은 패철과 나뭇가지를 휘어서 만든 활, 가는 실로 방향을 정한다. 좌향이 일치하면 관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석회가 섞인 흙으로 관의 옆을 채운다.

관을 열어 고인의 마지막 모습을 보여준다. 수의를 입혀 놓아 얼굴은 볼 수없다
▲ 마지막 모습 관을 열어 고인의 마지막 모습을 보여준다. 수의를 입혀 놓아 얼굴은 볼 수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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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장례에서는 망인의 마지막 모습을 한 번 더 보고 싶다는 유족들의 부탁으로 관을 열었다. 하지만 얼굴은 볼 수 없는 일. 수의로 가려져 형상만을 확인할 따름이다. 관 뚜껑이 다시 닫힌다. 관 위에 묻은 흙을 깨끗이 닦아 내고 망인의 성씨를 쓴 붉은 천 위에 흰 천이 덮여지고 횡대가 가로 놓인다.

망인의 성씨가 쓰인 붉은 천을 관위에 덮는다.
▲ 명정 덮기 망인의 성씨가 쓰인 붉은 천을 관위에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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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위에 두꺼운 나무판을 덮는다. 이때 청실 홍실의 폐백을 횡대 세번째 칸 밑에 넣는다.
▲ 횡대덮기 관위에 두꺼운 나무판을 덮는다. 이때 청실 홍실의 폐백을 횡대 세번째 칸 밑에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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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대를 놓기에 앞서 청실홍실 폐백이 맞상주에 의해 전해지고 횡대가 하나둘씩 놓이면 망인은 이승과의 마지막 이별을 하게 된다. 폐백은 세 번째 놓이는 횡대 밑에 놓인다. 상주가 '취토합니다' '취토합니다' '취토했습니다' 하면서 상복 앞자락에 담은 흙을 세 번 나누어 뿌리면 관 위에 흙이 덮이기 시작한다.

상주가 상복 앞자락에 흙을 담아 횡대위에 세번 나누어 뿌린다. 상주들이 순서대로 한다.
▲ 취토합니다. 상주가 상복 앞자락에 흙을 담아 횡대위에 세번 나누어 뿌린다. 상주들이 순서대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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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상주부터 시작해 가까운 가족들이 참여한다. 취토가 끝나면 인부들이 본격적으로 작업한다. 먼저 석회를 섞은 흙을 넣고 회다지를 한다. 요즘은 많이 간단해져 봉분이 모양을 갖추기 시작하면 관을 옮기는데 사용했던 광목 천을 찢어서 만든 줄을 매단 나무를 세운다. 그리고 인부 중에 목청 좋은 이가 요령을 흔들며 회다지를 시작한다.

흙무더기를 쌓아놓고 잔디를 돌아가며 켜 켜이 쌓는다.
▲ 봉분만들기 흙무더기를 쌓아놓고 잔디를 돌아가며 켜 켜이 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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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가 당하여는 대문 밖이 저승이다/ 친구 벗이 많다하니 어느 친구 대신 가며/ 일가 친척 많다더니 어느 친척 대신하랴/ 구사당에 하직하고 신사당에 허배하고"
봉분이 만들어지는 중간 중간 회다지소리를 하며 봉분을 다진다.
▲ 회다지 봉분이 만들어지는 중간 중간 회다지소리를 하며 봉분을 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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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의 회심곡에 지역마다 다른 가사를 붙여 선창하니 일행들이 '에헤라 달호' 한다. 상주와 지인들이 망인의 노자라 생각하고, 혹은 일꾼들이 좀 더 정성껏 일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천원이나 혹은 만원 봉투를 줄에 꿰어준다.

봉분 앞의 면석은 맏사위가 골라온다. 그래야 잘 산다고 큰 돌을 골라서 등에 지고 오라고 한다. ‘크다’ ‘작다’ 평을 하면서 우스갯소리로 장례에 지친 사위의 기분을 달래준다. 봉분이 완성되어 갈 때쯤 옆에서는 지관과 집안의 어른이 축문을 쓴다.

봉분이 만들어지면 제상을 차리고 평안히 계시라는 제를 올린다.
▲ 평토제 봉분이 만들어지면 제상을 차리고 평안히 계시라는 제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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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토제를 지내기 위함이다. 망인을 잘 모셨으니 편안히 지내시라는 의미다. 제가 끝나고 음식을 이웃사람들과 나누어 먹은 뒤 영정을 앞세워 집으로 향한다. 망인이 살던 집에 돌아와서는 초우제를 지낸다. 이제는 이튿날 재우라 하여 집에서 아침 제사를 지내고 3일째 되는 날에는 묘소에 가서 묘의 상태를 살피고 제를 올리는 일만 남았다. 장례는 그렇게 끝났다.

사람이 왔다가 가는 것. 돌아가는 것이다. 각자의 삶이 다르고 그때 또한 예측할 수 없는 것이지만 마지막 가는 길은 하나다. 사랑하는 이를 마지막 보낼 때 조금이나마 산자가 위안을 얻기 위해서는 장례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


태그:#장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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