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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따릉따릉 아침부터 요란한 전화벨이 울려 받았다.

"아이고, 퍼뜩 우리 가게 와 보이소. 꽃보다 기쁩니더."
"무슨 일이세요 ?"

'딸깍'

귀가 약간 어두운 할아버지는 상대 말이 들리지 않아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으셨다. 전화를 받고 달려가보니 작은 목도장 가게 안이 정말 꽃보다 환하게 바뀌어서 어리둥절했다. 아니 늘 한가해서 파리를 날리던 할아버지의 목도장 가게 앞에서 인장을 파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할아버지, 어머 이 인장기계 비싸다면서 어떻게 사셨어요 ? 돈이 모자란다면서요"하고 물으니 할아버지는 일하시면서 말씀하신다.

"마 다 옴마이 뉴스때문 아니교. 고맙심더. 고맙다고 전해주이소."

부산양지재활원의 도움으로 인장기계 들여 놓은 할아버지. 환한 웃음을 보기만 해도 흐뭇한 행복감이 넘칩니다.
▲ "감사합니다" 부산양지재활원의 도움으로 인장기계 들여 놓은 할아버지. 환한 웃음을 보기만 해도 흐뭇한 행복감이 넘칩니다.
ⓒ 송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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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속담에 '희망은 빈자의 빵이다'라는 말이 있다. 정말 희망과 기도는 동일한 것일까? 그토록 인장기계를 갖고 싶어하시던 1급 장애인 김복주 할아버지의 간망이 이루어진 것이다.

<오마이뉴스> 기사를 시작으로 1급 장애인 김복주 할아버지의 선행과 어려운 처지가 여타 매체의 전파를 타고 전국적으로 알려지자 이름을 밝히지 않는 독지가가 성금 이백만원을 보내줬다. 하지만 그 성금으로는 인장기계를 들여놓을 수 없어 여러 달을 그냥 보내셨다.

그러나 '희망에 사는 자는 음악이 없어도 춤을 춘다'는 말처럼 이 쌀쌀한 찬 바람이 부는 겨울 초입, 김복주 할아버지은 그렇게 원하신 컴퓨터 인장기계를 들여놓게 되셨다. 할아버지에게 자세히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했으나 할아버지는 그저  "오마이뉴스 덕분임더. 오마이뉴스에게 고맙다고 전해주이소"만 연발하신다.

"할아버지, 자세히 좀 이야기 해 주세요. 기계를 어떻게 들여 놓게 되셨나요?"

귀가 어두운 할아버지는 질문에는 대답을 하지 않으시고 혼자 계속 이야기 하시는데 이야기 내용을 자세히 들어보니 이러한 소식을 접하게 된 '부산양지재활원'에서 인장기계를 구입해 드렸다고 한다. 부산양지재활원은 또 할아버지에게 인장기계 기술을 가르쳐 드리기 위해 복지사 한 분을 보냈다.

복지사는 "할아버지께서 염려했던 것보다 컴퓨터를 잘 운용하시네요. 한 며칠 더 봐 드리면 잘 하실 수 있을 겁니다"라고 말한다. 이제 할아버지는 1주만 더 교육을 받으시면 원하는 인장을 기계로 생산하게 되셨다.

할아버지의 꽃보다 환한 소식은 물론 <오마이뉴스>를 통해 전파된 것이 사실이나 어려운 장애인의 몸으로 장애인을 도운 할아버지의 선행이 할아버지 자신을 돕게 된 것이다.

그렇게 소원하시던 인장기계를 들여 놓은 김복주 할아버지. 늘 건강이 나빠 안색이 창백했는데 오늘따라 할아버지 얼굴이 꽃처럼 활짝 피었다.

이제 할아버지께서는 평소 계획한 대로 낙도 어린이들에게 목도장도 선물하고, 좀더 많이 장애인들을 위해 돕겠다고 벌써부터 꿈에 부푼 결의를 다지신다. 할아버지의 목도장 가게를 찾아와서 돌아서는 발걸음이 이렇게 가벼운 적은 처음이다.


태그:#인장, #장애, #목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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