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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소식 들었어요. 고생하셨는데, 복직하게 돼 정말 축하드려요."
"정말 고마워요."
"이 분이 누구?"
"혼자서 1인 시위하고 인터넷에도 나왔던 '스타'야."

 

14일 낮 12시 서울 성동구 성수2가동 공공노조 서울지역본부 사무실. 공공노조 사무실 직원들이 '스타' 노동자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고, 그녀는 연신 고개를 숙이며 감사 인사로 답했다. 그녀의 얼굴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이 '스타' 노동자는 임정재(52)씨다. 임씨는 지난 6월 송파구청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다 '비정규직보호법'으로 일터에서 쫓겨난 후 홀로 송파구청과 싸워왔다. 그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를 드러내게 한 상징적인 존재가 됐다. 많은 언론 보도에 임씨의 외침이 실렸다.

 

이윽고 13일 복직을 얻어낸 임씨는 진짜 '스타'가 됐다. 커피프린스 1호점 포스터를 패러디한 공공노조 창립 1주년 기념 행사 포스터에도 임씨는 주인공 은찬의 자리를 차지했다. 12월 6일 기념 행사에서 하모니카를 부는 공연을 할 예정이다.

 

'스타' 노동자의 복직...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돌파구로 큰 의미"

 

사실 처음 싸움을 시작할 때 "공공기관을 상대로 이길 수 없을 것"이라던 주위의 우려가 컸단다. 하지만 임씨의 투쟁은 누구보다 가열했다. 권혁무 공공노조 서울지역본부 미조직비정규사업부장은 "누구보다 열심히 투쟁했다"며 "임씨는 스타"라고 말했다.

 

임씨는 매일 오전 8시 송파구청 앞에서 '출근 투쟁'을 벌였고, 12박13일 인권위 농성도 해냈다. 뿐만 아니라 이랜드·코스콤 등 주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집회에도 빠짐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 임씨는 송파구청의 제안으로 13일 오후 무기계약 근로계약서에 사인했다. 송파구청에서는 원직인 민원봉사과는 아니지만, 주차관리 업무를 맡겼다. 12월부터 근무란다.

 

임씨의 복직은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에겐 희망이다. 권 부장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돌파구가 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임씨는 공공노조에서 인사를 나눈 후 오후 2시 '장기투쟁사업장 공동투쟁단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구로동 서울지방노동청 관악지청 앞으로 향했다. 동행하며 임씨의 '희망의 메시지'를 들었다.

 

"권리는 찾으려고 노력하는 사람만 쟁취가 가능하다"

 

 

우선 복직에 대한 소감을 물었다. 예상과 달리 임씨는 담담했다. "전에도 됐다가 뒤바뀐 적이 있었고 구청과 이런 저런 일이 있어서인지 무덤덤하다"고 말했다.

 

"추석 직전인 9월 19일 구청에서 시설관리공단 주차 관리요원으로 근무하겠느냐는 제안이 들어왔다. 상용직으로 임금도 두 배 가량 좋았다. 너무 좋았다. 축하 다 받았다. 그런데 이튿날 못하게 됐다고 연락이 왔다. 평생 그렇게 울어본 게 처음이었다."

 

임씨는 자연스레 그동안 속상했던 일을 끄집어냈다. 임씨는 "계약 해지가 된 후, 일하던 곳에 갔더니 직원들이 '외부인 출입금지다, 안 나가면 경찰 부르겠다'고 했다"며 "그때 많이 속상했다"고 밝혔다.

 

남편의 간암 투병으로 생계를 책임져온 임씨였기에 투쟁 기간 동안 먹고 사는 문제가 가장 힘들었을 터였다. 이에 대해 묻자 임씨의 눈이 먼저 흐릿해졌다. 손을 눈가에 가져갔고 말을 잇지 못했다. 임씨는 "가끔씩 살다보면 부족할 때도 있고…, 어떻게 살아졌다"고 말끝을 흐렸다.

 

임씨는 "구청에서 노조를 배제하고 계약하자고 했다"고 전했다. 임씨는 이를 거부했다. "홀로 투쟁할 수 있었던 건 공공노조가 많이 도와주었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혼자는 아니었다. 5월 계약해지 통보를 받고 투쟁에 뜻을 둔 사람은 6명이었다. 지난 6월 29일 송파구청 비정규직 문제를 취재할 땐 3명으로 줄어있었다. 당시 임신 6개월이었던 박수정(24)씨는 출산을 이유로 싸움을 포기했다. 또 한 사람은 현재 연락이 닿지 않는다. 임씨는 말했다.

 

"비정규법을 통해 스스로를 지킬 권리가 주어졌는데, 이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사람만 쟁취가 가능하다. 포기하면 권리가 주어져도 쟁취할 수 없다."

 

복직을 이루게 한 힘은? "연대!"

 

 

- 어떤 투쟁이 기억에 많이 남나?
"인권위에서 12박13일 농성 투쟁한 기억이 많이 난다. 매일 오전 8시부터 한 시간 동안 송파구청 앞에서 '해고는 부당하다'고 쓰인 피켓을 들고 출근 투쟁을 했다. 방송차를 가져와 하루 종일 방송 틀어놓은 날도 있었다. 구청이 많이 힘들었을 거다."

 

임씨는 "인권위에서 나오면서 내 자신이 참 가열하게 투쟁했구나 하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이러한 '가열한' 투쟁의 결과 때문인지 송파구청은 임씨를 복직시켰다.

 

- 복직 결정은 구청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나?
"공공기관에서는 아마 잘못했다고 인정하기는 어려울 거다. 제 생각에는 자신들이 잘못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같다. 처음에는 문제가 없다고 하다가 언론보도가 계속 나오면서 잘못된 것으로 드러나니까 당황스러워 했을 거다. 계속 제게 이러저런 제안을 했었다."

 

송파구청의 한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시끄럽게도 하기도 하고, 도와주자는 차원에서 복직시켰다"고 말했다.

 

임씨에게 가장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복직을 이루게 한 가장 큰 힘은 무엇이냐는 물음이었다.

 

"연대의 힘이에요. 제 경우엔 공공노조에서 많이 도와줬어요. 또 집회할 때나 기자회견 할 때 뉴코아·이랜드·코스콤·KTX·기륭전자 비정규직 노동자과 연대했고요. 그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혼자서는 이룰 수 없지만 함께하면 이룰 수 있어요."

 

"이랜드·코스콤 필히 잘 될 거예요"

 

이젠 그의 경험은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큰 힘으로 다가갈 것이다. 임씨는 "앞으로 할 수 있는 일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2시, 임씨가 집회 장소에 도착하자 뉴코아·이랜드·기륭전자 등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임씨에게 축하의 말을 전했다.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 임씨는 그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던졌다.

 

"무엇인지 가능성이 열려있다. 올바른 일에 힘을 합하면 이뤄질 수 있다. 이랜드와 코스콤, 필히 잘 될 것이다."


태그:#비정규직, #임정재, #송파구청 비정규직, #복직,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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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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